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COSATU, 코사투)에 맞선 새로운 노총이 만들어질 모양이다. 새 노총 건설을 주도하는 코사투 사무총장 출신 즈웰린지마 바비는 새 노총이 3주 안에 출범한다고 밝혔다. 새 노총의 주력인 남아프리카전국금속노조(NUMSA)는 2014년 11월 코사투에서 제명당했다. 당시 코사투 특별중앙집행위원회는 금속노조가 독자적인 노동자정당 건설을 결정함으로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공산당-코사투'의 동맹이라는 정치방침을 무시했고, 또한 다른 산별노조들의 사업장을 조직해 ‘1산업-1노조’ 원칙을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코사투 중앙집행위는 금속노조와 입장을 같이했던 바비를 사무총장에서 해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며칠 전인 9월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비는 새 노총 규약을 완성했고 57개 노조가 동참하며 코사투보다 훨씬 큰 노총이 될 것이라 주장했다. 하지만 거론된 노조들 다수가 코사투 이외의 기존 노총인 남아프리카노조연맹(FEDUSA)과 전국노동조합협의회(NACTU)에 속해 있어 새 조직이 규모에서 코사투를 능가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코사투 중앙집행위가 금속노조 제명을 결정했을 때 산하 20여개 산별노조 가운데 7개 노조가 그 결정을 비판했다. 그중 하나인 식품노조(FAWU)는 8월 말 열린 전국대의원대회에서 코사투 탈퇴를 결의함으로써 새 노총 건설에 힘을 보탰다. 식품연합노조는 금속노조 제명으로 코사투의 원칙인 단결이 훼손됐고, 코사투가 이념적으로 변질됐으며, 코사투가 정부의 반노동 정책에 침묵했을 뿐만 아니라 대의원대회와 중앙위원회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식품노조 대의원대회에 보낸 성명에서 “말잔치만 늘어놓으며 백인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 혁명을 사보타주해 온 ANC와 그 동맹세력인 공산당과 코사투를 더 이상 지지하지 할 수 없다”며 “자주적이고 전투적인 새 노총과 혁명적이고 사회주의적인 노동자 정당을 시급히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8월3일 지방선거에서 2011년 62.9%였던 ANC 지지율이 1994년 민주화 이후 최저인 54.4%로 떨어지고 수도 요하네스버그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야당이 약진한 결과를 언급하면서 ANC와 그 2중대로 전락한 공산당에 대한 기대를 접고 새로운 사회주의 정당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바비는 “코사투 노조들은 부패한 정부에 파묻혀 이미 사망했으며, 코사투도 죽었다”면서 식품노조에 이어 상업·요식업노조도 코사투를 곧 탈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남아프리카의 민주 변혁을 선도하던 코사투의 분열 배경에는 여당인 ANC의 실정과 부패, 집권 3자 동맹의 한 축인 공산당의 무능, 그리고 코사투 운동 자체의 분파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노동운동이 집권 동맹을 주도하지 못하고 하위 파트너로 전락했으며, 산별노조들이 비정규직과 저소득층을 비롯한 노동계급 전체의 이해는커녕 자기 조합원의 요구조차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초기업-산업별 단체교섭이 법제화돼 있으나, 이미 획득한 자원과 권력에 만족하면서 사업장 안으로 파고들어 노동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실질적으로 옹호하고 증진하는 데 실패했다.

자기만족적(complacent) 조직문화가 노동운동에 만연한 결과 산별노조 지도부는 ‘관료화’되면서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새로운 권력층이 만들어졌다. 2014년 코사투가 지출한 법률 비용이 3억8천만원에 달했는데, 그 상당액이 정파 갈등에 따른 법정 소송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해 코사투는 3억원을 차량유지비로 썼다. 반면 산하 산별노조들은 조합원수 감소로 재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퇴 결정을 내린 식품노조가 코사투에 미납한 의무금은 1억5천만원을 넘는다. 코사투가 산하 노조들로부터 받지 못한 미납금은 7억원을 웃돈다. 코사투가 ANC 선거 지원 등의 정치활동에 쓴 돈은 3억5천만원에 달했지만, 조합원을 위한 정책개발비는 500만원을 조금 넘었다. 남아프리카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월 130만원 안팎이다.

한국의 민주노총, 브라질의 통일노동자중심(CUT)과 더불어 1990년대 국제 노동운동을 선도했던 코사투의 분열은 이제 기정사실이 됐다. 급진적인 말들의 성찬 속에 현장은 무너지는데 노동운동가들은 분열로 치닫는 코사투의 오늘은 한국 노동운동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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