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공사가 최근 4년간 하청업체 비정규직 임금으로 대부분 사용되는 위탁용역비에서 예산 950억원을 절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장 박대성)에 따르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최근 국토교통부에 부채감축계획 실행내역을 보고했다. 공사는 용역비·관리비에서 2014년 325억원, 2015년 382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위탁용역비 줄였다" 자랑스레 보고

구체적인 위탁용역비 예산절감액을 보면 △2013년 284억원 △2014년 375억원 △2015년 271억원 △2016년1~5월 20억원을 절감했다.<표참조> 최근 4년간 위탁용역비 예산에서 총 950억원을 감축한 것이다. 공사는 절감 세부내역에서 국내외 동종·유사업무 비교를 통해 적정 인원을 산출하고 근무조를 개편하거나 여객수요에 따른 탄력적 인원 배치를 하는 등 효율적 인력운용으로 예산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부는 “우리같이 목숨 걸고 현장에서 일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를 쥐어짜 노동조건을 하락시키고 더 위험한 조건으로 내몰아 절감한 비용”이라고 반발했다.

그렇다면 공사는 하청업체 비정규직 처우를 악화시켜 뽑아 낸 돈을 어디에 썼을까. 공사는 지난 2014년 3월 발표한 ‘2014~2017년 부채감축계획안’에서 부채증가 원인으로 제2 여객터미널 건설 등 공항건설사업을 꼽았다. 공사는 공항건설 부채 해결을 위해 공항 운영비용의 70%가 인력소요에 따른 비용인 만큼, 효율적 인력 운영을 바탕으로 1천410억원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공사는 “위탁용역비와 시설관리비 절감이 관건”이라며 공사인력 최소화와 재료비 최소화, 아웃소싱 대가 합리화를 통해 위탁용역비 및 시설관리비를 10% 이상 절감하는 목표를 수립했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를 통해 공사의 위탁용역비 삭감계획이 실제로 이행됐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지부에 따르면 공사 소속 총인원 가운데 82.5%(6천386명)가 용역업체 소속 간접고용 비정규직이다. 위탁용역비 삭감은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처우와 연결된다.

세계 공항서비스평가 1위 인천공항의 민낯

지부는 이날 오전 ‘2016 세계 항공 허브 콘퍼런스’ 행사가 열리는 인천공항 하얏트호텔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건설부채 책임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공항공사를 규탄한다”며 “인건비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결의대회에는 지부 소속 12개 지회 조합원 500여명이 참석했다. 지부 관계자는 “공사는 새로운 터미널 건설로 생긴 부채 때문에 비정규직을 착취했다”며 “신규 터미널이 완공되면 수익이 발생할 텐데 그때는 비정규직 직원들을 모르는 척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안석 지부 사무처장은 “4년간 950억원을 비정규 노동자 몫에서 착취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물가상승률에 따라 오르게 돼 있는 인건비도 주지 않으려고 꼼수를 쓰는 것이 바로 인천공항공사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공사가 시설유지보수 분야 하청노동자들의 인건비 인상률을 후려치기 한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공사는 용역비 기준을 원가계산 용역기관에 의뢰해 산정한다. 시설유지보수 분야의 노임단가는 한국엔지니어링협회의 임금실태조사결과 노임단가를 적용하는데 올해 4급 인상률은 8.33%로 나왔다. 그런데 공사측은 이 기준대로면 3급 기본급과 역전현상이 일어난다며 임의로 4급 인상률을 2.05%로 줄였다. 지부 관계자는 “매년 당기순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3급 급여를 더 올려 주지는 못할 망정 4급 직원 임금을 후려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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