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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카톡 금지' 논쟁으로 본 화이트칼라 노동시간] 칼퇴근 막는 '성과주의' 밀어붙이면서, '퇴근 후 카톡 금지' 변죽 울리나
구은회  |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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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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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노동자들의 스마트 초과근로 문제를 다룬 책 \'Sleeping with Your Smartphone\'(Perlow, 2012)의 표지 사진. 자는 동안에도 업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풍자하고 있다.

최근 변화된 업무트렌드를 보여 주는 한 연구결과가 반향을 얻었다. 노동자 10명 중 7명이 업무 외 시간이나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고, 그 시간이 일주일 평균 11시간 이상(677분)에 달한다는 한국노동연구원 실태조사 결과다. 이른바 ‘스마트 초과근로’가 일상의 영역에 깊숙이 침투해 있음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본지 6월23일자 5면 ‘로그아웃 사라진 노동시간, 노동과 여가 경계 무너진다’ 기사 참조>

해당 연구 결과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부각됐던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노동시간 문제를 환기시켰다. 야근과 회식으로 점철된 회사원의 ‘저녁이 없는 삶’에 여론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화이트칼라 노동자 업무는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적합한 사례를 찾기 위해 멀리 갈 필요도 없다. 기한이 정해진 보고서를 작성하거나 자신에게 할당된 프로젝트를 완수하기 위해 퇴근시간이 지나도 컴퓨터 모니터 앞을 떠나기 어려운 것이 평범한 직장인의 일상이다.

하루 12시간 넘게 일하다 결핵에 걸린 컴퓨터 프로그래머

컴퓨터 프로그래머 A씨. 2006년 7월 농협정보시스템에 입사한 그는 입사 직후 농협중앙회 NH쇼핑몰을 개발하는 프로젝트 업무에 투입됐다. 평일에는 밤 10~11시까지, 토요일과 일요일은 저녁 6시까지 일했다.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제는 사규에나 적혀있을 뿐이다. 쇼핑몰 개발업무가 종료된 뒤에는 농협목우촌 종합정보시스템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역시나 야근이 반복됐다. 휴일에도 쉴 수가 없었다. 뒤이어 쇼핑몰 운영 업무를 맡았을 때에는 매일 아침 8시부터 밤 12시까지 강행군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회사는 A씨를 몰아세웠다. 상사들은 “프로젝트 진척도가 왜 이렇게 느리냐”거나 “전날 지시한 사항을 아직도 끝마치지 못했느냐”며 그를 질책했다. 그는 밤낮 없이 일하면서도 회사로부터 저성과자 취급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회사는 일주일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한 그에게 연장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미지급 수당을 지급하라며 낸 임금소송 자료를 보면, 그는 2년4개월 동안 무려 8천669시간 근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을 휴일조차 없이 기계처럼 일했다는 뜻이다. 비인간적인 장시간노동을 강요받았던 그는 현재 결핵과 결핵성 폐농양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다.

A씨의 사례는 자기착취의 극단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화이트칼라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또 화이트칼라 노동시간 문제가 성과주의나 프로젝트 방식의 업무시스템과 결부돼 있는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시사한다.

이와 관련 <매일노동뉴스>가 지난해 1월 현대자동차 소속 화이트칼라 노동자(사무관리직·연구직) 232명과 블루칼라 노동자(생산직) 153명을 대상으로 노동시간 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두 집단을 비교함으로써 화이트칼라 노동시간 문제의 속성을 들여다보기 위한 취지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현대차 소속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79.7%, 블루칼라 노동자의 85.6%가 초과근로를 하고 있다. 두 집단 모두 장시간노동에 노출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들이 장시간노동을 하는 이유는 확연히 달랐다.

화이트칼라의 경우 ‘업무량이 많아서 어쩔 수 없이’라는 응답이 54.7%로 가장 많았는데, 블루칼라의 경우는 ‘돈을 더 벌기 위해’라는 응답이 73.2%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장시간노동을 유발하는 요인 자체가 다르다는 뜻이다. 실제로 화이트칼라의 경우 ‘돈을 더 벌기 위해’라는 응답은 3.4%에 그쳤다. 어떤 집단에 속해 있느냐에 따라 장시간노동 문제에 대한 해법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그래프 1 참조>

   
 

화이트칼라 노동자 장시간노동 “돈 때문이 아니다”

하지만 초과근로에 대한 현대차의 보상체계는 장시간노동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설계돼 있다. 현대차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52.2%는 ‘근무시간과 상관없이 이미 정해진 액수가 지급되는’ 포괄임금제를 적용받고 있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이 아닌 판례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실무상 관행’ 성격의 제도다. 근기법은 노동자의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사용자에게 가산임금 지급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초과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 예외적으로 포괄임금제가 인정된다. 그런데 포괄임금제는 상시적인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전제로 일정한 금액을 미리 합산해 지급하는 방식이다. 상시적인 초과근로를 전제로 하는 만큼 장시간노동을 고착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현대차 화이트칼라 노동자 31%는 아예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각종 수당이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는 총액임금 개념의 연봉제를 적용받는다. 주로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역시 넓은 개념의 포괄임금제다.<그래프 2 참조>

   
 

결국 현대차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노동시간 문제는 ‘업무량은 많고,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태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노동자들은 이 같은 시스템에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 회사 눈 밖에 나면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대차 과장급 이상 사원들에게 적용되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은 “휴일이라도 회사 업무상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근무를 명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임금은 업적과 능력을 책정기준으로 하는 연봉제를 적용하고, 연봉은 개인별 업무성과에 따라 차등해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당 취업규칙에 따르면 △상사의 업무지시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복해 직장의 규율을 문란케 한 자 △근무태도나 근무성적이 불량하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 △회사의 정책방향에 역행해 간부사원의 본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함으로써 회사업무에 악영향을 끼친 자 등은 징계해고 대상이 된다. 휴일에도 상사의 말 한마디에 회사에 나와야 하고, 이에 불복했다가는 임금이나 고용 관련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장시간노동을 부추기는 핵심요인이 성과주의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스마트 초과근로, 법으로 규제될까?

컴퓨터 프로그래머 A씨나 현대차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의 사례는 국내 기업의 업무관행이 노동시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다. 반면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이른바 ‘스마트 초과근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스마트기기의 진보가 노동시간에 영향을 미친 경우다.

스마트기기의 업무활용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안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극복해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긍정적 효과라면, 직장생활과 가정·여가생활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방해하는 것은 부정적 측면이다. 스마트기기를 매개로 한 장시간노동이 노동자의 업무스트레스를 높여 이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한국노동연구원이 남녀 임금노동자 2천402명을 대상으로 ‘스마트기기 업무활용 현황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업무시간 이외 또는 휴일에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업무를 수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업무시간 외 업무를 위해 일주일 평균 11시간 이상(677분)을 투여했다. 평일은 평균 1.44시간(86.24분), 휴일은 약 1.6시간(95.96분)을 썼다. 업종별로는 ‘출판·영상·방송통신 및 정보서비스업종’ 노동자의 스마트 초과근로 경험 비율이 89%로 가장 높았다. 직종별로는 관리자(85.4%)·판매직(79.6%)·사무직(71.8%)의 스마트 초과근로 경험 비율이 높았다.

이와 관련 최근 국회에 일명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됐다.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다. 근기법 제6조 2항을 신설해 “사용자는 이 법에서 정하는 근로시간 이외의 시간에 전화(휴대전화를 포함한다), 문자 메시지, SNS 등 각종 통신수단을 이용해 업무에 관한 지시를 내리는 등 근로자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노동자에게 ‘회사로부터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취지다. 회사업무가 직장 밖으로 이어지는 것을 규제하고, 노동자의 여가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의 국회 처리 전망은 어두워 보인다. 사용자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데다,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업무시간 외 업무를 일괄 금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가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예상된다.

때문에 독일이나 프랑스처럼 우리보다 앞서 스마트 초과근로에 대한 규제에 나선 국가들이 법제화 노력과 함께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적정선의 해법을 찾아가고 있는 점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해당 기업의 실정을 잘 이해하는 노사 당사자가 머리를 맞댈 때 실효성이 담보되는 대안이 도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성과주의 밀어붙이는 정부 … ‘퇴근 후 카톡 금지’하면 된다고?

한편 고용노동부는 30일 관계부처와 경제5단체·전문가 등과 함께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한 4대 캠페인에 나선다고 밝혔다. 4대 캠페인은 △휴가사유 없애기 △근무시간 외 전화·문자·카톡 사용 자제 △일·가정 양립 저해어와 권장어 선정 △CEO 직접 참여 기업문화 개선 등이다.

이 중 근무시간 외 전화·문자·카톡 사용 자제 캠페인에 대해 노동부는 “근무시간 외에 업무와 관련된 전화·문자·카톡·이메일 등이 왔을 때 이를 개인 차원에서 거부하는 경우 무례하게 비춰지는 등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기관 차원의 공동응답 문자를 개발해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응답문자의 구체적인 예시로 “근무시간 이외의 업무 연락에 대해서는 내부 규정상 부득이 응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주시기 바라며 근무시간에 다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제시했다. 노동부는 또 밤 10시 이후 업무 관련 카톡을 금지하고, 휴일에 업무를 지시한 상급자를 보직해임한다는 지침을 마련한 엘지유플러스 사례도 소개했다.

그런데 정부가 이날 발표한 내용은 그간의 정부정책이 비춰볼 때 이율배반적이다. 노동시간 정책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현행 근기법에 명시된 법정 노동시간(52시간)을 늘리는(60시간) 내용의 근기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제 시간에 퇴근해 가정으로 돌아가라는 정부 캠페인과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근기법 개정안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으로 상징되는 정부의 성과주의 밀어붙이기도 노동시간 단축과는 거리가 멀다. 성과주의는 한마디로 ‘도태되지 않으려면 기를 쓰고 일하라’는 뜻이다. 이른바 저성과자를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한 노동부의 ‘공정해고(일반해고) 지침’도 마찬가지다. 일자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면, 또는 동료보다 높은 인사고과를 받으려면 '칼퇴근'은 꿈도 못 꿀 일이다.

스마트 초과근로의 주요 대상인 화이트칼라 노동자와 관련해서도 노동자의 이해에 역행하는 방식으로 제도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계는 미국의 화이트칼라 면제제도(White-collar exemption)의 도입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이 제도는 일정 소득 이상의 노동자 중 관리직과 행정직·전문직·컴퓨터 관련 종사자·감독직 노동자에 대해 연장근로 가사수당을 적용하지 않는 제도다. 정부 역시 규제 완화 차원에서 이 제도의 효용성을 검토 중이다. 머지않아 ‘수당 없는 연장노동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사회가 도래할 지도 모를 일이다.

노동문제 전문가들은 스마트 초과근로와 관련해 정부와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노동정책을 총괄하는 주무부처는 노동시간과 휴게시간의 경계에 있는 사례에 대한 법적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지침을 만들어 혼선을 줄이고, 1일 근로시간 상한 또는 근로일 간 최소휴식시간을 설정하는 등 노동자의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제도 개선을 모색해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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