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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벨트 지급했으니 책임이 없다?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 권영국 변호사(전 민변 노동위원장)

지난달 23일 43세의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서비스 노동자 진아무개씨가 연립주택 3층에서 추락방지용 철제난간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를 점검하던 중 철제난간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함께 추락해 장파열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고인을 고용했던 해당업체에서 가장 먼저 취한 행동은 회사 책임을 부인하고 사망한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안전장비를 지급하고 안전교육을 시켰다. 지급한 안전장비를 사용했더라면 없었을 일"이라고 했다. 회사는 안전교육을 시켰고 안전장비를 지급했으니 이 사고에 대한 책임이 없고 전적으로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노동자의 과실이라는 것이다. 20년 이상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서 수리서비스 업무를 담당했던 배테랑 엔지니어가 가족들을 위해 스스로 안전을 무시한 작업을 감행한 셈이 됐다. 물론 그는 추락사고 당시 회사가 지급했다는 안전벨트(안전대)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 중이었다. 과연 업체 말처럼 안전장비를 착용했더라면 고인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정말 안전장비를 하지 않은 엔지니어의 과실이 이번 사고의 원인일까.

회사가 지급한 안전장비란 1미터를 조금 넘을 법한 줄과 고리가 달린 안전대와 안전모가 전부였다. 그런데 사고가 난 연립주택은 오래된 건물로 안전고리를 걸 만한 장치는 존재하지 않았다. 유일하게 안전고리를 걸 수 있는 곳은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해 둔 철제난간이었는데 그 철제난간 자체가 통째로 무너져 내리면서 추락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사망 원인은 장파열로 안전모는 사망과 무관했다. 따라서 회사가 지급한 안전대와 안전모를 착용했더라면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 자체로 거짓임이 분명해졌다. 그렇다면 작업 중 사고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회사 안전교육에 따라 노동자 개인이 알아서 다른 조치를 했더라면 과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까.

고공작업에서 할 수 있는 안전조치란, 안전대를 연결하는 것 외에 물적 안전조치로서 작업 장소 아래에 안전그물망을 설치하는 것과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것이 있을 수 있고, 인적 안전조치로서 2인1조로 작업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안전그물망은 일정기간 작업이 필요한 건설현장에서나 설치해 사용하는 것으로 일시 수리작업에서는 경제적으로나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음으로 외벽 작업의 경우 통상 설치하는 고정식 작업발판 역시 앞서 안전그물망과 같은 이유로 일시 수리작업에 동원할 방법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다리차(이삿짐 운반용 리프트 운반구) 혹은 스카이차(차량계 하역운반기계)와 같은 이동식 작업발판을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건의 경우에도 고인이 이동식 작업발판을 불러 수리를 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그러나 사다리차나 스카이차는 수리기사가 쓰고 싶다고 쓸 수 있는 장비가 아니다. 스카이차 중 가장 작은 1.4톤이라고 해도 사용료가 1시간에 무려 기본 15만원일 정도로 고가이며, 무상건이나 중클레임건 중 원청(삼성전자서비스) 관리자의 허락을 받은 건을 제외하면 모두 고객이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로 돼 있다. 3만~5만원짜리 수리를 위해 15만~20만원에 달하는 스카이차 이용료를 고객에게 부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만일 그랬다면 고객에게 강한 클레임을 받았을 것임은 자명하다. 더욱이 건당수수료 임금체계와 처리시간이 1시간 내로 제한되는 작업조건에서 안전을 이유로 사다리차를 이용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다. 사다리차를 불러 작업 장소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 동안 다른 접수건 처리를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방법은 2인1조로 한 사람은 건물 안에서, 다른 사람은 건물 밖에서 몸과 몸을 연결해 묶고 작업하는 공동작업이다. 하지만 이 역시 현실성 없기는 매한가지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전근대적인’ 임금체계인 건당수수료 방식으로 협력업체와 수리서비스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협력업체는 처리건당으로 위탁비를 받고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이 아니라 처리건당 수수료를 합산해 임금을 지급받는다. 그 결과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서비스 노동자들은 60건을 기준으로 기본급 130만원을 지급받고, 수리건수가 60건을 초과해야 건당 수수료를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다. 2인1조로 작업을 한다는 것은 건당수수료를 2명이 반분해야 한다는 말이 되고, 그로 인해 임금은 절반으로 삭감된다. 협력업체가 받는 위탁비 또한 절반이 감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조건에서 2인1조 작업이란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고인이 아닌 누군가가 그곳에 수리하러 갔더라도 이번 사고는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사고를 피할 수 없었던 고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업체 태도는 비열하고 잔인하다. 협력업체 근무조건과 작업환경을 지배하고 있는 원청이 건당수수료 임금체계를 유지하는 한, 사다리차의 이용 등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회피하는 한,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한 유사한 사고 재발을 방지할 방법은 없다. 중대재해사고시 기업(특히 원청)이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다는 입증을 하지 못하면 기업 대표자를 엄하게 처벌하는 입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의 운명은 영원히 철제난간 견고성에 좌우될 것이기 때문이다.

권영국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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