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불법파업’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노조의 파업을 불법이라고 낙인을 찍어 비난의 말을 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아자동차지부가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하는 걸 두고서였다.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나머지 금속노조 사업장들은 사업장 임금·단체협약에 관한 교섭이 결렬돼 조정과 찬반투표를 거쳐 한 것이라서 불법으로 비난하진 못하고 기업 사정이 어렵고 경제가 어떻고 국제 경쟁이 어쩌고 비법적인 비난을 하는데 기아차는 예외였다. 그 총파업의 날 오전 11시 나는 서울중앙법원에서 열린 통상임금 재판에 갔다가 방청을 왔던 기아차지부 간부들이 하는 말을 들었다. 기아차 파업을 불법 운운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저 현대기아차 공동교섭을 진행하고 조정신청과 찬반투표를 하고서 하는 건데 무슨 불법이냐고, 사측이 노동위원회 조정 결과에 의지해서 말도 안 되는 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서 이날 퇴근하면서 좌석버스에서 뉴스 기사를 찾아봤다. 임단협 교섭을 두고서 기아차지부가 조정과 찬반투표를 하지 않아 불법이라고 사측이 파업 주동자 노조간부들을 고발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었다. 사실 총파업을 두고서 이에 참여하는 특정 사업장지부에 대해서만 불법이라는 비난의 말을 퍼붓는 모습은 낯설다. 총파업에 불법이라는 비난의 말을 들어 왔던 나는 이런 비난의 뉴스를 나머지는 합법이라는 말로 읽게 된다. 파업은 으레 불법이라고 매도돼 왔던 터라 나는 별개 다 낯설게 보인다. 어쨌든 나머지 사업장은 불법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은 이번 금속노조 총파업에 참여한 ‘죄’로 기아차지부는 지금 뉴스에서 불법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리고 24일 뉴스는 사용자 기아자동차가 지난 22일 기아차지부가 파업을 벌인 것과 관련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지부를 고소했다는데, 이번 기아차의 고소는 광주·소하·화성·판매·정비 등 5개 지회를 대상으로 일제히 이뤄졌으며, 기아차는 25일께 각 지방고용노동청에 불법파업 혐의로 지부를 추가 고소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고 있었다(매일노동뉴스 2016.7.25).

2. 올해 금속노조는 출범 이후 줄곧 요구해 왔던 중앙교섭 중심의 산별교섭 쟁취에서 벗어나 현대차 중심의 공동교섭으로 진행해 왔다. 현대자동차그룹 소속 사업장들과 그와 관련된 부품 사업장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금속노조에서는 그 공동교섭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런데 교섭에 참여하는 사업장들은 협약 갱신 시점이 달랐다. 특히 임금협약 체결만 있는 현대차지부 등과 달리 기아차지부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까지 해야 하는 상태라 공동교섭이 아닌 별도로 사업장별로 임단협 교섭까지 해야 한다면 공동교섭에 참여하는 모든 사업장이 한 걸음으로 맞춰 진행하기가 만만찮다.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사용자는 총파업에 참여한 기아차지부를 불법이라고 비난하며 고소를 한 것이다. 총파업에 참여한 현대차지부 등 다른 사업장의 경우는 공동교섭뿐만 아니라 사업장 임단협 교섭까지도 조정과 찬반투표 절차를 거쳤던 것인데, 올해 단체협약 갱신까지 해야 하는 기아차지부로서는 사업장 임단협 교섭의 진척이 늦다 보니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이고, 이를 문제 삼아 사용자는 불법이라며 고소로 법적 비난을 구하겠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끼적거리다가 나는 더는 참을 수가 없다. 비난을 비난하지 않고는 더는 끄적거릴 수가 없겠으니 말이다. 공동교섭을 두고서 한 것은 뭐라고 절차 없이 파업하는 것이라고 불법이라고 비난한단 말인가. 공동교섭을 진행하다 조정과 찬반투표 등 쟁의절차를 거치고서 지난 22일 금속노조는 총파업을 했다. 기아차지부를 포함한 금속노조 조합원 13만5천명이 2~8시간 파업을 했다. 그리고 수만명이 상경해 오후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과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총파업 투쟁대회를 열었다. 현대차지부·기아차지부와 유성기업지회를 비롯한 현대차그룹 계열사·협력사 노조들은 '재벌개혁'이 적힌 손 피켓을 들고 현대기아차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에 모여 "원·하청 상생, 원청에 의한 하청노조 탄압 중단을 위해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고 재벌개혁 등을 외쳤다. 사업장 임단협 교섭과 관련해 쟁의 절차를 거친 사업장 조합원들도,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사업장 조합원들도 사업장 임단협 교섭 요구를 수용하라고 외쳤던 것이 아니었고, 재벌개혁을 외쳤다. 도대체가 사업장 임단협 교섭 요구를 쟁취하겠다고 쟁의 절차를 했어야만 불법을 면하고 합법을 득하게 되는 총파업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공동교섭을 위한 것이면 법 앞에서는 모두가 하나로 평가돼야 할 총파업이었던 것이다.

3. 임단협을 두고서 별개로 쟁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억지를 받아 준다고 해도 그렇다. 뭔 파업이 불법이란 말인가. 파업, 따지고 보면 노동자가 사용자에 얼마를 일해 주겠노라고 근로계약을 체결했는데 그걸 하지 않는 거다. 이 세상에서 자유인으로 태어났다고 선언된 인민은 근로계약을 통해 자유를 빼앗기고서 사용자에 복종하는 근로자가 된다. 이런 근로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것, 이것이 이 근대의 세상에서 노동자의 파업이다. 사용자 자본에게는 근로자를 사용한 자신의 사업이 멈추는 일이지만, 근로자 노동에게는 그저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사용자에겐 세상이 멈추는 일이겠지만 근로자에겐 사용자에 대한 복종을 멈추는 것이다. 노동자는 파업을 통해 근로계약상 복종하는 근로자에서 벗어나 자유인이 된다. 아주 잠시 자신의 신분에서 벗어나는 자유, 그것이 이 자본의 세상에서 파업인 것이다. 사실 조금도 거창할 것이 없는 일이다. 이 세상에서 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것, 뭐 대단한 일이 아니다. 유계결근이든 무계결근이든 사업장에서 수시로 있는 일이다. 파업은 노동자에게는 결근과 다름없다.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노동자에겐 다를 게 없다. 그러나 사용자에겐 파업은 결근과 다른 것이었다. 혼자서가 아니라 여럿이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용자의 사업의 전부 또는 일부가 멈춘다는 점에서 다른 것이었다. 결근은 사용자에게 위협이 아닌데, 파업은 사용자에게 위협이었다. 이것이 자본의 세상에서 법적 비난을 달리했다. 파업은 결근과는 달리 위험하다고 법적 비난을 받았다. 분명히 노동자에겐 아무것도 다를 게 없이 그저 일하지 않는 일이 다르게 법적 평가를 받아서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근대의 법은 선언했었다. 그런데 그것은 사용자의 편향의 편파적인 법이고 도대체가 중립의 가면도 쓰지 못했다. 그 법 질서는 오래 유지될 수 없었다. 시민의 자유를 주장하는 노동운동에 의해서 이 세상에서 파업은 자유라고 법적 선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파업은 결근과 다른 건 혼자서가 아니라 여럿이서 사용자가 불만을 갖고 한다는 것이고 일하지 않는데 불법이 어디 있는가. 일하지 않는 게 불법이라면 결근하면 징역을 살리고, 수백대 자동차 생산을 못했다고 차 값 물어내라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아무리 이 근대의 세상이 자본으로 폭주하고 있대도 그런 법은 인정될 수가 없었다. 이 자본의 세상에서 1870년대 파업은 불법이라 비난하며 형사처벌을 하는 것에서 면제됐다. 더는 파업을 한다고 국가 권력이 불법이라며 처벌하는 일은 없게 됐다. 불법파업이라고 처벌하는 일은 더는 국가 권력이 할 일이 아니게 됐다. 사용자가 사업 중단의 위협을 느꼈다고 해도 파업을 불법이라며 국가가 처벌할 수가 없게 됐다. 목적이 무엇이든, 쟁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든 무엇이든 불법이라며 파업을 처벌하는 일은 없게 되고서야 비로소 이 세상에서 노동기본권의 역사가 시작됐다. 노조를 만들고 사용자와 교섭하고 쟁의하는 것이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으로서 당연한 노동자의 자유 내지 기본권이라고 선언한 세상이 시작됐다. 이때부터 노동법의 역사가 시작된 거였다. 그리고서 몇 십년 노동운동은 파업을 일체의 법적 비난에서 면제받기 위해서 투쟁을 전개했고, 1910년대를 전후해 손해배상 등 민사책임의 일부까지 면제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4. 이상과 같은 파업의 역사로 보자면, 파업이 노동기본권으로 헌법에 기재됐거나 말거나 파업을 처벌해 달라고 절차 없이 한 불법이라고 처벌해 달라고 사용자가 고소하고 국가권력이 이를 수사해서 불법이라고 처벌하겠다고 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그런데 이 나라는 오랜 기간 그렇게 해 왔다. 불법이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합법파업이면 처벌하지 않지만 불법파업이면 처벌해야 한다고 엄단 의지를 천명해 온 것이 이 나라의 권력의 일이었다. 그런 권력을 믿고서 사용자 자본은 걸핏하면 불법이라고 처벌해 달라고 고소를 했다. 자본과 권력은 그렇게 노동자를 불만의 파업을 강제로 진압해 왔다. 이런 연유로 오늘도 이 나라는 불법이라며 처벌해야 한다고 파업을 처벌하려 하고 있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대법원이 조금 태도를 바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해서 막대한 손해를 끼친 경우가 아니라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판결이 선고된 이후부턴 노조가 파업을 한다고 일정 정해놓고 하면 여간해선 업무방해죄로는 처벌되지 않는다. 2010년·2011년 기아차지부 쟁의를 했던 당시 지부장 등 노조간부들은 대법원에서 무죄로 확정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그 사건을 변호했기에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때 이미 법적으로 확인됐던 것처럼 이번에도 그렇게 법적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도 사용자는 오늘도 파업을 두고서 불법이라 비난하며 고소·고발 운운하고 있으니 아직도 통할 수 있는 협박이라고 보는 것이겠다. 파업이 불법이라면 그런 파업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파업을 불법이라는 비난을 비난해야만 한다. 그저 일을 하지 않는 파업을 불법이라 비난하는 법이 있다면 그런 법을 비난해야 한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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