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경비 절감을 위해 환자에게 싸구려 재료를 사용하고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등 국립대병원의 돈벌이 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병든 국립대병원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서는 여러 증언을 통해 수익 극대화에 몰두하는 국립대병원의 민낯이 공개됐다. 토론회는 유은혜·김민기·박경미·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했다.

◇비상경영 선포하고 수익 극대화 몰두=경북대병원은 2014년 비상경영을 선포한 뒤 의사 성과급제를 전체 의사에게 확대 적용했다. 초진환자를 진료할 경우 1인당 5천원, 추가 검사를 할 경우 1만원이 수당으로 지급된다. 병원은 단가 41~66원 수준 앰플주사기를 단가 980원의 비급여 필터주사기로 교체했다. “앰플주사기 개봉시 발생하는 유리 파편이 인체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필터주사기로 교체한다”고 공지했지만 내부 문건에서는 교체시 발생하는 수익을 구체적으로 계산했다. 주사기 교체만으로 연간 2억3천360만원의 순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반면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수술용 장갑은 200원 싼 제품으로 교체했다. 이순중 노조 경북대병원분회 사무장은 “저렴한 수술용 장갑은 잘 찢어지고 헐렁해서 잘 고정이 되지 않는다”며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 '무산정' 진료재료는 저질 싸구려를 구입해 감염위험에 노출시켰다”고 주장했다.

서울대학교병원도 2013년 “개원 이래 최대의 위기”라며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그해 8~12월 4개월간 총 162억원의 성과를 냈다. 문제는 이 비용이 환자 개인부담 진료비를 올리고 재료 비용을 줄여 만든 성과라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첨단외래센터도 논란이다. 첨단외래센터는 지하 1층~지하 3층 전체가 외래진료 공간으로 설계돼 잇다. 그런데 최근 설계도가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 1층 전체를 판매시설과 음식점 등 부대시설로 바꿔 진료 공간을 축소했다. 박경득 노조 서울대병원분회장은 “환자 진료라는 병원의 목적에 맞는 공간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상업시설로 채우려 한다”며 “병원에 매년 수백억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정부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립대병원 평가제도 바꿔야=국립대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교육부가 수행하는 국립대병원 경영평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가 주체가 돼 영역별 공공성을 평가하는 ‘국립대병원의 사회적 책임 이행 평가’로 대체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교육부는 국립대병원을 다른 공공기관과 같은 잣대인 수익성 위주 경영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며 “공공 의료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병원의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평가체계로 대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매출을 늘리고 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과잉진료가 발생하고 미숙련 인력을 쓸 수밖에 없다”며 “국립대병원의 수익 위주 운영은 의료질 저하를 필연적으로 부른다”고 설명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은 “정부가 공공병원을 확대하기보다는 공공병원 역할을 민간병원에 위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시설과 인력·장비에서 최고 수준인 삼성병원에서 감염된 수많은 환자들을 실제로 치료한 곳이 공공병원들이었음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는 “지역거점 공공병원이 부재한 지역에 민간의료기관을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관리”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형준 정책위원은 “국립대병원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은 공공의료기관 전반의 영리화를 부추기는 행위”라며 “그나마 남아 있는 공공의료의 보루를 민간병원처럼 만들겠다는 흡혈귀 전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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