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들이 한상균 위원장에게 사퇴의사 재고를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한상균 위원장의 사퇴 및 새 지도부 구성 요청건'을 논의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중집회의는 4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차분한 분위기에서 논의가 오갔다는 후문이다. 한상균 위원장 사퇴에 반대하는 민주노총 조합원 서너 명은 회의장 앞에서 "첫 임원직선제로 당선된 집행부가 소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다.

일부 조합원들 사퇴 반대 서명지 배포

이날 회의장에는 '한상균 위원장 사퇴를 반대하는 조합원들' 명의의 사퇴 반대 서명지가 배포됐다. 갑을오토텍 조합원과 그 가족을 비롯해 1천964명이 이름을 올렸다.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위원장 직무대행)과 이영주 사무총장은 한 위원장 사퇴의사 표명을 보고한 뒤 "위원장의 결단을 존중하며 (동반) 사퇴한다"는 취지의 신상발언을 한 뒤 회의장을 떠났다.

중집위원들은 대체로 한 위원장이 사퇴 결단을 내린 이유를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한 산별연맹 위원장은 "한 위원장이 혁신을 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우리는 그 뜻을 아직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든, 새 지도부를 구성하든 민주노총 발전을 위해서는 한 위원장의 고민과 그가 남긴 과제를 우선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집위원들은 논의 끝에 "한상균 위원장 사퇴 표명과 관련해 위원장 의사를 존중하나 중앙집행위 만장일치 결정으로 사퇴 재고를 요청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중집 대표단 5일 한 위원장 의사 파악

김종인 부위원장·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김창곤 인천본부장 등 중집 대표단 5명이 5일 한 위원장을 면회해 중집 결정사항을 전달한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짧은 면회 시간 안에 한 위원장이 중집 결정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정리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주중에 변호인 접견을 통해 재차 한 위원장 의견을 확인하고 이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한 위원장의 뜻을 확인한 후 9일 오전 중집 회의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한상균은 민주노총 위원장직을 사퇴한다"며 "노동의 위기, 민주노총의 위기 돌파를 위해 직선지도부를 세웠으나 혁신을 통한 희망을 만들어 내지 못해 죄송하고 그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의 친필 서한을 민주노총에 전달했다. 최근 정책대의원대회에서 정치전략을 포함한 혁신안을 의결하지 못한 데다, 장기간 수감으로 인한 지도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한 위원장이 사퇴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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