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민간자본을 유치해 수도권 광역 철도뿐 아니라 전국 철도망을 구축하는 내용의 철도민영화 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수서발 KTX 민영화에 반대하며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를 비롯해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다. 철도민영화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SOC 예산 줄이고
전국 철도망 '민자'로 구축


국토교통부는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9차 재정전략협의회에서 2025년까지 철도건설사업에 19조8천억원의 민간자본을 끌어들인다는 내용의 '민자철도사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활성화 방안의 핵심 내용은 앞으로 신설하는 철도노선을 모두 민자로 하겠다는 것이다. 평택~오송, 수색~서울역~금천구청을 잇는 고속철도와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2개 노선, 중앙선 복선전철사업 등 14개 철도건설 사업을 민자로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줄어들고 있지만 철도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철도노선은 늘리되, SOC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철도사업에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갖가지 당근책도 내놓았다. 민자사업자가 건설한 철로를 철도공사 같은 기존 철도 운영자가 이용하면 시설사용료를 내도록 했다. 민자건설 구간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물론 기존 운영자와 연계해 운영하는 방안도 허용한다. 민간사업자가 기존 철도망을 이용해 열차를 운행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시설 구축부터 운영까지 철도산업 전반을 민간이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역세권 개발을 허용하는 만큼 부동산 개발이익을 낼 수도 있다. 정부는 객실 고급화(운임 차등화)와 관광·전세열차 운영, 출퇴근 급행서비스 제공권을 허용하기로 했다.

조기착공 가능하도록 사업과정 단축

정부는 박근혜 정부 임기 만료 전 사업추진을 본격화해 철도민영화에 쐐기를 박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설계 착수, 적정성 검토, 예비타당성 조사와 분석 과정을 단축해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부터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이 추진되면 철도 운영과 건설을 맡고 있는 철도공사·철도시설공단의 역할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정부 예산으로 철도를 지어 왔던 철도시설공단은 업무 자체가 없어져 조직 축소가 불가피하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철도민영화 정책이 재벌 등 대기업 이윤만 보장하고 운임료 상승과 서비스질 저하 같은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원 철도정책객원연구위원은 "인구절벽·지방공동화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민자회사들이 철도건설을 통해서만 이윤을 남기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요금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가 서울 우면산터널·공항철도·서울지하철 9호선 같은 민자사업에서 드러난 요금인상과 국고보조금 먹튀 문제점을 개선하기는커녕 민자사업을 되레 확대하려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전면투쟁" 선언

수서발 KTX 민영화에 반대하며 2013년 12월 23일간 파업을 벌였던 철도노조(위원장 김영훈)는 강하게 반발했다. 김영훈 위원장은 "과거 국민 세금으로 건설된 철도를 민간자본이 운영할 수 있게 하려다 논란을 일으켰던 정부가 이제는 아예 토건자본에 건설까지 맡겨 소유와 운영을 통째로 주려 하고 있다"며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모든 세력들과 연대해 전면적이고 치열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와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7일 오전 서울역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도민영화 정책을 규탄하고 대응방안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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