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7월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 지 꼭 5년이 지났다. 복수노조 설립 허용은 단결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조치다. 국제 사회와 노동계가 꾸준하게 허용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논의가 어긋났다. 교섭비용을 고려하면서 승자독식 방식의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가 도입되면서다. 기대는 우려로 바뀌었다. 노동권의 요체인 교섭권이 회사에 유리하게 재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별교섭을 강화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5년이 지난 2016년 이런 우려는 기우일 뿐이었을까.



‘창구단일화 강제’ 기업별노조주의 고착화시켰다

▲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복수노조 제도의 원래 취지와 달리 교섭비용을 우려해 도입한 제도적 장치가 입법적으로 불충분하거나 미비한 부분이 있다. 첫째 창구단일화 대상에서 과반수노조가 없을 때 공동교섭대표단 구성시 10% 미만 소수노조를 원천적으로 배제했다. 비정규직 노조 같은 소수노조가 태동하는 길을 막고 교섭권이 제한되고 있다. 소수노조 교섭권이 적절히 보호되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교섭대표노조 선출 과정에서 노조 간 실질적인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미국과 달리 전체 근로자가 아닌 참여 조합원의 절반 이상일 때 교섭대표노조로 정하고 있는데 보완이 필요하다. 두 번째 공정대표의무 제도에는 흠결이 있다. 공정대표의무는 원래 근로자측에 부과되는 의무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나 노조사무실 공간문제 등이 주된 쟁점이라 할 수 있는데 사용자측의 협조를 통해 그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합리적인 이유 없이’ 특정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을 다른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도록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오남용시 법령에 근거해서 절차적 요건이나 규정 위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창구단일화 강제와 공정대표의무 위반을 근간으로 하는 현행 복수노조 제도는 노조설립의 자유 보장보다는 기업별노조주의의 고착화로 이어졌다. 노조 간 대립도 심해져 건설적인 논의 대신 주도권 다툼으로 흐르고 있다. 10% 수준에 머물고 있는 노조조직률을 높이거나 단결권 신장에 크게 기여하지 못한 채 우리 사회에 만연한 반노조주의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고 건전한 복지국가로 이행하려면 기업별노조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 그 전제로서 최소한 초기업별 노동조합 지부의 교섭권과 현재 유지되고 있는 산별노조교섭 체제라도 잘 작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위법행위는 엄정조치, 제도 폐지는 바람직하지 않아

▲ 임서정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

13년간 유예돼 오다가 노사정 합의를 통해 2011년 7월1일 사업장 단위의 복수노조 및 교섭 창구단일화 제도가 시행된 지 5년이 지났다. 시행 당시 일부 우려와 달리 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이 확대되고 노동조합의 민주성·투명성이 제고됐다. 현장 중심의 합리적 노사관계 구축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일부 사업장에서는 노동조합 사이의 갈등, 사용자의 노동조합 간 차별 등 부당노동행위 및 공정대표의무 위반의 불법행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자체의 폐지까지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안착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폐지를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행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는 이미 다수 조합원의 의사를 반영하는 민주적 절차가 마련돼 있다. 교섭대표단을 구성하지 못하는 소수노조원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대표의무 제도도 도입돼 있어 헌법재판소에서 합헌이라 결정한 바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제도로 평가한 바 있다.

정부는 향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이행과정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위법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극 지도할 방침이다. 위법사항 발생 시에는 철저히 조사해 엄정 조치토록 하겠다.



복수노조 5년 성적표 낙제 그 이하

▲ 이상진 한국노총 조직본부 실장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이 벌어지는 사업장에서는 사용자들이 어김없이 들고 나오는 것이 복수노조다.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손에 쥐어질 단결의 자유가 사용자의 탄압 무기로 사용되고 있다면 이 제도는 더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노동조합의 근간은 조합원 권익 신장과 근로조건 개선이다. 그러나 현시점의 복수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로 인해 노노 간 분쟁이 증폭되고 있다. 단결권은 조직 확대 경쟁과정에 노동자 단결을 저해하고, 노동자의 가장 큰 무기로 주어진 단체교섭권은 오히려 사용자의 무기가 돼 버렸다. 설립된 노동조합의 모든 조합원 과반수가 동의해야 성립되는 단체행동권은 소수노조에는 그림의 떡이 된 지 오래다.

이 제도는 13년간의 긴 논쟁과 유보의 과정 끝에 만들어졌다. 그리고 지난 5년 동안 시행 끝에 받은 성적표는 낙제 그 이하다. 복수노조가 담겨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해 노동쟁의를 예방·해결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노조법의 취지를 어긴 법 조항이 있다면 그야말로 모순이다.

그렇다면 이제 바로잡아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이 다수 포함된 20대 국회다. 온전한 노동 3권이 보장되기 위한 창구단일화 제도 폐지 등 노조법 개정이 시급한 시점이다.



취지 살리려면 창구단일화 절차 없애야

▲ 김혁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

복수노조는 노동계에서 강력하게 요구했던 제도였다. 과거 비정규 사업장이나 대공장에 사용자가 유령노조를 만들어서 민주노조 설립을 막는 경우가 적지 않게 발생했다.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민주노조를 만들기 유리한 지형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다.

그런데 막상 복수노조제가 도입된 뒤 역효과가 나타났다. 창구단일화라는 독소조항이 원인이 됐다. 현재 복수노조인 사업장은 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사용자와 교섭을 하게 돼 있다. 그런데 사용자는 민주노조가 다수노조일 경우에는 개별교섭을, 소수노조일 경우에는 단일화절차를 거쳐 친사용자 성향의 노조에 교섭권을 몰아주고 있다. 어떤 경우에서든지 친사용자 노조의 이해가 많이 반영되도록 회사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제도가 설계돼 있다.

복수노조제의 원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창구단일화를 없애야 한다. 모든 노조와 사용자가 자율교섭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 둬야 한다. 당초 사용자들은 여러 노조와 대화를 할 경우 발생하는 '교섭비용'을 문제로 창구단일화를 옹호했다. 그런데 창구단일화는 현재 노조파괴를 위해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

한 사업장에 다수의 노조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 있다. 노조들이 서로 경쟁해 건강한 노조운동이 가능하도록 사용자의 직접 개입여지를 줄이는 방향으로 복수노조 제도를 바꿔야 한다. 창구단일화 폐지가 그 첫걸음이다.



새 제도 원만히 정착, 폐지 주장은 노사갈등 불러

▲ 김영완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복수노조와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도입 이후 노사관계는 안정적인 기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제도가 원만하게 정착됐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초기에는 신설노조 설립 급증, 부당노동행위 시비, 조합활동 보장 등을 둘러싸고 일부 사업장에서 노사갈등이 발생한 바 있다. 하지만 창구단일화 제도로 인한 교섭구조의 안정, 제도 안착을 위한 정부와 노사 모두의 노력으로 인해 우려했던 만큼의 혼란은 초래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노동계와 일부 정치권에서 창구단일화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성공적으로 시행돼 현장에서 순조롭게 정착되고 있는 제도를 뚜렷한 이유 없이 개폐할 경우 제도 변경으로 인한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크다. 특히 복수노조 허용에도 현장 노사관계가 안정을 유지한 가장 큰 요인 중에 하나가 창구단일화 제도다. 또한 당초의 법의 취지는 복수노조 허용과 아울러 비효율적인 우리 교섭제도·문화를 바꾸자는 데 있었다.

이제 와서 제도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노사갈등을 유발함은 물론 노사관계 선진화에도 역행한다. 지금 노사정이 집중해야 할 과제는 제도 폐지가 아니라 보완이다. 앞으로 노사정은 어렵게 마련된 복수노조와 창구단일화 제도가 보다 완벽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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