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라이프생명보험이 노조를 구슬려 강도 높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후 저성과자를 무더기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2일 사무금융노조 현대라이프생명보험지부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하반기 업적평가 결과를 올해 초 발표했다. 전체 직원 중 15명에게 사실상 본인이 받은 연봉을 토해 내는 최하 등급(I)이 매겨졌다. 지부와 회사는 지난해 9월 성과연봉제 도입에 합의했다.

매년 S부터 I까지 6단계로 매겨지는 업적평가 결과와 연동해 연봉을 차등해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회사는 직원들의 임금을 일부 떼어내 상위 등급자에게 몰아주는 방식의 성과연봉제를 제안했다. 예컨대 영업직은 10%, 비영업직은 5%씩 각각 연봉에서 돈을 출연해 최하위 바로 위인 C등급에는 이를 돌려주고, S~B플러스까지는 더 주는 식이다.

최하 등급자만 손해 보는 구조다. 당시 노사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논의하기 위해 5차례 실무교섭을 벌였다. 사측은 2012년 현대라이프가 출범한 뒤 업적평가 I등급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점과 1~2명의 최하 등급자가 발생하더라도 노조에 구제권을 주겠다며 지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이를 수용했다. 노사는 그해 7월부터 제도를 소급해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직원들의 업적을 평가하면서 15명에게 I등급을 매겨 버렸다.

성과연봉제 합의 이후 출범한 현 지부 집행부는 처음에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사측이 어떤 약속을 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지난 6월 실무교섭 현장을 담은 녹취록이 발견되면서 일이 커졌다.

지부는 “녹취록을 통해 사측이 전 집행부에게 과거 3년간 최하 등급자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는 취지의 약속을 했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부는 녹취록을 제시하며 사측에 업적평가 결과를 수정하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박기태 부지부장은 “회사가 '합의서가 없으면 법적 효력이 없다'며 실무교섭 당시 약속을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사 간 신의성실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이번주까지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 녹취록을 외부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회사 입장을 듣기 위해 노무담당자에게 수차례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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