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거짓말이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읽었다. 김탁환이라는 작가의 장편이다. 의문의 원인으로 침몰한 세월호 참사 사건에서 배에 갇혀 수장된 304명의 시신을 찾아내 건지는 작업을 했던 한 잠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소설이다. 가슴이 저려 오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다.

두 달 동안 맹골수도에서 세월호 희생자 구조작업을 한 잠수사들 가운데 김관홍이라는 분이 있었다. 이분이 지난 6월17일 자택 인근 비닐하우스에서 사망했다. 고인에게는 부인과 초등학생 딸 둘, 올해 갓 유치원에 들어간 아들 하나가 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됐다.

전후 사정은 이렇다. 4·16 세월호 참사 당시 수색 도중 사망한 이광욱이라는 잠수사가 있었다. 검찰은 동료 잠수사들의 연장자로서 해경의 지시를 동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공우영 잠수사를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워 2014년 8월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김관홍 잠수사는 부당하게 기소된 동료 공우영 잠수사의 억울함을 풀어 주고자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여하는 등 백방으로 노력했다. 국감 증인석에서 그가 한 이야기는 이러했다.

“저희가 간 게, 양심적으로 (수색현장에) 간 게 죄입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타인한테 이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어떤 재난에도 국민을 부르지 마십시오. 정부가 알아서 하셔야 합니다.”

그는 세월호 사건으로 잠수병을 비롯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 특히 꽃다운 학생들의 억울한 죽음과 동료 잠수사의 기소로 커다란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은 현재 집권 새누리당의 대표다. 최근 밝혀진 사실이지만 우병우 민정수석은 세월호 사건 수사가 시작되던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에 발탁됐다. 그 당시 세월호 침몰하던 때의 구조 과정을 수사하던 광주지검 해경 전담수사팀은 구조현장에 출동했던 김경일 해경 123정장을 체포했다. 근무일지를 조작한 범죄 외에 구조활동을 소흘히 한 점을 들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법무부 장관은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 구속하려는 검찰을 막아섰다. 그 논공행상으로 그들은 지금 각각 민정수석과 국무총리로 승진해 있다.

반면 공우영 잠수사는 1년 반 동안의 지루한 재판 끝에 지난해 12월7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 계속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2심 재판은 반년이 지나도록 아직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김관홍 잠수사가 비닐하우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앞서 참사 당시 구조에 큰 역할을 했던 ‘파란 바지의 의인’ 김동수씨는 지난해 12월14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너무 한 거 아닌가!”라며 증인으로 나온 공무원들의 거짓 증언에 항의하며 자해했다. 증인들은 “모른다”거나 “기억 못한다”는 거짓말 증언으로 일관했다.

또 4.13총선으로 박근혜 정권이 심판받았다고 하지만 정부·여당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연장하는 특별법 개정 논의에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뿐더러 돈이 없다는 거짓 구실로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파견 공무원들의 월급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본대로 복귀시키고, 친정부 조사관들을 그만두게 하는 등 조직적인 방해로 특조위를 말려 죽이려 하고 있다. 아직 선체인양도 이뤄지지 않았고 수습하지 못한 분들이 아홉 분이나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는 여야가 합의한 국회 청문회 대상에서 빠졌다. 세월호 특조위는 강제 해산되기 직전이다. 분노한 세월호 유족들은 지난 25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백남기 농민 청문회 추진을 촉구하며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다. 시작에서 끝까지, 대통령에서 말단 공무원까지, 거짓말로 시작해서 거짓말로 끝내는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지난 6월14일 일본의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저널>이 한국 사회에 거짓말이 만연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해 국내외에 화제가 되고 논란을 불러일으킨 일이 있었다. 이 신문은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혹은 “한국은 세계 제일의 사기대국”이라고 하면서 “예전부터 사회 전반에 거짓말과 사기 행위가 만연했지만, 경제 불황이 심해지면서 사기 범죄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한국 정치인이나 공무원들은 많은 뇌물을 받고 있으며, 특히 전두환(재임 1980~88년) 이후 대통령들은 모두 본인이나 친족에게서 뇌물 또는 부정축재 혐의가 발각됐다. (…) 나라 전체가 거짓말 학습장으로, 대통령 등 영향력이 큰 사회 지도층들이 대담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보도했다.

일본 자본가계급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경제신문이 한국을 도덕적으로 폄하했으니 기분 좋을 리 없다. 하지만 그 글 속에 거짓말이 아닌 사실들이 상당히 들어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나라는 그 신문이 다 말하지 않은 엄청난 거짓말들로 넘쳐난다. “노력하면 된다”는 사회지도층의 거짓말에서부터 “손해 보고 판다”는 장사꾼의 거짓말을 거쳐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이라는 정치인의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그런 거짓말의 만연은 한민족의 민족성에 기인하는가. 그보다는 한국 사회의 천민자본주의 사회 성격에 기인할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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