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수요를 억제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관리비용을 부과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했던 외국인력 고용부담금제가 6개월 만에 좌초됐다. 고용부담금 대신 고용보험료 추가 징수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중소기업 사용자들의 반발과 경제 위기 상황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3일 국무총리실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12월 2016년 경제정책운영방향을 발표하면서 약속했던 외국인고용부담금제 도입을 장기계획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대신 사업주에게 고용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입하기로 했다.

정부는 인건비 절감만을 목적으로 외국인력을 고용하지 못하도록 외국인 고용부담금제 도입을 추진했다.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외국인력 관리·체류 비용을 납부하도록 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을 세우는 것도 제도를 추진한 배경이다. 정부는 애초 올해 6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국인고용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었지만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재계의 반발이 잇따르자 결국 계획을 바꿨다.

노동부 관계자는 “중소기업주들의 부담과 조선업 불황 등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했다”며 “대신 고용보험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주에 대한 비용부담 원칙은 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인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일반회계와 고용보험기금이 부담하는 외국인력 선발·도입·고용관리 지원을 받고 있다. 외국인을 고용하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일종의 특혜고, 그렇지 않은 사업주 입장에서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고용부담금제 도입은 유보하더라도 고용보험료를 부과해 형평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고용부담금제 도입을 유보한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자 한 명당 4천500원 수준의 고용보험료 부과만으로는 외국인력 고용 남발과 노동조건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는 애초 사업주들에게 외국인노동자 한 명당 월 2만~4만원의 고용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부담금제 도입은 고용허가제를 시행했던 2004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번번이 재계 반발에 밀려 무산됐는데 이번에도 또 그렇게 됐다”고 비판했다.

한 이주노동자 운동단체의 활동가는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외국인 고용 사업주 편의를 봐주면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 악화와 인권침해를 막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내국인 고용 악화도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2011년에도 고용부담금제를 추진했지만 재계 반발에 밀려 계획을 유보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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