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노사발전재단 운영 개입을 확장하는 쪽으로 정관을 개정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율적 노사관계 상생·발전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한 노사발전재단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노사관계 파트너십이 재단이 출범했던 2007년 이전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 감사 추천권 빼앗아 정부 몫으로

10일 노사정 관계자들에 따르면 노사발전재단 임시이사회 안건을 놓고 노동부와 한국노총이 대립하고 있다.

지난달에 먼저 이사회 개최를 요청한 한국노총은 이사회에서 △이사·감사 위촉 △노동부의 2대 지침 관련 재단 사업 폐기 △재단의 성과연봉제 도입 폐기 △재단 설립 10년 평가와 발전방안 마련을 안건에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동부와 재단은 정관개정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노동부가 주장하는 정관 개정 내용이다. 노동부는 재단 운영을 감시하는 감사 자리에 입김을 행사하려 한다. 현재 재단 감사는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추천해 2명까지 둘 수 있는데, 노동부는 이를 한 명으로 축소하고 노동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위원장과 한국경총 회장이 맡고 있는 당연직 이사에 노동부 차관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을 추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도 밀어붙이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요구하는 대로 정관을 바꿀 경우 재단 운영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노사단체의 권한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7일 재단에 공문을 보내 “정부가 사실상 재단운영을 독점 장악하고자 하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노사발전재단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공공기관이다. 그럼에도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에서는 “노동단체와 사용자단체가 공동으로 설립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것으로 그 역할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 주장대로 정관이 개정되면 설립취지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한국노총 힘 빼기? … “운영개선 위해 필요”

재단 임원 임기도 쟁점이다. 현행 정관은 당연직을 제외한 임원들의 임기가 끝나거나 사임하더라도 후임자 취임까지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사임한 임원이 직무를 수행할 경우 이사회 승인을 받도록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재단의 노동계쪽 임원은 한국노총 임원이나 산별연맹 대표자들이 맡고 있다. 소속 조직 내에서 임기가 끝나면 재단 임원직도 사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실을 감안한 것이 현재 재단 정관인데, 이를 굳이 바꾸려 하는 이유는 재단에서 한국노총 입지를 축소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기획본부장은 “한국노총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단이나 노동부는 재단 운영을 개선하기 위해 정관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엄현택 사무총장은 “임기가 끝난 임원들이 계속 직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어색하기 때문에 이사회 승인을 거쳐 직무수행 여부를 결정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노사단체가 운영하는 재단인데 감사마저 노사단체에서 추천한 사람을 둘 수는 없기 때문에 전문가를 선임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산하기관이든 산하위원회든 정부 관계자들이 당연직 이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노동부와 재단이 정관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재단운영 파행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사무총장 결재만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했던 재단이 직무급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한국노총을 자극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부가 정관 개정·직무급제 도입 방침을 바꾸지 않으면 가맹·산하 조직에 지침을 내려보내 재단이 실시하고 있는 각종 컨설팅·교육 사업 참여를 전면 중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재단에 보낸 공문에서 “재단의 파행 운영에 대한 책임은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현 사무총장에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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