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 대정리 고려아연 2공장에서 황산이 누출돼 협력업체 노동자 6명이 화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해 원청과 노조 간 책임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원청인 고려아연은 "협력업체 근로자가 작업순서를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한 반면 노조는 "고려아연이 작업 전 배관에 잔류 황산액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의혹이 있다"고 반박했다.

28일 울산소방본부와 회사에 따르면 이날 오전 보수업체가 공장 황산 제조를 위한 배관 보수작업을 했다. 4미터 높이의 배관 연결부위를 풀어 해체작업을 하던 중 내부에 남아 있던 황산액이 유출돼 아래에 있던 작업자들을 덮쳤다. 유출된 황산은 1천여리터로 농도는 70%의 고농도로 추정되고 있다. 해당 사고로 온몸에 황산을 뒤집어쓴 3명은 전신에 3도 화상을 입었고, 나머지 3명은 비교적 경미한 화상을 입었다.

고려아연은 사고 발생 후 공장 본관 회의실에서 사고 현황을 설명하면서 "배관보수를 맡은 협력업체 한림이엔지 근로자들에게 사업장 내 황산탱크 안의 잔여물질을 빼내고 배관 보수작업을 하라고 지시했는데 이를 지키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협력업체 노동자가 작업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는 "원청 고려아연이 사전에 배관에 잔류한 황산액을 중화하는 작업은커녕, 작업지시 전 잔류 황산이 남아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크다"며 "협력업체와 원청사 모두 책임을 발뺌하며, 작업자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사건 원인을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상자 6명 중 5명은 노조 조합원이다.

울산지부 관계자는 "작업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한림이엔지가 전날 작업지시를 내렸고, 당일 밸브를 열기 전 한림이엔지 소장이 직접 작업지시를 내렸다"며 "배관 아래쪽에 위치한 밸브에서 가스가 새어 나와 작업노동자들이 반신반의했는데도, 협력업체가 '잔류액이 없다'고 작업을 요구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울산지부는 "안전을 확인하고 작업허가서를 통해 작업지시를 내리는 책임은 원청에게 있고, 모든 작업 시작시 누출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할 때 원청에 보고를 해야 하는게 협력업체의 의무"라며 "의무는 다하지 않고 작업노동자들 핑계만 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7월에도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1공장에서 스팀탱크와 연결된 배관이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당시 탱크에 남아 있던 황산연료가 압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연결된 파이프를 중심으로 폭발했다. 같은해 11월에는 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15미터 난간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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