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최근 송원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고용형태공시제도에 대해 “소속 외 근로자를 간접고용과 나쁜 일자리로 보도하면서 산업구조상 간접고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기업들이 나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으로 불필요한 비난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행 고용형태공시는 대기업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만 주고 실익이 없는 제도이므로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고용형태공시제도로 대기업이 비정규직을 많이 활용하는 현실이 알려지는 것이 싫다는 것을,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근거들로 채우는 주장이다.

2014년부터 시행된 고용형태공시제도는 기업들의 자율적 고용형태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300인 이상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얼마나 사용하는지를 밝히도록 한 제도다. 고용형태공시제도가 처음 도입됐을 당시에도 한계가 있다는 문제제기가 많았다.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해서 정규직 고용인원이 300인이 안 되는 사업장이 고용형태공시 대상에서 빠질 수 있고 ‘소속 외 근로’라는 이름으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수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으며, 고용형태공시만으로는 기업들의 자율개선을 유도할 수 없다는 지적이었다.

그런 회의적인 시각을 증명하듯, 올해 3년째 고용형태공시가 진행됐으나 여전히 대기업 비정규직 비율은 증가 추세다. 올해 7월1일 고용형태공시에 따르면 대기업 전체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기간제이거나 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노동자다. 대기업 직접고용 노동자 비중은 80.3%고, 그중 정규직이 76.3%다. 기업규모가 커질수록 간접고용 비율이 높았는데, 500인 미만 기업의 간접고용 비율은 14%였지만 1천~5천명 기업은 18.4%, 5천명 이상은 26.6%로 나타났다. 간접고용 비율은 건설업과 제조업, 그리고 조선업에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비정규직 비율 변화가 없는 것을 보면 "고용형태공시제도가 실익이 없다"는 전경련 주장이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실익이 없는 이유는 대기업들이 사회적 지탄에도 아랑곳하지 않을 만큼 뻔뻔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용형태공시를 없앨 것이 아니라 자율개선이 아닌 강력한 제재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또한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대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 준다"고 비판하는데, 이 제도가 보여 주는 것은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부정적 현실이다. 710조원의 사내유보금을 갖고 있는 30대 재벌이 비정규직을 가장 많이 쓴다는 점에서 대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지를 보여 주는 ‘현실적인 지표’인 것이다.

전경련은 간접고용이 나쁜 일자리라고 볼 수는 없으며 산업구조상 간접고용을 쓸 수밖에 없는 업종이 있다고 강변한다. 사례로 든 건설·철강·조선업종을 생각해 보자. 건설업계는 필연적으로 간접고용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다. 건설노조는 오랜 싸움을 통해 시공참여자제도를 폐지하고 직접고용을 요구하면서 건설업계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바꿔 왔다. 다단계하도급 구조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 건설업계의 구조적 비리를 양산하는 주범이었고 노동착취 구조였다. 이 현실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건설노조가 보여 줬다. 조선과 철강도 하청노동자들에게 위험을 떠넘겨서 산재로 사망하도록 만드는 현실을 보면, 이 업종의 간접고용은 위험의 외주화와 사용자 책임 회피를 위한 왜곡된 고용형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고용형태공시는 현실 문제를 오히려 축소한다. 고용형태공시에서 삼성전자서비스는 소속 외 근로자수를 490명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 인원은 건물청소와 주차용역, 폐기업체 노동자 인원이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일하는 6천여명은 이 공시에 포함되지 않았다. 티브로드는 소속 외 근로자가 0명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고객센터와 기술센터 외주노동자는 무려 1천500명에 달한다. 삼성전자나 티브로드의 지시를 받고 일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고용형태공시에 포함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다. 대기업 현실은 제출된 고용형태공시 자료보다 더 참혹하다.

대기업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위험을 외주화하고 비정규직을 늘리는 현실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고용형태공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현실을 반영하도록 해야 하며, 자율규제 운운할 것이 아니라 간접고용을 없애 나가는 법적 대안,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기업에 대한 사회적 제재, 그리고 정부 정책을 통한 대기업 통제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 고용형태공시제도를 못마땅해하면서 폐지 압력을 행사하려는 전경련의 행태가 참으로 뻔뻔하다. 그럴 시간에 어버이연합에 지원한 자금이나 제대로 밝히는 것이 전경련의 도리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