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일본 현지에 세운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 한국노총
양대 노총이 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 노동자들의 실상을 알리고 그들의 희생을 기리는 노동자상을 현지에 건립했다. 노동자상 건립식에 참석하려던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일본 입국이 거절돼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양대 노총은 24일 오후 일본 교토부 교토시 우쿄쿠 신오타니광산 인근에 위치한 단바망간기념관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조선인 노동자상 건립 및 제막식'을 개최했다. 같은날 오전에는 일본 마이즈루에서 우키시마호 침몰 희생자 합동추모행사에 함께했다.

양대 노총은 2014년 우키시마호 침몰 희생자 합동추모제에 참석한 뒤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했다. 추모제는 1945년 8월24일 강제로 징용됐다가 귀국하던 수천 명의 조선인을 태운 우키시마호가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발로 침몰해 500여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사건을 기리는 행사다.

양대 노총은 조합원 모금으로 1억3천400만원의 건립기금을 마련해 노동자상을 제작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을 만든 작가들이 동참했다. 노동자상은 한국에서 제작해 최근 항공편으로 일본에 반입했다.

건립·제막식이 열린 단바망간기념관은 일제강점기에 강제징용돼 단바망간탄광에서 일했던 고 이정호씨가 자신의 전 재산을 모아 89년 건립했다. 재정난으로 한때 폐관했다가 2012년 한일 양국 시민단체들의 힘으로 재개관했다. 지금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날 기념식에서 "강제징용을 합법적이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향해 과거사 문제를 우리 노동자 문제로 직시하고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의미를 담아 행사를 열었다"며 "역사책에조차 제대로 나와 있지 않은 수백만 명에 이르는 강제징용의 비극적 역사를 조합원과 국민들에게 알려 내는 사업을 공동으로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내년 3·1절을 즈음해 서울에 두 번째 노동자상을 건립할 계획이다.

건립·제막식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양대 노총 임원들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하려던 최종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일본 간사이공항에서 입국이 거부돼 한국으로 되돌아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본이 전과이력을 이유로 입국을 거부했는데 위원장 직무대행의 전과는 10여년 전 노동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래된 일"이라며 "강제징용 역사를 숨기려는 일본 당국의 정치적 탄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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