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

요즘 우리 서민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건 역시 날씨인 것 같습니다. 사상 초유의 이 더위는 가뭄과 기상청의 잦은 오보가 겹치면서 짜증을 더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인간들의 욕심으로 인한 무분별한 화석에너지의 오남용으로 오존층이 파괴되는 등 지구 전체가 몸살을 앓으며 기온이 상승하리라는 것이 예측됐고, 그것은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불투명하게 하는 요소로, 결국은 재앙을 불러오리라는 경고였습니다. 이에 대비해 전략적 관점에서 대책을 세우고, 먼저 해야 할 일부터 실천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일입니다. 이를 주도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비상식적인 엉뚱한 일로, 더위에 지친 국민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적으로 만들어 종북 프레임으로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유체이탈 화법에서도 보는 것처럼 자질 부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식한 사람에게 주어진 제황적 권력, 그것이 어떻게 나타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고, 그 구체적 상황 속에 우리가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대응태도나,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와 사드 배치 과정에서 보는 것처럼 막무가내와 불통 외에 달리 할 말이 없습니다.

더욱 안타깝고 화나는 것은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관점과 태도입니다. 구중궁궐이 아니면 별천지에서만 살아온 1%에게 노동의 올바른 관점을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라 할 수 있겠으나, 노동과 노동자를 우리 경제의 걸림돌로 생각하고, 노동조합에 대해서는 적대적 관점으로 척결 대상으로 여기는 것은 명백한 반헌법적 행태입니다. 노동기본권을 아예 무시하고 공무원노조를 인정하지 않는다든지 전교조를 다시 법 밖으로 몰아내고 있습니다. 또 국정의 파트너로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며 함께해야 할 노동세력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집요하게 공격하는 행태는 세계경제 회생의 노력에도 역행하는 반역사적 행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은 깎아내리고, 노동운동을 원천봉쇄하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것을 노동개혁이라 부르짖으며 주야장천 외치며 국민을 겁박하며, 그것이 자기 정치철학인 양 떠들고 있으니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

이 제황적 단임 대통령 중심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개헌도 거론되고 있습니다만, 어려워 보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 임기도 이제 1년4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급한 것은 다음 대통령을 제대로 세우는 일입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정책대의원대회에서 대선방침을 비롯한 정치방침을 결정하지 못했다 합니다. 진보진영의 분열 이후 노동운동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일입니다.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새누리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아오는 데 최대의 목표를 두고, 이런 정도의 노동관련 공약을 확실히 하고, 당선시 반드시 관철시킬 의지가 있는 후보를 지지하고, 그의 당선을 위해 열심히 뛸 각오를 하고 있습니다.

우선 헌법상 노동 3권의 확실한 보장입니다. 공무원노조나 전교조는 말할 필요도 없고,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노동자 등 모든 노동자가 노조하기 좋은 나라가 돼야 합니다. 아울러 산별노조가 확대되고 산별교섭이 법제화 돼야 합니다. 또한 노동자를 국가운영의 파트너로 하기 위한 노동이사제와 노사공동결정제가 도입되고, 대통령 직속의 강화된 새로운 노사정 사회적합의기구가 설치·운영돼야 합니다. 비정규직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개정돼야 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관철로 정규직-비정규직의 차별은 완전 해소돼야 합니다. 아울러 최저임금은 1만원 이상으로 단기간에 인상해야 합니다. 나아가서 노동시간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철저한 준수로, 인금체불·산재사고·성폭력 등이 근절돼야 합니다. 이 정도의 노동부문 공약이라면, 다른 부문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실천입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다 보면 또 기회를 잃어버립니다. 지금부터라도 절박한 마음으로, 이런 진정성과 경험을 갖춘 후보를 찾고 만들어 그와 함께 노동 중심의 새로운 나라 건설에 우리 모두 함께 나서도록 합시다.

전태일재단 이사장 (president110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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