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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와 그 해법
▲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브렉시트라는 귀신이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 귀신은 경제적인 귀신이 아니라 정치적인 귀신이므로 2008년 미국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나 그에 연이은 유럽 재정위기와는 다를 거라고, 그 정도의 직접적인 충격은 없을 거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또 지구촌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라의 최고위 관료인 리커창 총리는 이 귀신은 유럽에서 출현한 귀신이므로 중국과 같은 지구촌 저 먼 곳에는 큰 영향이 없을 거라고, 경착륙은 없을 거라고 역설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현상 유지를 바라는 관료들의 자기 논에 물대기 식 주장들이다.

한편 <유럽연합의 종말>이라는 책을 펴낸 지엘론카 옥스퍼드대 교수는 이번 브렉시트 사태에는 “법칙도 없고 선례도 없기 때문에 전망이 아주 불확실하다”며 “사태를 악화시키지 않기 위해서 국제적으로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 역시 결국은 현상유지론자다. 더구나 이 주장은 겉보기와 달리 심한 무지를 드러낸다. 브렉시트 사태는 자본주의적 축적의 장기적 ‘법칙’에 의해 발생하고 있고, 그 ‘선례’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 시기에 있었다. 자본주의에서 공황이 경기순환적 공황이나 자본축적의 구조적 특성에서 비롯된 구조적 공황과 달리 자본주의 체제의 내재적 법칙인 ‘이윤율 저하 및 그 상쇄의 법칙’에 의해 발생할 때, 자본주의 체제내적으로는 공황과 불황을 극복할 방도를 찾을 수 없다. 어떤 경제정책도 약효를 발휘하지 못한다. 임금을 올리고 분배를 개선해 노동자를 지원하는 것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이자율을 마이너스로 낮추고 돈을 헬리콥터로 뿌려서 자본을 지원하는 것도 효력을 내지 못한다. 이때 남는 길은 경제적인 차원의 대책을 넘어 정치적으로 체제를 수술하는 것이다. 직진을 포기하고 좌로든 우로든 회전방향을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십자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자본주의 체제는 자본(계급)이 임금노동(계급)을 지배·착취하는 사회적·경제적 체제인 동시에, 보다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여러 국가 자본들이 일정한 국가 간 관계를 맺고 교역과 투자를 하는 하나의 국제체제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체제 파열이 일어날 때에는 일국적으로 사회경제적 체제에서 일어날 뿐 아니라 국가 간 체제에서도 동시에 일어나기 마련이다. 1930년대에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 그 공황의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은 독일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위기에 처하면서 파시즘이 등장한 동시에, 독일이 국제연맹에서 탈퇴하고 국수주의적 생존의 길을 추구하면서 자본주의 국제체제도 커다란 위기에 처했다. 일본과 이탈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이 추세는 결국 제2차 세계대전으로 귀결됐다. 그런데 유의할 것은 이런 국수주의, 반 국제주의 경향은 이들 추축국들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들과 전쟁을 치른 프랑스·영국과 미국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똑같이 발흥했다는 사실이다. 재벌가 왕자의 난에서 우리가 익히 보고 있듯이 자본가들은 일국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서로 싸우는 형제들’이므로 자본계급의 국제주의는 본원적으로 허구적·기만적이지만, 그 한계는 특히 대공황과 같은 체제위기 때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전쟁의 모습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이런 선례와 법칙성에 비춰 볼 때 국수주의로의 탈주는 영국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전반기에 그랬듯이 현재의 국제체제, 즉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체제에서 이득을 보기보다 손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자본계급이나 자본분파들이 노동자·민중을 동원해 현 국제체제를 타파하고자 할 것이다. 영국으로 말하면 런던 금융가의 자본가들은 현 체제의 수혜자들임이 분명한 반면 그 주변부의 산업자본가들은 스스로 피해자로 느끼고 있다. 이들이 현 국제체제를 타파하고자 이 국제체제에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끼는 중·하층 노동자들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느끼는 이들이 실제로 피해자인지 수혜자인지와는 별개로! (이 부분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트럼프와 유럽 여러 나라의 국수주의 세력은 근본적으로 동류다. 따라서 브렉시트는 결코 영국만의 예외적 현상으로 제한되지 않을 것이며 전체 유럽 차원에서, 나아가 선진자본주의 전체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양상은 법칙의 영역에 속하지 않으므로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러면 국수주의 경향의 이런 확산에 대해 우리 노동자는 국제주의자로서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자들과 동맹을 맺어서 그 파괴적인 경향과 대결해야 하는가. 진보개혁주의자들은 대체로 “그렇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노동자는 현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의해 심하게 희생당하고 있다. 이 체제는 실은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와 그 하수인들의 국제협력체제다. 그런데도 노동계급이 더 나쁜 신악이 미워서, 구악을 온존하려는 세력에 동원되는 것 역시 어리석거나 위험하다. 영국 노동당 당수 제러미 코빈의 고민도 그곳에 있을 것이다.

지금 노동계급 앞에는 두 갈레 길밖에 없다. 하나는 자본계급에 동원되는 길이다. 영국 좌파들처럼 현 국제체제에 반대하고자 국수주의에 동원되든, 한국의 진보개혁파처럼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 체제를 온존하는 데 동원되든. 다른 하나는 주체적 계급으로 우뚝 서는 길이다. 국내적으로 신자유주의 자본독재 체제 타파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허구적·기만적 신자유주의 제국주의 체제를 타파하고, 제국과 제국주의 없는 노동자의 참된 국제주의로 대체하는 것이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김승호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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