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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투쟁을 위하여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파업철이긴 한 갑다. 다시 임금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뉴스가 쏟아졌다. 여름휴가 직전, 현대자동차 파업을 두고서 평균임금이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보다 1천600만원이나 많다며 떼쓰기 파업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국자동산업협회와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대차의 연간 평균임금은 9천600만원으로 독일 폭스바겐 7천841만원(6만2473유로)과 일본 도요타 7천961만원(852만엔)에 비해 1천600만원 이상 높고, 우리나라 5개 완성차 업체(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지엠ㆍ쌍용차ㆍ르노삼성) 평균임금이 9천313만원이라고 이 나라 언론은 인용해서 보도했다.

2. 해마다 수조원씩 당기순이익을 실현하는 사업장에서 그 일부를 노동자 몫으로 달라는 게 뭐가 어떻다고 임금 수준이 높다고 야단이란 말인가. 어차피 노동의 몫으로 받아 내지 못하면 사내유보금이든 이익배당이든 결국 그것은 사용자 자본의 차지인 것을 두고서 말이다. 분명히 파업이 너무하다고 노동자를 비난하는 뉴스지만 바로 읽어야 한다. 노동자가 아닌 사용자 자본의 차지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걸 읽어야 한다. 나라 경제가 어렵고, 청년실업이 문제고, 비정규직에 최저임금 수준의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까지 온통 위기거나 어려운 지경인데 현대차 등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 배부른 파업투쟁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인데 그럼 그것은 노동자의 것이 아닌 사용자 자본의 차지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걸 읽어야 한다. 이런 뉴스를 생각 없이 읽지 않으려면 그럼 노동자가 아니면 누가 차지해야 하는지, 파업투쟁으로 노동자가 더 차지하지 못하면 누가 차지하게 되는지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제가 일해서 벌어들인 순이익을 자신의 몫으로 더 차지하겠다고 노동자들이 사용자 자본에 요구한다는 것이 부당한 것도, 불법도 아니다. 아무리 자본의 세상이라고 해도 법은 사용자 자본의 차지가 돼야 정의라고 선언하지도 않았다. 우리 세상의 정의의 법이 언제 노동자들과 사용자 자본에게 공평한 분배를 약속했던가. 제가 일해서 거둔 것에서 제 몫을 차지한 것이라면 그것은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일한 자의 것을 차지하는 것이라면 그것을 정의라고 말할 순 없다. 그러니 억대 연봉의 노동자가 더 달라고 요구해 투쟁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이 세상 정의에 반하는 듯이 보도하는 뉴스를 읽자니 나는 당황스럽다. 그런데 이렇게 당당히 말하기에 앞서 비난 뉴스를 읽다가 적시된 사실이 제멋대로 왜곡된 것이라서 그것이 나는 자꾸 거슬렸다. 그래서 살펴봤다.

3. 뉴스는 독일 폭스바겐 노동자, 일본 도요타 노동자의 임금 수준과 현대차 노동자의 평균임금을 비교해서 많이 받는다고 보도하고 있었다. 근속에 따라 자동으로 호봉인상이 되는 연공급 임금제라더니, 신입사원 초임의 3배를 늙은 노동자가 받는다 하더니 벌써 늙은 노동자투성이라서 그런가. 순간 나는 이런 생각까지 했다. 그런데 여기서 몇 시간을 일해서 그런 임금을 받는다는 것인지 아무 말도 없었다. 1시간 일해서 받는 임금과 2시간 일해서 받는 임금을 비교해서 2시간 일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많다고, 더 높은 수준이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독일 폭스바겐 노동자는 독일 금속노조가 사용자 폭스바겐 자본과 체결한 단체협약이 정한 주 33시간 노동제를 적용받는다. 과거 심각한 경영위기 때에는 노동시간을 주 28시간, 주 4일 근무제로 20% 단축하고 임금은 13% 줄이는 방안을 노사가 합의한 뒤 실천해 인력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른바 폭스바겐 사례를 만들어 내기도 했던 적도 있었다. 폭스바겐의 주 33시간 노동제에서는 어쩌다 초과근로를 해도 근로시간저축제 대체휴가로 사용하니 연평균 노동시간은 주 33시간을 초과하지 않는다. 그래서 받는 평균임금이 7천841만원이라는 것인데, 현대차 노동자는 주 33시간을 일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재작년 주간연속 2교대제가 도입되기 전에는 주야맞교대로 각 10시간반씩 주야로 교대해서 일하고, 거기다 주말에 1일은 상시적으로 일하며, 연월차휴가는 여간해선 사용하지 않고 일했으니 그 무렵 연간 노동시간이 약 2천750시간에 이르렀다. 이는 폭스바겐 노동자가 연간 6주 휴가를 사용하면서 주 33시간으로 일해 봐야 연간 1천300시간을 밑돈다는 것과 비교하면 살인적으로 일하는 거였다, 아마 폭스바겐 노동자가 현대차에 파견을 와서 일했다면 몇 달도 못하고 과로사를 당하고 유족이 나를 찾아와 산재소송을 해 달라 했을지 모른다. 물론 과로사당하기 전에 현명한 폭스바겐 노동자는 근로기준법에서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이, 현대차 단체협약에서 주 40시간 소정근로시간이 규정돼 있는 걸 알고서 주 40시간만 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나를 찾아와 상담했을지 모르겠다. 현대차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로 전환된 이후에는 주중 노동시간이 1시간 정도 줄었다고 하지만 주말에 1일은 상시적으로 일하고 심지어 주말 내내 일하기도 하고, 연월차휴가를 대부분 사용하지 않고 수당으로 받고 있는 것이니 아직도 폭스바겐 노동자에 비해서 연간 1천시간 가까이 더 일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니 실질적으로 2배 가까이 일하고서 1천600만원을 더 받는 셈이다. 만약 현대차 임금 수준이라면 폭스바겐 노동자는 연간 4천만원대 임금을 지급받았아야 했던 것이다. 도대체가 폭스바겐 노동자보다 많이 받는 억대 연봉의 현대차 노동자가 아니었다. 도대체가 폭스바겐 노동자보다 훨씬 낮은 임금 수준의 현대차 노동자였던 것이다.

일본 도요타를 보자.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현대차 사업보고서에서는 도요타 연봉을 2014년 기준 환율로 계산해서 930원대로 계산했다. 현재 환율 1천70원으로 계산하면 약 9천100만원이고 성과금은 미포함이다. 반면 현대차는 성과금 2천만원 가까이 포함한 것이라는 비난의 글이 게시돼 있었다. 사실이라면 아무 때의 환율을 적용했다는 것이니 사용자 자본의 입맛대로 임금수준을 가공한 것이 틀림없다. 2011년, 일본에서 한바탕 소란이 있었다. 일본 도요타의 사토루 전무란 자가 한국의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의 생산기능직 노동자를 비교했을 때 연간 노동시간이 현대가 1천시간이나 많다고 언급하면서 향후 10년이면 1만시간이나 차이 난다며 도요타도 현대차처럼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말이다. 당시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는데, 이런 말을 통해서보더라도 일본 도요타 노동자의 임금수준은 현대차 노동자보다 훨씬 적은 노동시간을 일하고서 받는 것임을 알 수 있다.

4. 올해도 어김없이 사용자 자본과 그를 대변하는 자들은 억대 연봉의 귀족노동자 타령이다. 구체적인 수치로 가공된 자료를 인용해 뉴스 기사로 보도하며 귀족노조가 파업투쟁을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파업하는 노동자, 노조는 사실은 억대연봉은 아니라고, 엄청난 잔업과 특근을 통해서 일부 노동자가 받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급여명세서를 제시하며 과장된 것이라고 변명을 하고 있다. 노동자가 많은 임금을 받는다는 게 비난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많은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파업투쟁에 대한 변명일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래 왔다. 이 나라 노동자 파업투쟁에서는 열악한 노동조건을 말하며 투쟁은 정당하다고 외쳐 왔다. 열악해야 파업투쟁을 할 수 있다는 듯이 이 나라 노동자는 스스로 변명하고 행동해 왔다. 심지어 대한민국의 헌법과 노조법조차도 노동자가 근로조건 향상 내지 유지·개선을 위해 노조를 만들어 교섭과 투쟁할 수 있다고 선언하고 있음에도 열악한 노동자여야 투쟁이 정당한 것인 양 이 나라에서 노동자, 노조는 열악하게 행동해 왔다.

지겹다. 이제 이렇게 우리가 더 열악하다는 식으로 이 나라에서 노조의 파업투쟁을 변명하는 걸 듣고 싶지 않다. 제발 우리의 현대차 노동자가 폭스바겐과 도요타 노동자들보다 더 적은 연간 1천시간만 일하고 더 많은 임금을 지급받겠다고 당당하기를 바란다. 당당히 요구해서 쟁취하길 바란다. 따지고 보면 이 나라에서는 열악한 투쟁이 문제였다. 기껏해야 법이 선언한 노동자권리를 보장해 달라는 투쟁이 노동자의 파업투쟁으로서 정당한 것인 양 외쳐 왔던 것이 문제였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투쟁으로는 불쌍한 노동자라고 읍소하는 투쟁말고는 없다. 도무지 노동운동은 새로운 노동자권리를 위해 나아갈 수가 없다. 불쌍하고 열악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살핌을 호소하는 것으로는 노동운동은 전진해 나아갈 수 없다. 이 나라 노동운동은 열악한 노동자의 투쟁이 없어서가 아니라 가장 규모가 크고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력과 투쟁력을 갖추고 있는 데서 보다 높은 노동자권리를 쟁취해 내지 못해 온 것이 문제였다. 이 나라 노동자는 현대차에서조차 주 40시간 노동제를 현실의 노동자권리로 실현해 내지 못하고, 장시간 노동을 통해서만 지금의 임금수준을 보장받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다 높은 수준의 노동자권리는 변명이 아니라 당당한 투쟁으로 쟁취해 내야 한다. 불쌍한 노동자타령의 열악한 투쟁으로 쟁취해 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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