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서울로 올라와 고시원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있다. 여러 군데에서 서류심사에 합격했지만, 면접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진다. 주변 친구들은 ‘고액 면접스터디’의 존재를 알려 준다. 시간당 30만~40만원이면 주요 대기업 인사과의 면접방식과 질문을 꿰고 있는 전문가의 밀착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스터디를 받고 안 받고 여부가 면접 당락에 대단히 결정적이라는 것은 업계의 오래된 풍문이다.

중앙정부의 청년수당 발목 잡기가 볼썽사납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대상자를 선정하고 1차 활동지원금을 지급한 지 하루 만에 지방자치법 제169조를 근거로 직권취소했다. 지난 10일에는 “정책 효과를 알 수 없는 현금 지급으로 인해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가 사라질까 걱정스럽다”는 문장이 담긴 카드뉴스를 보건복지부 공식 SNS에 게재했다. 카드뉴스에는 “청년들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 줘야 한다”는 식상한 훈수도 빠지지 않았다. 이런 수준의 인상비평이 새로운 청년정책에 대한 중앙정부의 공식 논평이라는 사실이 놀랍다.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하향했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제출된 '2016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 따르면 지속되는 글로벌 경제위기와 산업경쟁력의 약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구조적인 요인들이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청년실업은 꾸준히 악화하고 있다. 올해 6월 통계청 조사 기준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25만명에 달한다. 청년들에게 물고기를 줄 것이냐, 잡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냐는 논쟁은 허망하다. 그놈의 물고기가 멸종 위기 상태에 놓인 대한민국이라는 바다에서 노량진의 공무원시험 학원은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특수를 누리고 있다.

정부는 매년 2조원대 예산을 투입해 청년고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것으로 모자라 경제부처 장관들은 경제위기하에서 청년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추경예산을 시급하게 편성해야 한다며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높으신 분들이 청년 생각에 잠 못 이루고 계시지만, 정작 우리들의 현실은 악화 일로에 있다. 사회·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청년들의 대다수는 불안정 일자리에 내몰리고 안정적으로 미래를 준비할 수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미 정부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대외적인 환경 때문에 어렵다는 말은 더 이상 들어 주기 힘들다. 청년 문제의 지속이 미래사회에 가져다줄 충격을 겸허하게 진단하고, 모든 시도를 아끼지 않으면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기존 고용정책이 갖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설계된 일자리 안전망으로서 유효하다. 청년들이 다음을 내다볼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보장하는 것이다. 문제의 규모에 비해 아주 작은 규모의 정책이지만, 괜찮은 출발이다. 중앙정부는 청년 당사자의 시선으로 정책의 필요성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돈을 받으면 흥청망청 탕진할 거라는 설익은 편견과 불신을 거둬들이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가능성이 보일 것이다.

중앙정부는 도덕적 해이를 말할 자격이 없다. 청년수당의 당사자인 청년세대에게 불안함을 안길 자격은 더더욱 없다.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데, 정치적 갈등이나 작은 이견을 꼬투리 삼아 정책의 미래를 막는 것은 무책임하다. 확신컨대 청년수당(구직안전망)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시범적인 수준을 넘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돼야 한다. 누군가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 "지금 당장의 사회를 우리가 책임질 수는 없지만, 20년 뒤나 30년 뒤 사회의 모습은 우리 책임이지 않을까."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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