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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 노동자 퇴직금·주휴수당 안 주려고 내규까지 만든 유명 어학원알바노조 "해커스어학원, 쪼개기 계약으로 노동관계법 회피" … 취업방해 블랙리스트 운용
   
▲ 알바노조

지난해 매출 383억원을 포함해 수년째 흑자를 기록한 유명 외국어학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을 목적으로 이른바 ‘쪼개기 근로계약’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주 15시간 미만’ 근로계약을 강요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놀라운 것은 학원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내규를 만들어 운용했다는 점이다. 현행 노동관계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망라돼 있다.

◇유명학원 근기법 위반 백태=알바노조(위원장 박정훈)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해커스어학원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원 인사팀이 작성한 ‘아르바이트 운영원칙’ 등 내부지침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는 최근 학원으로부터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근무 당시 사내 인트라넷에서 내려받은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를 보면 그동안 학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우해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편법와 불법은 채용단계부터 이뤄졌는데, 학원은 근로계약서와 관련해 “절대 원본 포함 복사본도 전달해 주시면 안 됩니다”고 밝히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계약서 서면교부 의무를 대놓고 위반한 것이다.

학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퇴직금과 주휴수당을 주지 않으려고 애쓴 흔적도 곳곳에서 발견된다. 해당 자료에는 “3개월 이상 계약 진행시, 11개월 이내로만 계약을 진행하고 있음을 절대로 발설하지 않도록 주의” “연장계약 시 1년이 넘는 계약이 되지 않도록 주의” “최종계약 시 퇴직금 발생기간 고려” 등의 문구가 명시돼 있다. 1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한 근기법을 적용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비용을 절감하려는 목적으로 ‘주 15시간 미만’ 근로계약을 독려하는 대목도 자주 등장한다. 학원은 해당 자료에서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평균시급은 6천696원, 15시간 미만 노동자 평균시급은 5천580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후자의 경우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급여 수준이 낮아진다. 이 같은 점에 착안해 학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과정에서 ‘주 15시간 미만’으로 계약내용을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자료에는 “주 12시간 근무 아르바이트생이 개인 사정으로 주 20시간을 근무한 뒤 주휴수당을 요구하면 수당을 줘야 할까”라는 질문이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답변이 압권이다. 회사는 자료에서 “주긴 주는데, 두들겨패 줘야 한다”며 “주휴수당은 계약서 작성 기준으로 적용된다”고 밝히고 있다. 당초 주 12시간 근로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수당을 줄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초단시간 근로계약을 통해 주휴수당 발생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알바노조 단체교섭 요구=학원이 아르바이트 노동자 대상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취업에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공개된 ‘아르바이트 재입사 불가 명단’을 보면 올해 4월 기준 213명이 근태불량이나 근무태만 등 이유로 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런데 해당 노동자들에 대한 학원의 평가를 보면 “말이 많고 성격이 특이” “편하게만 일하려 하고 불만이 많음” “땀 냄새가 매우 심함” “회사 내부적인 사항에 관심이 많음” “허리디스크” 등 사회 통념상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블랙리스트 작성은 근기법 취업방해 금지(제40조)위반에 해당한다.

박정훈 위원장은 “유명 어학원이 내규를 통해 퇴직금과 주휴수당 미지급 방안을 모색하고, 취업방해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했다니 경악스럽다”며 “학원에 단체교섭을 요구했는데, 만약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각종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 건건이 고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는 “쪼개기 계약과 주 15시간 미만 계약으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을 울리는 기업이 갈수록 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해커스어학원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노조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학원측 공식입장을 듣고자 인사법무 총괄책임자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학원측은 끝내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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