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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간호사 죽거나 그만두는 일 없어야 …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 시급”경력 26년 책임간호사조차 목숨 끊는 병원, 인력난·감정노동·야간노동 심각
   
▲ 자료사진=정기훈 기자

"일이 힘들어서 죽거나 (병원을) 떠나는 일 없애려고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노동운동을 한) 20년 동안 구조적인 문제는 하나도 안 변했다. 산별노조 위원장으로서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고 착잡할 따름이다. 환자 생명을 살리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병원 일 때문에 죽어서야 되겠는가."

유지현(48·사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최근 전남대병원 수술실 책임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담아 이같이 말했다. 병원의 일방적 전환배치에 심적 부담을 느껴 사망한 이아무개(47) 간호사는 경력 26년차 베테랑 간호사였다.

유 위원장은 “안타까운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수익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두는 병원으로 만들기 위해 정부와 보건의료 노사가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경력 27년차 간호사다. 또래이자 연차도 비슷한 이 간호사의 자살에 자괴감을 느끼는 듯했다.

보건의료 노사는 지난달 20일 산별중앙교섭에서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교섭에 참여한 43개 병원은 비정규직 사용을 확대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줄여 나갈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유 위원장을 만났다. 그는 “병원 사업장에서 보건의료인력을 늘리고,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은 사회적 교섭인 초기업단위 교섭이 안착화돼야 가능하다"며 "산별교섭을 제도화해 노사가 의료산업 정책에 개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V 메디컬드라마는 동화 … 간호사들은 전쟁터에서 일해”

- 최근 전남대병원에서 경력 26년차 책임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2006년 전남대병원에서 간호사와 직원들이 집단으로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그때 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했다. 당시 직무스트레스를 줄이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번에 또다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없다. 자살한 이 간호사는 신입 간호사교육을 하면서 인증평가를 준비했다. 송년회 때 춰야 하는 안무연습까지 준비하면서 우울증을 얻었다. 그런 상황에서 10년을 일한 구강외과 수술실에서 다른 수술실로 보낸다고 하자 심적 부담을 느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비극적인 현실이다.”

- 전남대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병원 사업장의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다.

“야간노동을 하면 유방암이나 직업병 발병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3교대 근무를 한다. 간호사를 그만두는 날까지 야간노동을 할 수밖에 없다. 직업병에 걸릴 수 있는 근무환경에서 부담을 떠안고 일해야 한다. 사람 생명을 다루는 일이지 않나. 심적인 부담감이 크다. 게다가 간호사들은 의사와 환자를 상대하면서 감정노동을 해야 한다. 한 병동에서 5년차 미만 간호사 비율이 70% 이상이다. 신입 간호사들이 들어올 때마다 교육을 해야 한다. 못 버티고 나가는 신입 간호사들이 적지 않다. 선배 간호사가 괴롭혀서 나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잘 감싸 줘도 스스로 그만둔다.

연차가 올라가면 일이 편해져야 하는데 그 반대다. 간호사들이 의료기관인증평가 준비업무까지 떠안고 있다. 노조가 실태조사를 했더니 병원 주간 근무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9.8시간, 밤 근무자는 10.9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밥 먹는 시간까지 합쳐 쉬는 시간은 하루에 40분도 안 된다. 일이 힘들다 보니 노동자들도 지치고 의료서비스 질도 떨어진다. 의료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높아지는 실정이다. 간호사들이 불행해지면 환자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 보건의료 노동자 상당수가 여성인데.

“병원은 한마디로 전쟁터다. 간호사들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 전사처럼 일한다. 정부는 모성보호를 얘기하지만 보건의료 노동자들은 임신마저 눈치 보면서 순번을 정해서 한다. 생리휴가·출산휴가를 제대로 쓰지 못해 모성마저 보호받지 못한다. 노조 실태조사 결과 법적으로 보장된 월 1회 생리휴가를 연 평균 4.9일밖에 쓰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육아휴직 사용 비율도 41.3%에 불과했다. 설문에 응답한 노동자들 상당수가 가임기 여성이었다. 모성보호는 먼 나라 얘기다. 최근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메디컬드라마가 인기인데, 드라마 속 간호사 모습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그야말로 동화 속 이야기다.”

- 노조가 ‘환자존중·직원존중·노동존중 병원 만들기’ 캠페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보건의료 노사가 ‘환자존중·직원존중·노동존중 등 3대 존중병원 만들기’에 관한 합의를 맺었다. 병원 사업장에서 폭언·폭행 같은 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종합적인 매뉴얼을 마련했다.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병원 조직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이다.”

“국가를 보건인력 컨트롤타워로 만들어야”

- 주요국 보건의료인력 상황은 어떤가.


“우리나라의 경우 간호사 1명이 돌보는 환자가 평균 17.7명이다. 미국(5.3명)보다 3.3배나 많다. 지방으로 내려가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간호사 1명이 입원환자 40~50명을 돌본다. 용인정신병원 간호사는 환자를 100명까지 맡았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국민도 한국이 세계 최고다. 일본은 127명, 프랑스는 136명인 데 반해 한국 간호사 1명은 무려 358.7명이다. 이로 인해 직무에 만족하지 못하는 간호사 비율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직업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간호사 비율은 68.5%로 독일(17.4%)보다 훨씬 높았다. 간호사 이직률을 높이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밥 먹을 시간도 없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는 노동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해법은 인력을 늘리는 것뿐이다. 아울러 야간근무·시간외근무와 장시간 노동, 불규칙한 교대근무를 개선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을 제정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면.

“의사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이 있고, 약사는 약사법이 있다. 그런데 간호사에 관한 법률은 없다. 정부가 병원에 종사하는 사람이 몇 명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원은 몇 명이고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 수요는 어느 정도나 되는지 알 길이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보건의료인력 문제가 공론화하기 시작했고,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화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올바른 보건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간호인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보건의료인력 수급 컨트롤타워를 병원 사용자가 아닌 국가에 두자는 것이다.”

- 19대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결국 통과되지 못했는데.

“19대 국회에 두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국회를 넘지 못한 건 그만큼 보건의료인력 문제의 심각성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산별교섭에서 노사는 특별법 제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노사정 TFT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정부가 재정부담을 핑계로 법안 제정에 소극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 노사 합의서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를 비롯한 정부부처와 국회·정당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달부터 입법청원을 위한 10만 서명운동도 추진한다. 9월28일 총파업 총력투쟁을 통해 보건의료인력지원 특별법 제정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위원장 임기가 내년까지다. 최선을 다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

구태우  ktw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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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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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현민 2016-08-13 15:21:28

    무슨 일이든 간에 어디서든 간에 스스로의 인권 자유가 보장되는 직업이 많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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