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조합원에게 임금인상분 지급을 거부한 뒤 조합원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제출해야 지급하겠다고 한 을지대병원의 부당노동행위를 노동위원회가 인정했다. 18일 보건의료노조 을지대병원지부(지부장 신문수)는 충남지방노동위원회 결정문을 공개했다. 지부는 지난 4월 충남지노위에 병원을 상대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고, 충남지노위는 지난달 20일 일부인정 판정을 내렸다.

지부는 지난해 11월 설립돼 임금·단체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는 통상임금 산정범위와 노조활동을 둘러싸고 마찰을 빚고 있다. 병원이 노조간부를 전환배치하고 파트장 업무에서 면직하면서 갈등이 심화됐다.

3% 임금인상과 자기개발수당 “조합원은 못 줘”

결정문에 따르면 병원 노사협의회는 노조 설립 이튿날인 지난해 11월30일 전 직원에게 총액 대비 3% 임금인상안과 자기개발수당 지급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2일 병원은 노사협의회에서 합의한 임금인상안을 직원 이메일을 통해 공개했다. 이메일에는 “여러 과제를 적기에 개선하지 못해 보건의료노조 같은 외부세력이 개입하는 현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병원은 같은달 21일 공문을 게시해 '병원과 지부 사이의 임금·단체협상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이 아님을 확인하며 임금인상분 지급을 신청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청서를 제출해야 임금인상분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1월27일에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노조활동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노조원 중 누가 언제 어디서 (노조 가입) 권유 활동을 했나요”“노조 가입원서 작성의 전 과정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작성됐나요” 같은 질문이 설문지에 담겼다. 충남지노위는 병원의 이런 행위를 모두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충남지노위는 “설문이 노조의 위법한 활동을 가정하고 있어 노조활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목적이 엿보인다”며 “임금인상분 지급 신청서를 받는 일련의 행위가 노조 가입 범위를 제한하기 위한 사용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파트장에 노조 탈퇴 강요, 야간근무 배제

충남지노위는 병원이 파트장급 직원과 전산직원에게 노조 탈퇴를 요구한 것도 부당노동행위로 봤다. 병원은 지난 2월 파트장급 직원과 전산직원이 노조를 탈퇴하지 않을 경우 보직 부여를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같은달 15일에는 파트장이 업무분장과 근태관리를 하도록 직제규정을 개정했다. 파트장을 관리자로 바꿔 노조 가입 대상에서 빼려는 조치였다.

실제 파트장과 주임급 직원들이 노조를 탈퇴했다. 같은달 간호부 팀장은 한 간호사에게 “제재가 가해지는 걸 감수할 수 있겠어? 민노총하고 연결되는 거 나는 반대야”라며 노조 탈퇴를 권유했다. 병원은 노조에 가입한 파트장급 직원들을 야간 당직근무에서 배제했다. 임도형 부지부장 등 5명의 노조 간부도 야간 당직근무에서 배제됐다. 충남지노위는 “병원이 직제를 개정한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고 이후 노조 탈퇴를 회유하는 등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추정할 수 있다”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정한 지배개입에 해당되고, 파트장과 주임급 직원은 사용자를 위하는 자로 볼 수 없는데도 경제적 불이익을 가한 것은 불이익취급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을지대병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다. 을지대병원 관계자는 “지노위 판정은 병원이 대법원 판례에 근거해 노조의 위법한 조합활동을 조사한 것을 법리적으로 오해한 것”이라며 “중노위와 법원에서 법적인 판단을 받아 부당노동행위라는 억울한 누명을 완전히 벗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신문수 지부장은 “을지대병원은 부당노동행위를 비롯해 통상임금 산정 누락으로 인한 임금 체불에 사죄하고 시정해야 하는데도 되레 판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노조탄압과 부당노동행위를 중단하고 노조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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