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4일 가습기 살균제에 유해 성분명을 표기하지 않은 SK케미칼·애경·이마트의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 같은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인체에 유해한지 조사가 진행 중이니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이유다. 야당 의원들은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피해자들은 공정거래위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날 공정거래위가 심의 종료를 선언함에 따라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3사는 과징금 부과나 검찰 고발 같은 제재를 피하게 됐다. SK케미칼은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다. 애경과 이마트는 각각 SK케미칼에게서 제품을 납품받아 자사 상표를 붙여 팔았다. 이날 결정은 공정거래위 사무처 판단과는 정반대다. 사무처는 이들 3사가 CMIT 계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하면서 주성분인 독성물질 표시를 은폐·누락했다고 봤다. 반면 공정거래위 소위는 CMIT 계열 물질이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처럼 인체 위해물로 판명나지 않았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 공정거래위는 2012년에도 PHMG 계열 제품을 판매한 옥시 등 4개 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CMIT 계열 제조·판매사인 3개사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회 가습기 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대책 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공정거래위 결정에 반발했다. 이들은 공동논평을 내고 “50여일간 국정조사를 통해 CMIT·MIT 단독사용자가 특이질환인 폐섬유화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여러 차례 확인했다”며 “공정거래위는 의사들의 임상적·역학적 결과보다 잘못된 동물실험에 근거해 인체에 무해하다고 판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위가 소비자가 아닌 대기업인 SK케미칼과 이마트 편에서 면죄부를 준 이번 결정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9월2일 종합 국정조사 때 엄중히 책임을 묻고, 감사원 감사청구와 검찰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도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거래위를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가족모임은 “가습기메이트가 무해하다면 우리 가족은 누가 죽였느냐”며 “공정거래위 의결은 검찰과 환경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그동안 지적된 문제점들을 하나도 반영하지 않고 제조·판매사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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