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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금융노동자들, 왜 일손 멈추나 ②] 고객 재산 볼모로 한 '묻지마 성과' 경쟁성과연봉제 확대되면 “일단 팔고 보자” 불완전판매 늘어나
김학태  |  tae@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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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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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동자들이 23일 성과연봉제 확대를 반대하면서 하루 총파업을 진행한다. 11월과 12월 2·3차 파업도 예고했다. 공공기관 노조들도 같은 이유로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어서 노정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노동자들이 산업 차원에서 총파업을 한 것은 1998년 9월이 처음이다. 이어 2000년 7월 다시 총파업을 했다. 모두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에 닥친 구조조정에 반발한 파업이었다. 그리고 2014년 9월 공공기관 복지축소에 반발해 금융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한 차례 파업을 했다. 금융산업에 거대한 지각변동을 몰고올 정부 정책이 나올 때라는 공통점이 있다. 생존권 보장과 올바른 금융산업 미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최근 상황도 다르지 않다. <매일노동뉴스>가 노정관계 파국의 원인을 짚어 봤다.<편집자>


[게재 순서]
1. 무한경쟁, 벼랑 끝에 몰린 금융노동자들
2. 고객 돈 볼모로 한 성과주의 경쟁
3. ‘위기-성과주의-위기’ 부른 관치금융

 

   
 

서울시내 기업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 김씨는 여느 동료들처럼 올해 3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되자 상품판매에 주력했다.

대부분 은행이 ISA 판매실적을 성과급과 인사고과에 포함시킨 만큼 그가 일하는 지점도 예외일 수 없었다. 김씨와 동료들은 이른바 깡통계좌로 불리는 1만원 이하 계좌를 수백여개 만들었다.

지점 영업창구에서 고객과 충분히 상담한 뒤 계좌를 개설해야 하지만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다. 평소 거래하는 업체를 찾아가 신청서를 무더기로 받아와 한꺼번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실적을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금융감독원에서 지점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제출하라는 공문이 왔다. 은행들이 창구에서 고객과 충분히 상담한 뒤 상품을 팔았는지 확인하려는 조치였다. 김씨는 “실적을 쌓다 보면 항상 이런 위험에 노출된다”며 “그래도 실적을 내려면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부족한 고객 상담시간
“불완전 판매 없는 게 더 이상”


김씨와 동료들이 ISA를 팔기 위해 했던 행동을 불완전판매라고 한다. 고객들에게 상품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채 판매하는 행위나 이른바 꺾기·끼워 팔기·돌려막기 같은 행위를 말한다.

투자금이 적은 1만원 이하 깡통계좌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하지만 피해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는 것이 금융상품의 특성이다.

금융공공기관을 포함해 민간은행까지 개별 성과연봉제 도입 또는 확대를 추진하면서 지나친 실적경쟁이 불완전 판매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은행 노동자들이 상품을 제대로 팔기 위한 사전준비 시간이 부족한 데다, 고객 상담시간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1년 발표한 은행업 노동시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천188명의 은행노동자 중 58%는 새 상품 파악과 업무숙지를 하는 데 일주일에 1시간 미만을 투자하고 있었다. 고객분석을 하는 데에는 26%가 한 시간 미만을, 31%가 1~2시간을 사용했다.

노동자들이 자기 업무에 익숙하다는 분석도 가능하지만, 급변하는 금융시장 환경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 당시 보고서의 결론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경쟁이 심해지면 은행 노동자들이 상품판매를 위한 준비시간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고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시중은행에 다니는 이은주(가명) 차장은 “불완전판매가 안 이뤄지는 게 더 이상하다”고 항변한다. 이 차장에 따르면 10만원짜리 펀드 하나를 제대로 팔려면 1시간30분이 걸린다. 만약 고객이 펀드 외에 방카슈랑스에도 가입한다고 하면 소요시간은 두 배로 늘어난다. 그는 “뒤에서 기다리는 다른 손님을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인력부족과 실적부담 때문에 완전판매를 위한 시간을 온전히 사용하기 힘든 구조라는 말이다.

불완전판매의 책임이 은행보다는 은행 노동자 개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보험회사의 상품판매 방식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보험회사는 불완전판매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자사 설계사보다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 홈쇼핑이나 독립 대리점에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

송기훈 사무금융노조 부위원장은 “금융기관에 성과주의를 확산시키면 결국 금융기관에 면죄부를 주고 그 책임을 일반직원과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업은행 직원 김씨는 “불완전판매를 하다가 감독에 적발되면 모든 것을 은행원 개인이 책임져야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며 “승진과 보상을 바라고 직장생활을 하는 것인데 일 못한다고 낙인찍힌 채 살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부실대출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예금 입출금 같은 업무로는 성과를 측정하기 힘들다. 은행에 큰 수익도 주지 않는다. 펀드나 방카슈랑스 같은 상품판매가 과열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은행의 또 다른 주요 상품인 대출은 안전할까.

기업은행에 다니는 황미영씨(가명)의 얘기를 들어 보자.

“현재 지점장 이상 간부들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합니다. 지점장들은 성과에 신경 쓸 수밖에 없어요. 신임 지점장이 오면 고객들의 신용능력과 무관하게 최대 한도로 목표량을 잡아서 대출을 하죠. 그렇게 되면 다음 지점장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무리한 대출은 대부분 리스크로 돌아옵니다. 전 지점장 때문에 경영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일이 다반사예요.”

황씨는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면 평직원들도 부실 대출을 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부실대출은 은행에도 리스크를 안기지만 결과적으로 고객 피해로 이어진다. 지나친 성과경쟁의 피해가 상품에 가입하거나 대출을 받는 고객들에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서울 같은 대도시와 시골 지점은 영업환경에서 하늘과 땅 차이다. 시골 영업점은 상품판매나 대출보다는 입출금을 비롯한 은행 고유 자금중개기능 업무가 대부분이다. 개별 성과가 중요해지면 은행 노동자들은 대도시 영업점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KB국민은행 서울지역 지점에서 일하는 정태영(가명) 과장은 “우리 은행은 서울에도 지점이 있고 땅끝마을 해남에도 지점이 있는데 성과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면 누가 해남 같은 곳에서 공과금 수납업무를 보려 하겠냐”고 되물었다.

   
▲ 은행노동자들은 성과연봉제가 확대되면 불완전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불완전판매의 최대 피해자는 국민이 된다.(기사 내용과 사진은 무관합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사용자 '언 발에 오줌 누기' 대책

정부와 사용자들은 성과연봉제 확대에 따른 불완전판매나 과당경쟁, 협업 저하 등 성과연봉제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불완전판매가 발생할 경우 감점이 되도록 평가지표를 설정하고 개인의 성과 목표를 현실적으로 부여하겠다는 것이 은행연합회 입장이다. 또한 개인성과 측정이 어려운 업무를 맡은 직원에 대해서는 성과평가보다는 팀워크와 업무태도 같은 역량평가 비중을 넓히는 방안을 민간은행에 권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과당경쟁을 유발하는 단순한 계량지표보다는 고객만족도 위주의 지표를 성과평가에 반영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성과주의라는 포괄적인 제도 때문에 예상되는 문제들이 있는데도 정부와 은행연합회는 지엽적인 해소방안을 제시해 실효성이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ISA 사례만 봐도 그렇다. 올해 3월 ISA가 처음 출시된 뒤 개설된 136만2천800여개의 계좌 중 무려 74.3%가 가입금액 1만원 미만 깡통계좌였다. 그 뒤 금융감독원은 ISA 불완전판매를 집중 단속했지만 아직까지 깡통계좌가 절반을 넘는 실정이다. 성과평가에 반영하려는 은행들의 과당경쟁을 정부 감독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방증이다.

리스크 막으려 만든 법, 되레 성과경쟁 심화시켜

정부가 과당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또 하나의 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이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해 보수의 일정 비율 이상을 성과에 연동해 지급할 때에는 일정기간 이상 이연해 지급해야 한다.

금융회사 임직원들이 성과보수를 받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인데, 단기 성과주의를 지양하기 위해서다. 유럽은행감독위원회가 2010년 10월 금융회사 임직원들의 과도한 위험투자를 억제하고 중장기 실적을 유도하기 위해 성과보수 중 현금비중 상한을 규정하고, 이연보상을 하도록 한 조치와 비슷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행령에서 발생했다. 시행령 제17조(보수체계 마련 등)에서 임직원을 '임원 및 직원'으로 규정한 것이다. 해당 시행령 규정은 성과연봉제를 평직원까지 적용하는 길을 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모법 취지와 다르게 단기 성과주의를 되레 강화시키는 내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조영철 고려대 초빙교수(경제학과)는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경쟁에 따른 리스크로 초래된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금융사지배구조법인데 모피아들이 법 취지를 아전인수로 해석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평직원들의 성과급을 이연해서 지급하면 단기주의 성과경쟁을 막는 효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성과연봉제를 평직원으로 확산시켜 놓은 부작용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전형적인 시행령 통치”라고 우려했다.


김학태 기자
구은회 기자
양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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