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14일 야당 의원 9명의 찬성으로 예비비 사용 절차를 지키지 않은 고용노동부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정부에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는 노동부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날 열린 2015회계연도 노동부·환경부·기상청 결산심사 전체회의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이어진 논란 끝에 새누리당 의원 6명이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6명·국민의당 2명·정의당 1명 등 야당 의원 9명 전원 찬성으로 이러한 내용을 담은 결산심사 부대의견을 채택했다.

노동부 지난해 3월과 8월 수차례에 걸쳐 절차 위반

여야는 환경노동위 전체회의에서 노동부의 2015년 예비비 사용 내역·절차 위법성과 올해 예비비 사용내역 제출 여부를 두고 하루종일 맞섰다.

노동부는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53억8천700만원을 예비비로 배정받아 사용했다. 200만원을 제외한 53억8천500만원을 노동개혁 홍보비로 사용했다. 예비비는 각 부처에서 예기치 못한 긴급한 지출 수요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쓰는 예산이다.

노동부는 지난해 3월23일 1차로 예비비 13억원을 신청했고 같은해 4월2일 승인·배정받았다. 환경노동위 예결산소위원장인 김삼화 국민의당 의원은 “노동부는 예비비를 승인받기 이전인 3월 19일·23일·31일에 신문·방송 광고비로 예산 대부분인 11억8천만원을 사용했다”며 “심지어 예비비를 신청하기 이전(19일)에 사용한 기록도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부는 또 같은해 8월10일 30억원의 예비비를 신청하고 8월22일 배정받았다. 이때도 노동부는 예산을 배정받기 이전인 8월11일에 3억6천만원을 먼저 사용했다. 김삼화 의원은 “노동부가 수차례에 걸쳐 예비비 사용 절차를 어겼다”며 “국가재정법 시행령 23조와 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예비비 사용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절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답했다.

“올해 예비비 사용 내역도 제출해야”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야당 의원들은 법·규정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 관련 공무원을 징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야당은 예비비 사용 절차뿐만 아니라 내역(사용목적)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노사정 협상 과정에서 정부 일방의 주장을 광고한 것은 협상 대상자에 대한 압박”이라며 “긴급하거나 필요불가결한 이유가 아닌 광고비 충당을 위해 예비비를 신청한 것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은 노동부 잘못을 지적하면서도 징계 수위 낮추기에 나섰다. 문진국 새누리당 의원은 “이기권 장관이 잘못인 인정하고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힌 만큼 징계보다는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수준에서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예비비 사용 내역·절차에 대한 불신은 올해 예비비 사용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노동부는 올해 3월 50억원가량의 예비비를 받았다. 이정미 의원은 “이 중 30억원이 노동개혁 홍보비로 사용됐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사용내역을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기권 장관은 예비비 사용 내역은 그 다음해 5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규정한 국가재정법을 근거로 이를 거부했다. 그러자 한정애 의원은 “노동부가 3월에 예비비를 받고 30억원을 지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보아 총선을 전후로 쓰지 않았을까 의혹을 갖고 있다”며 “자료를 제출해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이에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 예비비 지출 내역 사전 공개는 노동부뿐만 아니라 다른 부처 모두가 연관된 문제”라며 “국회와 행정부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는 사안인 만큼 환노위 차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은 오후 늦게까지 논란이 이어지자 다수 의원의 의견을 모아 표결로 결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회의가 파행으로 가고 있다”며 같은당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야당 의원들은 노동부 징계·감사원 감사 청구 요청과 함께 환경노동위 명의로 올해 예비비 사용 내역 명세서 제출을 노동부에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