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무기계약직들이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는 주택수당·가족수당·식대 등을 지급하라며 MBC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한 1심 판결이 나왔다.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에서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한 근로조건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고용·근로형태 역시 차별이 금지되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므로 정규직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고 원고들에게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한 근로계약이 근기법에 위반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무기계약직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기 때문에 현행법상 정규직으로 분류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이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서 정한 동종·유사업무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금지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또한 근기법 제6조가 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 차별 금지에 적용되는지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었다. 그동안 판례는 고용·근로형태는 사회적 신분으로 보기 어려워 근기법 6조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은 최근 무기계약직 증가와 기업의 임금 차별 관행에 법원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를 계기로 명칭조차 차별적인 ‘무기계약직’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개선되기를 바란다.

고용관계나 근로자 계층이 다양화되면서 노동시장 내 양극화가 심화되고 고용차별도 빈번해지고 있다. 고용차별은 채용단계부터 시작돼 근로조건·퇴직·노동조합활동 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차별 행태를 기준을 직접차별과 간접차별로 구분할 수 있다. 직접차별은 성별·국적·신앙·연령·장애 등 차별 요소로 삼을 수 없는 사정을 이유로 고용상 불평등 조치를 하는 것으로 위 사건에서 무기계약직이라는 사유로 임금을 차별해 지급한 것을 예로 들 수 있겠다.

간접차별은 통계적인 개념으로 표면적으로 중립적으로 행동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고용요건이나 근로조건이 특정 소수 집단에게 불이익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차별로 보는 것이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제2조는 채용조건이나 근로조건은 동일하게 적용하더라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남성 또는 여성이 다른 한 성(性)에 비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며 그 조건이 정당한 것임을 증명할 수 없는 경우도 차별로 정의하는데 이것이 바로 간접차별이다.

직접차별을 입증하려면 불합리한 사유로 고용관계상 불이익이 있었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간접차별의 경우 그러한 인과관계가 없어도 된다. 하지만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한 경우에도 특정 소수자에 대한 불이익이 존재한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현행법은 성(性)·장애·연령에 대해서는 명문으로 간접차별 규정을 두고 있어 그동안 주로 여성이나 장애인 차별과 관련해 고용상 간접차별 논의가 있어 왔다. 그나마도 소송 등에서 직접 주장된 사례는 많지 않다. 사실 차별시정 신청이나 소송 사례 자체가 많지 않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시정 제도가 시행된 2007년 7월 이후 2015년 10월까지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차별시정 건수가 251건에 불과하고 근로자의 청구를 모두 인정한 전부시정 사례는 단 8건에 불과하다.

급증하는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차별문제 시정을 위해 간접차별 개념을 입법화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파견법이나 기간제법은 임금·상여금·성과금, 그 밖에 근로조건 및 복리후생에 대한 직접차별만 금지하고 있을 뿐이다. 비정규 근로자에 대한 차별이 어디 임금뿐이랴.

최근 잇따른 위험의 외주화 사례를 접하면서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기간제, 사용사업주 소속과 파견사업주 소속 근로자 간 산업재해율에 유의미한 통계학적 차이가 있지 않을까 싶다. 사업주가 비정규직임을 이유로 직접적으로 위험한 일에 내몰았다는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우니 간접차별로 주장해 보면 어떨까하는 것이다. 생명과 안전 문제에 있어 사람 사이에 차별이 존재하게 둘 순 없다. 차별문제에 적극적인 법률 해석과 주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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