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생산직·영업직 노동자들이 임금인상과 협력사와의 지속가능한 동반성장 프로세스 구축을 요구하며 16일부터 옥쇄파업에 돌입했다. 오비맥주를 배송하는 화물기사와 상하차 작업을 하는 지게차 노동자들도 파업에 동참했다. 불공정한 원·하청 관계가 한꺼번에 곪아 터지는 모양새다. 오비맥주양노조공동투쟁위원회(화학노련 오비맥주노조와 화섬노조 오비맥주지회)는 회사에 이들 화물기사들과 지게차 노동자들의 근로조건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화물차·지게차 노동자들도 "옥쇄파업"=16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부터 화학노련 오비맥주노조(이천·광주공장)는 이천공장에서, 화섬노조 오비맥주지회(청주공장·영업부문)는 청주공장에서 각각 파업 출정식을 개최했다. 이 출정식 자리에는 오비맥주를 각 유통업체에 배송하는 화물기사 130명도 동참했다.

화물연대 대전지부 오비맥주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영길)에 따르면 이천공장(50명)·청주공장(80명) 물류를 배송하는 화물기사들은 옥쇄파업에 결합하고 있고, 광주공장(30명) 화물기사들은 공장 앞에서 비조합원들의 운송을 막고 있다.

화물기사들은 오비맥주가 물류운송을 위탁한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운수회사에 속한 지입차주들이다. 화물기사들은 오비맥주의 널뛰기 맥주 화물 운송정책 때문에 파산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오비맥주 생산·영업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결합한 이유다.

박영길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비맥주가 물동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면서 2014년 맥주 배송차량을 11톤 화물차에서 25톤급 이상 대형차로 바꾸라고 요구했다"며 "빚을 내 대형차량으로 교체했더니 올해 초부터는 5톤 직송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오비맥주는 배송과정을 단순화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현행 공장-물류센터-대리점으로 이어지는 배송과정에서 물류센터에 들르는 과정을 생략하겠다는 것이다. 5톤 차량으로 공장에서 대리점까지 직접운송하도록 하면 운송비와 물류센터 관리비·인건비·임대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화물차주들 처지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2억~3억원을 들여 25톤급 대형차로 바꿨놨더니, 이번에는 직송화 정책으로 일자리 자체를 위협받게 됐다는 하소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오비맥주는 2년 새 운송비를 세 차례나 삭감했다. 차량 대형화로 물량 효율화가 높아졌다며 지난해 5월과 7월에 5.8%씩 운송료를 깎은 오비맥주는 올해 5월에 운송료 8%를 또 삭감했다. 지난해 맥주 소비량이 줄어 물동량이 35% 감소했다는 이유였다. 박 위원장은 "이대로라면 화물기사들이 길거리로 나앉게 된다"며 "일방적으로 삭감한 운송료를 현실에 맞게 원상복귀시키고, 직송화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섬노조 오비맥주 사내하청지회 조합원 27명도 이날부터 지게차 운행을 중단했다. 이들도 CJ대한통운이 재하청을 준 업체에 속한 지게차 지입기사들이다. 청주공장에서 물류 상하차를 하는 이들은 광주공장 지게차 기사들과의 임금·상여금 격차를 맞춰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동규 사내하청지회장은 "광주공장에 비해 기본급 22%, 보너스 200% 차이가 난다"며 "같은 일을 하는데 공장 간 임금·상여금 격차가 너무 많이 난다"고 말했다.

◇"회사 이익만큼 협력사 노동자들도 대우해야"=장경연 화섬노조 오비맥주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오비맥주가 2010년 이후 시장 1위를 재탈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화물차주들, 지게차 노동자들, 슈퍼에서 오비맥주를 진열해 주는 주부사원들, 생맥주 기계 설치·AS기사 등 협력사 아웃소싱 직원들이 함께 노력해 줬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오비맥주가 성장한 만큼의 대우를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맥주시장 최대 성수기에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린 오비맥주는 사태 해결에 힘쓰겠다면서도 하청업체 문제에는 개입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노조와 지속적인 대화과 교섭을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화물차주들이나 지게차 기사들과의 계약 당사자는 물류회사(CJ대한통운)라서 우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요구한) 5톤 직송화는 현재 시범운영 중이기 때문에 화물차주들의 일거리가 단절되지 않게 협의할 계획"이라며 "지게차 임금·상여금 문제는 협력업체들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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