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혜정 기자

정부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의지를 불사르고 있는 가운데 파견법을 둘러싼 여야 간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새누리당은 19대 때 제출했던 노동 4법(근로기준법·파견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을 그대로 발의했고, 야당은 근로자파견 대상 업무 축소와 차별금지 조항 입법으로 맞불을 놓았다.

29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20대 국회 비정규직 입법과제 대토론회'에서는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전문가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전문직·뿌리산업 종사업무의 파견확대와 파견·도급기준 명문화를 골자로 한다. 이날 토론회는 양대 노총과 한정애·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진국·장석춘·임이자 새누리당 의원,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 노동시장 양극화 촉진"=발제를 맡은 김선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는 비정규직 문제를 인권·정의·사회통합의 문제로 바라볼 것을 주문하면서,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이행하는 것에서 문제를 풀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기간제 사용사유 제한 △기간제 사용기간 및 파견근로 사용기간 연장 반대 △파견업무 확대 반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상시업무에 대한 간접고용 원칙적 금지 및 직접고용 △사내하청 근로자 차별시정 신청권 인정 △특수형태근로 종사자 노동 3권 보장을 권고했다.

김 변호사는 "인권위가 인권과 정의의 관점에서 권고한 사항이므로 양보나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 발의한 비정규직 관련법, 특히 파견법 개정안은 인권위 권고안에 완전히 배치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확대는 정규직 근로자의 정년을 60세로 변경한 법 개정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인 데다, 뿌리산업 업무에 대한 파견 전면허용은 이미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된 대기업 사내하청을 합법화시켜 주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뿌리산업에 인력이 부족해 파견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파견으로 해결될 인력이 있다면 그 인력을 직접고용하면 된다"며 "타당성이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인권위는 지난해 5월 정부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에 대해 "근로자파견이 가능한 업무를 대폭 확대하고 사용기간 규제를 완화하는 안은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파견근로자 증가를 가져와 노동시장 양극화를 촉진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김인재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파견확대는 60세 정년법(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과 배치되고, 국민연금 수급연령이 61세로 돼 있는 법제와도 괴리가 생긴다"며 "고령자에 대한 파견확대가 사회적으로 요청된다고 해도 관련 법제와의 정합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뿌리산업 업무에 대한 파견 전면허용은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의 파견을 허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뿌리산업 인력부족은 산업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을 전개해 해결할 문제이지, 파견법 개정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고 밝혔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실장은 "파견법 제도개선 논의의 시작은 불법파견이 인정된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과 근로감독으로 불법 사내하청에 대한 해결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총 "비정규직, 지금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길 바란다"=재계를 대표해 참석한 한국경총 관계자는 비정규직 문제를 과도한 정규직 보호와 정규직 책임론에서 찾았다. 김영완 경총 노동정책본부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려면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책임 있는 자세와 양보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추상적인 법 이론에 집착할 게 아니라 실제 산업현장의 기간제 근로자들의 의사를 되새겨 봐야 한다"며 "대다수 기간제 근로자들은 현재 일자리에서 오래 일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안전업무와 관련한 외주화 정책의 폐해를 드러낸 서울지하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건에 대해 "직접고용이나 외주화 여부가 안전문제의 본질은 아니다"며 "정규직 강성노조의 근로조건 유지를 위한 상대적 불이익을 비롯한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기 때문에 불합리에 대한 개선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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