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봉석 기자

기본소득이 개인의 경제적 독립성을 높여 가족을 포함한 사회적 관계와 노동에서의 자유를 확장시킬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보편적이고 무조건적으로 모든 구성원에게 일정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도입하려면 보편적 참정권(정치적 민주주의)을 획득했던 과정처럼 보편적 경제권(경제적 민주주의)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지난 8일 제16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대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서강대 다산관에는 국내외 학자·활동가 200여명이 참여해 기본소득 의미와 발전 방향을 두고 논의를 이어 갔다.

현대 사회 노동자, 거부할 자유 있나

다비드 카사사스 스페인 바르셀로나대 교수는 이날 ‘기본소득과 사회적 해방’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자유란 자의에 의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거나 받게 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산이 있고 없고는 자유를 획득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자산의 의미는 예전에는 가축·토지를 뜻했고 지금은 기계 같은 생산수단이 핵심이지만 미래에는 기본소득이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카사사스 교수는 “인간 사회는 한 데 얽혀 있고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간섭하고 살고 있다”면서도 "상대를 고려하지 않는 간섭, 주인이 노예에게 하듯 평등하지 않고 자의에 의하지 않는 간섭이 일상화된 사회는 자유가 없는 사회"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대 사회에서도 기업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가족 안에서 남성과 여성이 자유로운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스로 삶을 살지 못하고 (경제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의존할 때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경제적 독립성을 갖춘다면 자유를 확장할 가능성은 커진다. 카사사스 교수는 “자산은 다른 관계와의 협상력, 즉 간섭을 거부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의 원천 중 하나”라며 “어떤 종류의 계약에 있어서도 자산의 유무는 자신이 무언가를 선택할 때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본소득은 인간이 노동의 주권을 획득하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임금노동 관계에서 자신이 어느 시기에 어떤 종류의 일을 할 것이지, 또는 임금노동을 벗어나 창업 같은 도전에 나설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자산(기본소득)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카사사스 교수는 “인간은 일생에 하나의 일만 하는 단조로운 삶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노동을 하는 다양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은 재분배 이슈화·실현할 제도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 교수는 기본소득이라는 보편적 경제권리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투쟁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모든 구성원에게 1표씩 주어지는 투표권은 민주주의 사회를 표상하는 평등한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처음부터 모두에게 평등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절레케 교수는 “투표권이라는 권력은 왕족에서 지주로, 자산이 있는 사람에서 없는 사람으로, 다수 인종에서 소수 인종으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확산했다”며 “매 시기 투표권 확장을 위한 끝없는 투쟁 과정이 있었기에 보편적 권리로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위 10%가 부의 90%를 독점한 시대에 재분배는 매우 중요한 이슈”라며 “기본소득은 재분배 이슈를 확산하고 실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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