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원청에 사용자성을 부여하고, 원청 사업주의 대체근로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권두섭 변호사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본 핵심적인 입법 과제들이다.

민주노총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간접고용 노동기본권 보장 입법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사내하청·공공부문 등 소속 조직별로 간접고용 폐해를 고발하고 이를 개선하는 관련법 개정을 촉구했다.

대체근로 투입으로 간접고용 쟁의권 형해화

이날 발제를 맡은 권 변호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겪는 대표적인 고충으로 고용불안을 꼽았다. 근로계약이 원-하청 간 계약에 종속된 탓에 하청업체가 바뀔 때마다 일상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1차 해고대상으로 떠올랐다.

임금과 노동조건 차별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제조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원청 정규직들과 동등하거나 유사한 업무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임금이 훨씬 적고, 각종 복지 혜택에서도 소외된다.

현대중공업 재해율은 0.66으로 조선업 평균 재해율(0.69)보다 낮지만 하청업체 재해율을 더한 환산재해율은 0.95로 1천대 건설업체 평균(0.43)을 두 배 이상 웃돈다.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일이 몰린다는 방증이다.

권 변호사는 특히 복수노조 시대를 맞아 ‘노동 3권 박탈’ 문제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 후퇴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을 원청이 아닌 하청업체를 기준으로 해서 전국 각지에 있는 동일 하청업체 파견노동자들이 창구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교섭단위를 분리했거나 합법적인 쟁의절차를 준비하더라도 하청업체가 변경되면 이를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어렵게 파업에 나섰더라도 원청의 대체인력 투입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노동 3권 행사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주장이다. 해법으로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을 확장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그는 “노조법이 집단적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법률인 만큼 사용자 지위를 근로계약을 전제로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노조 상대방으로서의 지위, 즉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사업주는 노조법 틀 안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인천국제공항공사를 거론하며 “헌법의 노동 3권이 형해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해당 기업들은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자 업체를 변경하거나 다른 노동자들을 하청업무에 투입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노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유다. 해당 개정안은 “사업이 도급이나 근로자파견계약에 따라 이뤄진 경우 원사업주는 수급사업주 소속 근로자들의 쟁위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직접 수행하거나 다른 수급사업주 소속 근로자로 대체 수행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원청 부당노동행위 하면 직접고용"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를 직접고용 사유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상우 금속노조 미조직비정규사업국장은 “아사히글라스가 노조 결성 핵심업체를 폐업시켜 집단해고를 했는데 중앙노동위원회가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다”며 “폐업을 통한 단결권 봉쇄 같은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원청이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같은 법적 강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대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입찰참가 자격이 2년간 제한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상 부정당업자에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미이행 업체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3당 관계자들은 이 같은 의견에 대체로 공감했다. 정길채 더불어민주당 노동전문위원은 “실질적인 지배력 내지 영향력이 있는 자를 사용자 개념에 포함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장철원 국민의당 노동정책전문위원은 “도급인이 사용자 역할을 한 경우 반증이 없는 한 위장도급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동진 정의당 정책위원회 정책기획팀장은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은 직접고용 원칙을 훼손하고 중간착취를 합법화한 것이기 때문에 ‘불법파견 금지’를 위해 파견법을 규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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