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계양우체국 집배원 조경훈(43)씨. 그는 매일 아침 7시 우체국에 출근한다. 그날 배달할 우편물을 분리하고 오전 9시께 배달에 나선다. 매달 15일에서 25일까지 열흘은 ‘폭주기’라고 부른다. 이 시기에는 기업 고지서가 몰려 조씨가 배달하는 우편물만 하루 평균 2천통에 달한다. 등기와 택배 물량은 별도다. 점심은 거르기 일쑤다. 가끔 짬이 날 때는 10분에서 15분 내로 밥을 마시다시피 하고 다시 배달에 나선다. 오후 4시께 배달 업무를 마치고 다음날 배송할 우편물을 분류하다 보면 오후 8시다. 초과노동을 하지 않는 날은 없다. 조씨는 “업무시간 내에 절대 처리할 수 없는 배달 물량을 주고 시간 내에 마치라고 한다”며 “우정사업본부가 과속과 신호위반 같은 불법을 저지르라고 부추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노동시간 은폐, 무료노동의 일상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동자운동연구소·전국집배노조(위원장 최승묵)는 20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실태와 무료 노동시간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노동자운동연구소가 2014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28개월간 9개 지방청 41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183명의 근무기록을 분석했다. 자료는 우정사업본부에 '초과근무세부내역'을 요청해 받은 자료로 실제 출퇴근 시간 기록을 기반으로 작성된 것이다. 분석 결과 이들 집배원들은 월평균 19.6시간의 초과근로수당을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 분석 결과 이들의 노동시간은 주당 55.9시간, 월평균 240.7시간, 연평균 2천888.5시간이나 됐다. 우정사업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것보다 노동시간이 연간 400시간이 더 많다. 우정사업본부는 집배원이 주당 47.8시간, 월평균 207시간, 연평균 2천488시간을 일한다고 주장했다.<표 참조>

이들은 월평균 57.6시간의 시간외수당을 받았지만 19.6시간은 초과수당을 받지 못했다. 노조는 “본부가 주장하는 지난해 노동시간 통계는 허구”라며 “본부는 실제 노동시간을 은폐하고 매달 20시간의 무료노동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인력 23% 충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정사업본부 집배원 1인당 연간 정규노동시간(2천223시간)을 연구소가 분석한 실제 노동시간(2천888시간)으로 나누면 현재 76.9%의 인력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3.1%를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시간 통계 차이와 관련해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과 업무시간은 차이가 있다”며 “본부는 업무량을 기준으로 근무시간을 계산한 것이고 지급되지 않은 시간외수당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집배원 배달 사망사고 대책 촉구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지난 4일 폭우 속에서 우편배달을 하다 교통사고로 순직한 청송우체국 집배원 사고 재발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지난 5년간 배달 중 사망하거나 과로로 숨진 것으로 의심되는 집배원은 15명이나 된다. 노조에 따르면 반복되는 사고에 폭우·폭설 때는 배달업무를 자제하라는 규정이 만들어졌지만 현장에서는 규정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연구소가 2005~2014년 공무원연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년간 우정사업본부의 산업재해 사망자는 75명으로 현대건설·대우건설·GS건설에 이어 4위로 집계됐다. 연구소는 극단적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과로와 위험천만한 배달 환경이 겹친 탓으로 분석했다. 집배원의 뇌심혈관계질환 사망률은 일반 노동자의 6배,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반 노동자의 4배다. 노조는 “본부는 인력부족 상태를 방관하면서 집배원을 골병들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재해대책 지침을 시기마다 내려보내고 있고 안전교육과 4륜차 배달 확대, 집배센터 개설을 통한 주행거리 단축, 인력충원 같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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