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통합공무원노동조합 등 공공성강화 공동투쟁본부 소속 단체 대표자들이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공부문 성과주의 토론회 시작에 앞서 자리에 함께 한 국회의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미국은 공공부문에 성과제를 도입했지만 대부분 실패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의 서비스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다. 공공부문에 성과형 임금체계와 단기 업적주의가 도입될 경우 국민들은 서비스 질 저하를 겪게 될 것이다.”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공직사회와 공공부문에 성과주의 확산을 시도하고 있는 정부 정책을 두고 내놓은 평가다. 선진국에서 실패가 증명된 제도일 뿐더러 국민의 삶을 후퇴시키는 제도라는 주장이다. 당사자들의 경우 “강화된 노동통제·임금하락·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란 의견도 덧붙였다.

공공성강화 공동투쟁본부가 3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에서 ‘공공부문 성과주의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공동투쟁본부에는 공노총·통합공무원노조·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조·한국교총·전국지방공기업연맹이 참여했다. 지난달 22일 발족했다.

미국 1970년대 추진, 2009년부터 완전 폐지

정부는 올해 1월부터 일반직 4급 과장급 이상에만 적용해 온 성과연봉제를 5급 과장보직을 비롯한 경찰·소방 등 특정직 관리자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공무원들을 개별 평가해 직위해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노 소장은 “공공부문 성과급제도는 효과성을 분석한 기존 연구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소개했다. 노 소장에 따르면 미국은 1978년 공공서비스개혁법을 제정해 공공부문에 처음 성과급제를 도입했는데 준비 부족과 형평성 논란으로 1984년 폐지했다. 미국 감사원은 1981년 보고서에서 “직원들이 보상이 높은 특정 항목의 점수를 받는 데에만 집중하는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다시 1989년 공공부문 고성과자에게 추가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했지만 평가방식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면서 4년 뒤 폐지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1년 9·11 테러를 계기로 국방부 소속 70만명의 공무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적용했는데, 이 역시 2009년 오바마 행정부에 의해 폐지됐다. 미국 감사원은 2008년 “국방부 직원 대부분이 제도에 불만을 표시했고, 동기부여에 악역향을 미쳤다”고 발표했다.

노 소장은 2009년 미국행정학회보에 실린 제임스 페리 교수의 연구논문을 인용해 “미국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 도입 시도는 실패로 평가받는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문은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의 공공부문 성과연봉제를 직접 다룬 57개 선행연구를 선정해 분석했는데 “공공부문 성과급은 의도했던 역할 수행에 지속적으로 실패했다”고 결론 내렸다.

노 소장은 “백보 양보해 성과연봉제가 노동자에게는 불이익하지만 공공부문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면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마이크로 소프트 등 글로벌기업들조차 팀워크를 저해한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유지해 온 성과관리제도를 폐지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성과주의는 '전 국민 전과자' 만들기"

공직 사회에 성과주의가 확산될 경우 ‘서비스 질 저하’를 넘어 국민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현장 목소리로 나왔다. 장신중 전 강릉경찰서장은 “경찰 성과주의는 곧 전 국민 전과자 만들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전 서장에 따르면 올해 3월 부산지방경찰청은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활성화를 위해 경찰관들이 개인 차량 블랙박스 교통위반 상황을 촬영해 이를 단속에 활용하도록 했다. 장 전 서장은 “교통단속 주무기관인 경찰이 시민들 몰래 위반 사실을 촬영하는 것은 질서유지나 안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성과평가 때문에 국가기관이 해서는 안 될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형사범죄 단속 실적에도 같은 성과평가가 적용되면 마구잡이 입건 사태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정은애 부안소방서 소방경은 생명 안전을 다루는 소방업무에 숫자로 상징되는 성과경쟁이 불붙을 경우 국민의 안전은 도외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소방경은 “구조·구급·출동을 많이 한 것을 고성과로 평가한다면 비응급환자에게도 119신고를 많이 해 달라고 부탁해 정작 응급환자가 이용하기 힘들게 될 것”이라며 “‘네가 가면 우리도 간다’는 동료애로 서로 목숨을 지켜 내는 소방관들이 꼴등을 면하기 위해 동료를 밟고 서야 한다면 어떻게 현장을 감당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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