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 직원의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른바 '금융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 임원의 성과지상주의를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그 시행령은 금융회사 전 직원의 성과연봉제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긴 것이다. 법의 취지와 시행령이 따로 노는 셈이다. 노동계는 원래의 취지에 맞도록 법률 개정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노동계 '시행령 폐기' 전담팀 꾸려

금융노조는 1일 오후 서울 다동 회의실에서 긴급지부대표자회의를 열고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대책위원회’를 꾸리기로 했다. 대책위는 홍완엽 수석부위원장을 위원장으로 총 10명으로 구성된다.

향후 각 은행들이 시행령을 오단해 내부 정관을 개정하는지 여부를 감시하고, 시행령을 무효화하는 활동을 벌인다.

금융노조는 이날 여러 은행들에게 “시행령을 성과연봉제 전면도입의 도구로 활용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발송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는 대통령령으로 ‘성과와 연동되는 보수’ 적용 범위와 세부 사항을 위임하고 있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가 불완전 판매증가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임원의 성과급을 일정기간 이상 이연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금융위는 시행령에 성과연봉제 적용 범위에 임원과 직원을 모두 포함시켰다. 비정규직은 임의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면서 사실상 전체 직원을 성과연봉제 대상자로 못 박았다.

금융위는 시행령에 “성과보수의 비율은 직무의 특성, 업무책임 정도, 해당 업무 투자성 등을 고려하여 달리 정할 것”이라는 기준도 제시했다.

시행령에 임원 성과급 이연 지급을 위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하라고 한 것인데도 엉뚱하게도 전체 직원 성과연봉제 적용이라는 부메랑이 돌아온 것이다. 금융위는 성과보수 이연 기간을 3년 이내로 정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임금을 이연 지급해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하는 것이 목적인데, 금융위가 전 직원에게 성과급을 신설하거나 확대하는 것으로 몰고 있다”며 “금융회사에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금융위가 모법을 왜곡하고 꼼수 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모법 개정 시동거나

야당을 중심으로 한 국회 차원의 대응도 본격화 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7명은 이날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사무금융노조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의 시행령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야당의원들은 모법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의원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예방하고, 금융사고에 대비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만든 법이 교묘하게 악용돼 전 직원 개인별 성과연봉제를 합법화하려는 권모술수로 둔갑했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국회의장 직속으로 모법취지에 반하는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한 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사무금융노조도 “시행령을 통해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강제한다는 것은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것을 넘어 헌법이 보장한 단체교섭권마저 부정하는 행위”라며 “금융위원회의 월권행위는 반드시 국회 청문회를 통해 규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성명을 내고 "성과보수체계의 한정적 도입을 통해 투자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애초의 법 제정 취지를 몰각하고, 시행령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하나인 성과연봉제 강제 도입을 정당화시키려는 꼼수에 분노를 느낀다"며 "밀실에 앉아 정권의 눈치만 보며 꼼수 시행령이나 만드는 금융위를 즉각 해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노조와 사무금융노조는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폐기를 위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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