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20대 국회에 들어서 청년정책과 관련한 입법안이 다수 제시되고 있다. 청년정책기본법 제정, 청년고용촉진 특별법·고용보험법 개정 등 과제도 다양하다. 인구절벽을 맞이한 한국 사회 뇌관이라 할 수 있는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원내에 진입한 정당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다.

"청년이 국가의 미래다" 같은 정서적 호소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책이 닿아야 할 주체로서 청년의 기준을 설정하고 문제를 진단하는 데 있어서는 합의점을 도출하기가 쉽지 않다. 하물며 청년이 몇 살부터 몇 살까지냐는 질문은 여전히 논의의 장에서 공회전하고 있다. 20대냐 30대냐, 혹은 마음이 젊으면 되는 거냐는 논쟁은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낳는다.

청년은 연령으로 정의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연령구간을 의미 있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속성으로 규정된다. 우리는 ‘이행기’라는 관점에서 청년을 정의한다. 누구나 청년 시기를 겪게 되는데, 생애단계로서 청년이 가지는 의미는 시장(Market)을 최초로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의 세계에서 일터의 세계로, 부모의 보호에서 독립적인 가족구성원으로, 자립의 주체로서 사회에 진입하는 과정, 다시 말해 '이행'이야말로 청년의 보편성으로부터 추출해야 할 가장 고유한 특성이다.

캥거루족·N포 세대 같은 조어들은 현 시대에 이르러 청년 세대의 사회진입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제 환경과 노동시장 여건이 악화하면서 개개인의 청년들은 이행에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매년 신규채용에 지원하는 청년들의 이력서에 담긴 글자수와 경험의 크기에 놀란다고 한다. ‘우리 때는 안 그랬는데’라는 개인적 경험으로 상황을 진단하기에는 문제의 규모와 양상이 너무 거대하다.

이력서 경쟁의 가장 큰 이슈는 경제적 조건의 격차에 의한 위계구조가 더욱 강화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이 싫어한다는 표현인 ‘헬조선’의 신분제에 따르면 물고 태어난 숟가락의 색깔에 따라 청년들은 완전히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 요즘 기업들은 ‘직무능력’을 강조하는데, 그 잘난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무급인턴을 버틸 수 있는 것 또한 하나의 자격이다. 일정 규모 기업들이 청년들의 스펙 과잉에 혀를 차는 사이, 누군가는 그 흔하다는 토익시험을 한 차례도 보지 않고 주변부 노동시장에 곧바로 진입한다. 같은 연령구간을 지나는 다양한 집단의 삶은 국경의 차이만큼이나 이질적이다. 서로 다른 세계와 마주하려면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아야만 할 것 같다.

고용보험 확대나 구직촉진수당 도입 등으로 표현되는 청년안전망의 목적은 현재 제도적 개입 없이 방치된 시장상태에서 개인에게 과도하게 전가된 ‘이행’ 비용을 공공이 적극적으로 분담함으로써 이행의 위험을 관리하고 결국 ‘더 좋은 이행’을 추구하는 것에 있다. 교육과 노동 사이의 절벽에 제도적 교량을 튼튼히 놓는 것이다.

사회와의 연결성이 취약해지고 있는 청년이 다시 의지와 활력을 가지고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하며, 이행 과정의 위기가 생애 전반의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조기에 개입해 예방해야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기본적인 생활안정을 보장함으로써 사회로 나가는 단계에서 벌어지는 세대 내 격차를 완화해 ‘공정한 기회’라는 우리 사회의 기본 원칙을 실현해 나가야 한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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