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바르샤바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가 시작됐다. 물론 잠재적 공격 대상은 러시아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에 따르면, 나토의 “대응력”은 냉전 때보다 세 배나 강화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폴란드 영토에 미군 사령부를 새로 설치하고 최첨단 무기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나토군(미군으로 읽자)은 러시아와의 전쟁을 상정한 ‘워게임’을 수차례 진행했다. 테러리즘에 맞춰졌던 미국(제국주의)의 전략적 초점은 이제 중국과 러시아 등 주요 열강들과의 재래식 전쟁으로 전환됐다.

지난 2월 2017년 국방예산으로 5천830억달러를 발표한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에 의하면, 펜타곤은 러시아와 중국 같은 “최고의 적들”과의 전면전 가능성을 포함해 열강들의 각축전에 복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전쟁 각오를 다지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전면전은 지구적 차원의 핵전쟁이다. 미국 파워 엘리트들의 목표는 1945년처럼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세계 최강 상태로 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와 중국을 ‘패자(loser)’로 만들어야 한다고 미국의 지배층은 믿고 있다.

디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날마다 유럽의 중심에서 수십 명이 죽어 나가고 중동에서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때에 러시아에 의해 안보 위협이 가해진다고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나토가 러시아를 향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배후에 “미국의 이해관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비판이다.

미국은 동유럽에 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를 구축 중이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는 거짓과 오보로 가득 찼다면서 미국의 도발로 러시아의 핵무장 억제력과 미국-러시아의 핵전력 균형은 위험에 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제3차 세계대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은 이란의 미사일 위협을 이유로 동유럽에서 전개된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 건설이 이란의 위협이 사라진 오늘도 계속되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이런 민감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라트비아·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폴란드에 미군·캐나다군·영국군·독일군을 주력으로 하는 나토군 4천명을 배치한다는 미국의 계획은 러시아를 극도로 자극하고 있다.

남한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한미 양국(사실상 미국)의 발표는 이러한 세계 정세의 연장선에 있다. 물론 이는 중국과 미국 간에 남중국해에서 점증하고 있는 군사적 대결 상황과도 맞닿은 문제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한국 친구들이 사드 배치가 진정으로 한국 안보와 한반도 평화 안정에 긍정적인지, 또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생각하기를 바란다"며 "반드시 신중하게 행동해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는 것을 피하라"고 경고했다.

영국 안에서 점차 전범으로 낙인찍히고 있는 토니 블레어가 영국 수상이었을 때 부총리로 일했던 존 프레스콧은 최근 들어 영국과 미국의 이라크 침략은 “불법”이라고 시인했다. 프레스콧은 미국과 영국의 침략 전쟁이 불법이라 주장했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말했던 “커다란 슬픔과 분노”에 동의한다면서 침략 전쟁에 앞장섰던 노동당의 잘못을 사과한 제러미 코빈을 찬양한다고 말했다. 프레스콧은 토니 블레어 내각의 문제로 정책 결정에 필요한 서류가 거의 제공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그는 유엔 결의 없는 이라크 침략을 합법이라 주장한 법무부 의견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문건은 단 한 건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국방부를 제치고 청와대가 앞장선 사드 배치 결정회의에 제출된 문건은 몇 건이었을까.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충분하게 제공된 정보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심도 있게 논의하지 못했다. 하기야 민중을 개돼지로 보는, 미국 파워 엘리트의 개돼지가 되고 싶은 대한민국 관료들에게 뭘 더 기대할까 싶다.

미군 출신의 흑인이 백인 경찰만 골라 사살한 사태와 관련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혹자가 주장하는 것처럼 미국이 분열되지는 않았다”고 말했지만, 오바마 임기 동안 미국 내 인종-계급 간 분열은 물론 외국에서의 국가 간 분열은 더욱 심화되었다. 이번 사드 사태는 인종-계급 간의 내전 상황과 더불어 열강들 사이의 핵전쟁 위기가 한층 고조됨을 알리는 신호다. 이런 점에서 오바마는 미국의 “사회적 특수계급”, 즉 파워 엘리트가 설치한 백악관이란 동물원에 전시된 한 마리 원숭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국의 지배층은 미국이 설치한 동물원에서 야성을 잃은 채 사육되고 있는 개돼지일지도 모른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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