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팀장이 장난을 쳤다.”

올해 6월19일 병원측 전환배치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전남대병원 수술실 책임간호사 이아무개씨. 그는 숨지기 이틀 전 남편에게 이 같은 말을 연신 내뱉었다.

이씨는 같은달 14일 수술실 팀장 A씨와 면담을 했다. 그리고 수술실 구강외과에 남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접었다. 17일 병가 후 복직하기로 돼 있었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그리고 19일 오후 1시께 목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매일노동뉴스>는 3일 남편 최상민(51)씨 전화인터뷰를 통해 이씨가 숨지게 된 전후 과정에 대해 들었다. 최씨가 언론인터뷰에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의 증언은 “전환배치가 일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남대병원의 주장을 뒤집는 것인 만큼 논란이 예상된다.

최씨는 아내가 목숨을 끊게 된 결정적인 원인으로 전남대병원이 전환배치 철회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꼽았다. 그는 “(전환배치를 하지 않고 구강외과로) 원상복귀를 해 준다고 해서 아내가 면담을 하러 갔는데 팀장이 말을 바꿨다”며 “팀장이 나와 아내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자 아내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싸늘한 주검을 최초로 목격한 큰딸은 엄마가 사망 당시 웃는 표정을 지었던 것에 위안을 삼고 있다. 고등학생인 둘째딸은 사건 뒤 엄마 얘기를 하지 않는다. 최씨는 “아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하나님이 데려가신 것 같다”며 “매일 집사람이 옆에 있는 거 같고 잠자리에 누으면 (아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환배치 없이 원상복귀 한다더니”

이씨는 전환배치 지시를 받은 책임간호사 중 첫 번째로 인사명령을 접했다. 병원에서 수술실 간호사 5명을 전환배치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것은 4월 말쯤이었다. 이씨를 대신해 구강외과에 오기로 한 간호사는 이씨보다 먼저 입사한 간호사 B씨였다. 그가 B씨에게 인수인계를 해 주는 동안에도 병원측은 성형외과·신경외과·수술실 맞이간호사 중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이씨는 10년 이상 근무한 수술실을 나가는 것에 심적인 부담을 느꼈다. 남편 최씨는 "아내가 전환배치 얘기를 접한 뒤부터 호전됐던 우울증 증상이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전환배치를 재고해 달라고 병원에 부탁하거나 1년 무급휴직을 제안하기도 했다.

아내는 최씨에게 2013년 우울증 재발 당시 유언을 짐작케 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때 이씨는 “살기 싫다”고 말한 뒤 은행 통장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남편에게 알려 줬다. 올해 목숨을 끊기 전에도 이씨는 2013년과 같은 행동을 했다고 한다.

남편 최씨는 5월17일 수술실 팀장을 만난 자리에서 “전환배치를 시키지 않고 원상복귀시키겠다”는 내용의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팀장 말을 믿고 5월17일부터 6월17일까지 병가를 냈다.

“전남대병원 아내 사망 왜곡해선 안 돼”

최씨 주장은 지난달 11일 전남대병원이 보도자료에서 밝힌 내용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다. 병원측은 간호사가 신경외과 등 다른 부서로 이동을 수락했다가 거부하기를 수차례 반복했고, 결국에는 구강외과에 남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아내가 어느 과를 가야 하는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을 많이 불안해했다”며 “그런 가운데 수술실에서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간호사 B씨에게 인수인계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씨는 "병원측의 일방적인 업무지시와 업무과부하로 인해 이씨가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했다. 이씨는 2012년 의료기관 평가인증 준비 과정에서 업무과부하로 우울증을 앓았다. 당시 이씨는 신입간호사 수명을 교육했고, 송년회 준비를 위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 율동까지 연습해야 했다. 이듬해에는 우울증으로 입원치료와 재활치료를 반복했다.

최씨는 “아내가 전남대병원에서 일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지금 연차에도 이런 걸 해야 하는지 답답함을 호소했다”며 “아내가 인증평가를 두 차례 진행해 잘 알고 있어 병원측이 일을 맡겼고, 아내가 일을 잘 해내니까 병원에서 무리하게 일을 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005년 아내의 후배 간호사가 자살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도 병원측의 (일방적인) 조직문화는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최씨는 "병원측이 (사망원인을) 개인적인 질병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진실을 왜곡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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