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유성기업이 노조파괴 컨설팅을 제공했던 창조컨설팅 계획대로 움직이면서 부당노동행위를 했던 자료·증거들을 확보하고도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해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당노동행위를 적극 규제해야 할 관할 부처가 사용자들의 불법행위에 눈을 감았다는 비난이 거세게 일 전망이다. 노동부는 “법대로 처리했다”고 할 뿐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노동부, 압수수색서 부당노동행위 증거 22건 확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29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천안지청이 작성한 ‘유성기업 압수물 분석 결과, 수사보고서’ 전문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유성기업 압수수색 자료에는 부당노동행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했고 노동부 근로감독관조차 증거가 명백하다고 보고서에 명시했다”며 “그러나 노동부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하면서 묵인을 넘어 불법·탈법을 방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의원이 이날 공개한 자료는 노동부 천안지청이 2012년 11월14일 검찰과 함께 유성기업 아산공장·영동공장·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한 수사보고서다. 보고서는 압수수색 보름 후인 2012년 11월30일 작성됐다.

현대자동차가 개입한 유성기업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증언이나 문서가 일부 공개되기도 했지만 수사보고서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검찰과 노동부는 모두 22건의 범죄사실(부당노동행위)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천안지청은 창조컨설팅 압수수색에서 나온 노조파괴 컨설팅 문건과 유성기업에서 나온 비상대책조직운영계획이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천안지청은 또 “(유성기업에서) 창조컨설팅 문건 담당 업무대로 행해졌다”며 계획이 실제 추진됐음을 인정했다.

유성기업, 현대차에 수시보고 확인

유성기업이 노조 관리사항을 원청인 현대차에 수시로 보고했다는 증거도 나왔다. 유성기업은 2011년 10월8일과 11월3일 현대차 제출용으로 작성한 ‘유성노조 가입 확대전략’과 ‘향후 징계절차 진행 및 유성기업노조 조합원 확보’ 보고서에서 “경영컨설팅업체와 접촉해 HR(인적자원)제도 개선·시행에 대한 미팅을 진행했고 11월 중 조합원들이 피부로 실감할 구체적인 활동이 시작될 예정인 바, 금속노조 유성지회 소속 조합원들의 심경 변화를 촉진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시했다.

유성기업은 현대차에 보고한 대로 지회 조합원을 징계하고, 지회를 탈퇴해 기업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은 승진시키는 방법을 썼다. 천안지청은 이에 대해 “징계와 승진을 유성기업노조 조합원 확보를 위한 부당노동행위 수단으로 사용했음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심지어 유성기업은 지회 탈퇴를 주도한 한 생산직원을 승진시키면서 그 사유로 “회사가 어려운 시기(지회가 파업하던 시기)에 조기복귀를 했고 조기복귀자 14명이 복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적시했다. 또 ‘조합원 업무복귀 관련 전략회의’ 문건(2011년 6월25일 작성)에서는 “주요 그룹의 Key맨(중심인물)을 집중적 선무활동 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들에게 일정한 이익을 약속하거나 처벌을 면제함으로써 포섭하고 (그룹별) 복귀를 유도한다”는 계획을 짰다.

'명백한 증거'라는 판단과 반대로 노동부와 검찰은 혐의 없음 혹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현대차와 유성기업을 불기소 처분했다. 노동계는 이에 반발해 법원에 ‘검찰 불기소 처분에 대한 재정신청’을 제기했고 대전고등법원은 2014년 12월31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관련 재판이 시작된 상태다.

“300명 정신적 고통, 3명은 자살 … 처벌은 없었다”

이정미 의원은 이날 이기권 장관에게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고도 왜 불기소 처분했냐. 불법·탈법 방조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기소의견을 냈고, 아닌 것은 불기소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구체적인 것 하나하나까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사전 질의서도 보내지 않았냐”고 질의하자 “노동부는 법대로 하고 있다. 하나하나 확인하지는 못한다”면서 또다시 답변을 피했다.

이 의원은 “지난 5년간 유성기업 노동자 300여명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고 회사의 불이익 취급을 견디다 못한 3명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그러나 검찰과 정부의 묵인과 방조로 가해자인 현대차와 유성기업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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