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노사가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한다는 데 합의해 주목 받고 있다. 노사가 병원에 비정규직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 현재 병원 사업장에서는 간호조무사·병동도우미·시설관리 노동자들이 기간제 계약을 맺거나 용역업체에 고용돼 있다. 임금인상분 일부를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21일 보건의료업계에 따르면 노사는 지난 20일 상시·지속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임금인상 일부를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사용하는데 노력한다”는 문구도 들어갔다. 교섭에는 국립중앙의료원·경기도의료원 등 42개의 병원이 참여했다. 나영명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협약을 체결한 만큼 비정규직 실태조사를 한 뒤 비정규직을 단계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사용 제동 거는 합의 실현될까

합의안에는 “비정규직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앙교섭에서 노조쪽 간사 역할을 한 나 실장은 “병원 모든 직종에서 비정규직을 현원 이상으로 늘리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며 “10명이 근무하는 부서에서 2명이 비정규직이라고 가정한다면 앞으로도 비정규직을 2명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산별중앙교섭 당시 노사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는데 올해 교섭에서는 한발 더 나아간 셈이다.

노사는 산별중앙교섭 협약서를 체결한 만큼 현장교섭과 특성교섭을 통해 사업장별로 교섭을 이어 갈 방침이다. 협약서 문구 해석에 따라 노사 간 이견이 생길 여지는 있다. “비정규직을 더 이상 확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구에 대해 병원 사용자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지난 13일 5차 교섭 당시 사용자측은 “간호조무사 직종과 다른 직종까지 정규직으로 고용할 경우 병원 부담이 크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정규직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해 노사가 세부계획을 마련하고, 노조가 요청하면 비정규직 사용현황(인원·계약내용) 자료를 제공하는 내용도 협약서에 담았다. 노사는 비정규직 규모를 줄이기로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정규직 전환 규모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노사 간 갈등의 불씨는 남았다.

노사, 비정규직 차별개선

노사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 개선에도 합의했다. 정규직과 비교해 비정규 노동자들이 임금·복지 차별 항목을 조사해 개선하기로 했다. 노조에 따르면 비정규 노동자들은 정규직보다 임금과 휴가비를 적게 받는다. 단체협약에 따른 복리후생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간접고용 노동자 규모도 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는 “전 직종에서 기간제 노동자가 사용되고 있는데 건강검진센터·방문간호업무 등에서 시간제 활용이 확인되고 있다”며 “청소·경비·주차·시설·전산·세탁업무는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외주화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보건업 비정규직 비율은 21.1%(직접고용 10.3%, 간접고용 10.4%)나 되고, 병원사업장 비정규직 비율은 14%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2007년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쓰기로 하는 합의를 했던 것처럼 올해 합의가 비정규직 해법찾기의 돌파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나 실장은 “2007년 당시 합의로 3천400명의 비정규 노동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됐고 처우도 개선됐다”며 “이번 산별합의에서도 임금인상분 일부를 비정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처우개선을 위해 쓰기로 합의한 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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