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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반성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메피아, 해고하다. 이런 뉴스 기사에 시원하다, 박원순 시장이 잘하고 있다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그런 메피아를 대리해서 나는 부당해고 소송을 맡게 됐다.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는 메피아를 대리하다니 김기덕 변호사가 잘못하고 있다는 이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말, 메피아가 찾아왔다. 외주화 방침에 따라 서울메트로에서 외주업체 은성피에스디㈜로 소속이 변경돼서 근무해 왔던 전적자들이었다. 그들이 구의역 김군 사망사고 이후 세상이 온통 자신들을 비난했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며 상담을 받기 위해서 찾아왔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PSD(플랫폼 스크린 도어) 유지보수업무의 직영화 방침에 따라 위탁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게 된 은성PSD는 메피아라 불리는 서울메트로 전적자들을 지난달 30일자로 당연퇴직으로 해고했던 것이다.

2.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달 16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하철 안전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서울메트로·도시철도공사가 민간위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등 업무를 모두 직영 전환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2008년부터 인력감축 및 비용절감 차원에서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스크린도어 관리, 차량 경정비 등 핵심 안전업무까지 민간에 위탁함으로써 안전분야가 취약해졌다”고 오세훈 시장 때부터 추진해 왔던 외주화 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며 직영 전환으로 반성했다. 구체적으로 박 시장은 “경영의 효율화로 분사나 이런 형태로 인원을 줄이는 것이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받았다. 크게 보면 신자유주의 흐름이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그 과정에 서울메트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거대한 흐름을 서울시만이라도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겠다”고 말하고는, “이것이 구의역 사고, 김군의 죽음이 요청하는 시대의 요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고 언론에 보도됐다. 박원순 시장은 그동안 서울메트로가 추진해 왔던 외주화가 전임 시장이 한 것이지 자신이 한 것이 아님에도 ‘남 탓 아닌 내 탓’으로 이를 반성하고 경영 효율화를 내세운 신자유주의 흐름을 서울시만이라도 되돌리겠다는 의지로 직영 전환으로 실천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서울메트로는 은성PSD에서 관리해 왔던 1~4호선 97개 역사에 대해 지난달 30일 정오에 인수작업을 완료하고서, 이달 1일부터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업무를 직영으로 전환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3. 그러나 박원순 시장은 전적자는 직영 전환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즉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이라는 가치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차별적인 노동구조 등을 야기한 전적자들을 재고용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현재 재직 중인 182명의 전적자는 전면 퇴출시키고, 직영 전환 후에도 재고용 대상에서 배제한다”고 했다. 이틀 뒤인 18일, 서울메트로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여기서 2개월의 기간제 근로계약으로 채용하겠다며, 은성PSD에 2개월 이상 재직하면서 그 유지보수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자 중 “서울메트로 분사추진에 따라 은성PSD로 전적한 자 등”에 해당하지 않는 자를 자격요건으로 정해서 모집을 했다. 이는 안전업무를 직영화하면서 무기계약직인 ‘안전업무직’을 신설하면서 8월 말까지 채용하기 전에 임시로 그 업무 수행을 위해 모집 공고를 한 것인데, 이를 통해 서울메트로는 직영 전환에서 전적자를 배제하겠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4. 외주업체에서 해고당하고, 서울메트로에서는 결격 사유자로 채용에서 제외되고 있다. 오늘 메피아는 해고하고 제외시켜야 할 배제의 말이다. 박원순 시장은 “퇴직자 의무고용과 특별대우를 강제하는 외주회사 설립으로 작금의 ‘메피아’ 문제를 유발했다”고 말했다. 이것이 서울메트로 전적자를 배제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오세훈 시장 시절부터 서울메트로 업무의 외주화를 추진했다. 그 뒤부터 서울시와 서울메트로는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직영 처리로 인한 인력운용의 비효율과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며 외주화하는 방침을 정하고, 이를 추진해 왔다. 2008년 오세훈 전 시장은 직원의 20%인 2천여명을 민간위탁·외주화 방식으로 감축하겠다며 서울메트로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PSD 유지보수업무도 그 대상으로 선정하고서 외주화가 추진됐다. 이에 따라 2011년 12월 서울메트로 소속 근로자였던 전적자들은 은성PSD로 전적해 근무해 왔던 것이다. PSD 유지보수업무를 외주화하기로 했지만 그것은 기존 서울메트로 근로자까지도 포함한 외주화였다. 서울메트로는 대표적인 지방공기업으로서 고용이 보장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우월한 사업장인데, 소속 근로자들이 이를 포기하고서 외주업체로 전적할 까닭이 없었다. 그런데 외주화를 통해 경비 절감하고자 했던 서울메트로로서는 외주업체로 전적할 근로자에게 종전 임금 수준을 지급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임금은 20~40% 감축하되 서울메트로에서의 정년보다 2~3년 더 고용을 보장해 주는 조건을 근로자들에게 제시했던 것이다. 이렇게 서울메트로는 고용 보장을 약속하고서 분사 외주업체로 전적할 대상자를 모집해서 전적시킬 수 있었다. 이상과 같은 외주화 추진과정을 통해서 보면, “퇴직자 의무 고용과 특별대우를 강제하는 외주회사의 설립으로 작금의 ‘메피아’ 문제를 유발했다”는 비난은 메피아라 불리는 전적 근로자들이 받아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런 외주화를 추진했던 서울시와 사용자인 서울메트로가 받아야 할 비난이었다. 그런데도 서울시장으로서 서울시가 했던 외주화를 반성하면서 박원순은 전적자들을 비난했다. 그리고 그 비난은 전적자에 대한 배제로 나타났다. 외주업체에서 해고되고, 서울메트로 채용에서 제외됐다. 약속했던 고용보장도 메피아라는 비난에 파묻혀 버렸다.

5. 서울메트로에서만 있었던 일이 아니다. 공공기관 선진화를 내세워 수많은 공공기관에서 외주화가 있었다. 단순 기능업무라며 현장 기능직의 수많은 노동자들이 외주업체로 전적해야 했다. 외주업체와의 위탁계약 기간을 보장해서 고용을 보장하고, 종전 수준을 삭감한 임금 수준을 지급하는 것으로 사용자인 해당 공공기관이 마련한 계획에 따라 노동자들이 전적당했던 외주화였다. 급기야 단순 기능업무라며 안전업무까지도 외주화 대상이 됐고, 외주업체와의 계약에서 단가는 인력 운용의 효율성과 예산 절감을 내세운 공공기관의 필요에 따라 낮은 수준에서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외주화는 외주업체 근로자들에 대한 인건비 말고도 외주업체 자체에 이윤을 보장해 줘야 하는 것이었고, 사용자로서 외주업체는 비정규직 고용과 저임금으로 자신의 이윤을 챙겼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이라는 가치를 우선으로 했기 때문에 차별적인 노동구조 등을 야기한” 것은 이처럼 외주화를 추진했던 주체인 사용자 서울메트로와 그에 따른 사용자로서 은성PSD였지, 외주화 대상이었던 근로자인 전적자가 아니었다.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군의 사망사고는 이와 같은 외주화가 부른 참사였다. 19세의 김군에게는 너무도 가혹했던 노동조건이었다. 그걸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었던 김군은 구의역에서 서울메트로의 전철에 치여 죽었다. 자세히 김군이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를 살펴보면 어쩌면 사용자로서 서울메트로가 추진하고 사용자 은성PSD에 의해서 수행됐던 외주화가 초래한 구조적인 살인이라고 불러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김군의 죽음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과하고, 김군이 수행하던 업무의 직영 전환으로 반성했다. 서울메트로의 주인인 서울시 대표로서 한 반성이었다. 그러니 어찌보면 그것은 사용자로서 서울메트로를 대신한 것이었다. 외주화를 직영 전환으로 반성했지만, 그것은 사용자로서 서울메트로가 져야 할 책임을 외면한 것이었다. 외주화에 대한 반성은 단순히 외주화 중단, 즉 직영 전환으로 머물러서는 진정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외주화를 추진한 데 대해 인적 청산과 외주화에 대한 피해 보상이 있어야 진정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메피아가 서울메트로의 권력을 쥐고서 약한 을들에게 갑질을 하는 자라고 한다면, 전적자들을 메피아라 할 수 없다. 서울메트로에서 사용자로서 권력을 행사하는 자들과 서울메트로의 명령에 따라 은성PSD 등 외주업체에서 사용자로서 소속 노동자들을 부리는 자들에게 붙일 수 있는 이름일 뿐이다. 그럼에도 사용자가 아닌 근로자에 지나지 않은 전적자들을 메피아라 부르며 배제하고자 하는 직영 전환이라면, 그것은 아직은 외주화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김기덕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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