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Brexit)는 노동자계급의 몰락과 금융 우위의 세계화에 대한 분명한 이의제기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이 지난달 말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한 영국의 경제상황과 투표 결과를 분석해 내놓은 주장이다.

요약하자면 영국민들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부작용을 몸소 겪고 탈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 한가운데 제조업 노동자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대안·약탈경제반대행동·한국사회경제학회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붕괴하나’를 주제로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토론회를 개최했다. 브렉시트의 의미와 세계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한국도 영국과 유사한 상황”이라거나 “신자유주의에 대한 중대한 위기 징후” 같은 의견을 펼쳤다.

브렉시트, 노동자계층 몰락의 결과물

유 부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지역·학력·연령별 투표 결과를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브렉시트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금융 중심지인 런던은 잔류를, 전통적인 공업 중심지인 지방 도시들은 탈퇴를 선택했다. 옥스퍼드대학이나 케임브리지대학 같은 명문대 출신은 70~80%가 잔류를 택했고, 저학력층에서는 탈퇴 의견이 많았다.

유 부소장은 유럽연합 창립을 전후해 영국 제조업 고용규모에 주목했다. 유럽연합 창립 전인 1990년 500만명을 웃돌았던 영국 제조업 고용규모는 2011년 250만명 이하로 급감했다.

유럽연합의 경제통합으로 영국 제조업 경쟁력이 동유럽을 생산기지로 하는 독일과의 경쟁에서 뒤처지면서 고용이 줄고 노동자계층의 경제적 지위도 덩달아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유 부소장은 “유럽연합으로 인해 노동자계층이 어려움을 겪은 데 반해 고학력자는 런던 중심 금융산업에 고용되면서 유럽통합의 혜택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년층 잔류 선호와 장년층 탈퇴 선호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유 부소장은 이 역시 일자리와 복지의 문제와 연관된 것으로 봤다. 앞서 자국민 중심의 경제운용으로 혜택을 봤던 장년층이 유럽통합 이후 해외 공장이전이나 동유럽 이민자 유입으로 노동의 가치가 추락하는 것을 지켜봤고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탈퇴에 손을 들었다는 설명이다.

유 부소장은 “신자유주의 이전 국민국가는 완전고용과 복지의 보증자였고, 자본과 인구에 대한 통제로 노조가 값싼 노동력으로부터 위협받지 않도록 했다”며 “브렉시트는 유럽통합의 가속화 시기와 함께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항의”라고 규정했다.

한국과 영국 위기 "똑같다"

한국의 상황이 영국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자유주의 폐단이 현실에서 드러나고 있는 만큼 대안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정승일 사무금융노조 정책연구소 소장은 “중국 공장이전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 외국인 유입에 따른 건설현장 임금하락 등 저소득층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영국과 우리는 똑같은 위기를 겪고 있다”며 “우리나라 야당과 같은 스탠스를 취하는 유럽연합이 없는 사람 먹여살리기에 실패했는데 우리는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균 서울대 명예교수는 "브렉시트로 신자유주의적인 세계화 정책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중대한 위기를 드러낸 것은 사실"이라며 "대중의 불만을 감안해 제한적이고 변형된 형태의 세계질서를 고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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