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20일 민주노총 1차 총파업에는 자동차·조선업을 비롯한 금속산업과 건설·공공부문을 포함한 주요 산업 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상급단체가 없는 노조, 노동자협의회가 동시에 파업에 나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노조 간 느슨한 대화창구 역할을 하던 조선업종노조연대의 파업이 대표적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소속 8개 단위노조 중 현대중공업노조·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삼성중공업노동자협의회가 이날 파업을 벌였다. 모두 인력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사업장이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반발 거세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중·대형 조선소는 인력감축·임금삭감 구조조정 광풍에 휩싸여 있다. 현대중공업은 설비지원부문 분사로 정규직 1천여명을 자회사로 전적시키겠다는 계획을,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을 받아 2018년까지 5천명을 감원하는 구조조정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삼성중공업에서는 구조조정 방침이 발표된 뒤 올해 상반기에만 관리직·생산직 1천5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다. 채권단 공동관리로 운영 중인 성동조선해양은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같은 자구안을 마련했다. 회사는 올해 임금교섭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임금삭감·사무직 정리해고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이 "파업시 지원금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한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대신 간부를 중심으로 민주노총 경남본부 파업대회에 참여했다. 노조는 회사가 내놓은 자구안 가운데 특수선사업 매각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계획이 실행되면 회사가 분할 매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는 구조조정 중단과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 조선업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업종별 협의체 구성도 제안했다.

금속노조 "재벌개혁"
플랜트건설노조 "교섭권 확보"


금속노조는 22일 총파업을 한다. 현대자동차지부는 19일부터 매일 부분파업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재벌개혁을 쟁점화할 방침이다. 유성기업·갑을오토텍 등에서 벌어지는 노조파괴 사태 배후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재벌이 있다는 입장이다. 재벌을 개혁해야 노사관계뿐만 아니라 원·하청 간 격차가 정상화된다는 논리다.

노조 관계자는 "하청업체를 쥐어짜서 이윤을 창출하고 있는 재벌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노조파괴 사태가 하청업체에서 재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임금·단체교섭에서 임금피크제 확대와 임금체계 개편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현대·기아차 노사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는 포항·여수·광양 등 전국 7개 지부에서 조합원 3만명이 거리로 나섰다. 최근 노조는 건설사들과 교섭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건설사들이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악용해 친기업노조에게 교섭권을 부여하면서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빈번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건설사들은 단체교섭에 참여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는 건설노동자 산업재해 예방방안 마련과 퇴직공제부금 인상을 요구했다.

공공부문 노동계 성과연봉제·민영화 반발

공공부문 화두는 성과연봉제다. 성과연봉제가 확산될 경우 직원 간 경쟁을 부추겨 공공부문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부문 노동계는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노동자 노동조건을 사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되면 노조 존립 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력·가스를 비롯한 에너지 분야와 철도를 민영화하려는 정부 정책은 공공부문 노사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철도·지하철·에너지공기업·병원 노동자를 조직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는 성과연봉제·민영화 정책 중단을 요구하며 9월27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나선다. 6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의료노조·금융노조도 9월 말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공공부문 노동계의 대규모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

이날 파업을 벌인 민주노총뿐 아니라 한국노총도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한국노총은 박근혜 정권 규탄·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 요구를 내걸고 9월 말 국회 앞에서 지도부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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