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케아 서랍장 파손사고로 다수 소비자들이 피해를 당한 가운데 적절한 피해배상과 권리구제가 요원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식 집단소송제와 유사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발의해 주목된다. 그는 지난달 16일 징벌적 배상법 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박 의원은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폭스바겐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가 발달한 미국에 17조5천억원을 배상하기로 합의하면서 한국 국민을 상대로는 배상계획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며 “국민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가 얼마나 허술한지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집단소송제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시행되고 있다. 1938년 집단소송을 처음 시행한 나라인 미국에서는 고엽제·석면·자동차·담배소송 등이 제기됐다. 영국·독일·프랑스·일본에서도 집단소송제가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다. 중국은 91년 민사소송법에 이를 명문화했다.

박 의원은 집단소송법 적용범위를 특정 분야에 한정하지 않고 전면 도입하는 내용을 제정안에 담았다. 미국식 집단소송제 같이 피해자 개개인이 원고가 되지 않아도 피해자 전원에게 판결 효력이 미치도록 했다. 피해자는 피해 내용을 개략적으로 주장할 수 있고 가해자(기업)는 피해자 주장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법원 판단 과정에서 가해자가 답변·해명을 하지 않거나 불충분해서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는데도 불응할 경우 피해자 주장을 진실한 것으로 인정하는 내용도 제정안에 포함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김현 징벌적 손해배상을 지지하는 변호사·교수모임(징손모) 상임대표는 “기업과 개인 간 소송시 정보불균형 문제가 있는데 집단소송법 제정안에서는 이를 슬기롭게 처리했다”며 “다국적 기업의 횡포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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