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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파견제도는 확대가 아니라 폐기돼야 한다이경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구미지사)
▲ 이경호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구미지사)

여느 공단과 마찬가지로 구미 국가산업단지에도 하청업체가 있고, 이들 하청업체에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들이 즐비하다. 용역·도급·사내하청·아웃소싱이라는 이름으로. 이들 용역업체도 양극화가 돼서 사장 1인 업체인 경우도 많으며 단지 인력을 모집해 여러 사업장에 파견만 하는 사실상 불법파견 업체도 부지기수다. 용역업체 사장은 특별히 용건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파견인력 사용업체에 들어가는 일도 드물다. 파견인력에 대한 관리와 업무지시는 파견인력을 사용하는 업체 몫이다. 생산 도급업무가 여러 하청업체를 거쳐 아래로 내려갈수록 근로조건은 당연히 열악해지고 임금은 최저시급 수준이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하청업체에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업체 사장조차 인력 사용업체로부터 지급받는 용역비 외에는 달리 여력이 없는 영세 거간꾼에 불과하다.

단순히 보면 이들 거간꾼은 파견인력과 파견인력 사용업체 사이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으면서 파견인력이 입사할 때부터 퇴사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중간이득만을 취하는 자에 불과하다. 오히려 파견인력 사용업체로 하여금 최저인건비 유지를 가능하게 하고, 인력규모를 용역계약 해지라는 간단한 방법으로 줄일 수 있도록 만드는 악인 역할을 할 뿐이다. 최저가 입찰제를 적용한 단기 용역계약을 통해. 그런 면에서 중간에서 일회성으로 알선비를 취득하는 합법적인 직업소개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53년 노동법을 최초 제정한 이후 98년 외환위기 이전까지 근로자파견을 중간착취 제도로 간주하고 외환위기 이전까지 45년간이나 일관되게 금지시켜 왔다.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제와 더불어 인력유연화라는 재계 요구를 수용해 근로자파견제도를 도입했지만, 중간착취 제도라는 본질적인 성격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32개 업무에 대해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는 파견이 절대 금지되도록 했다.

그런데도 구미지역에는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를 대상으로 인력을 파견하는 업체가 넘쳐난다. 모두 불법이다. 이를 감시하고 관리해야 할 노동행정력이 현장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역부족이다.

파견인력들의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근로조건이 보호되지 않고, 사용업체가 그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영세한 하청업체에만 인력을 파견하는 용역업체 사장의 능력 없음(?) 때문만은 아니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는 세계 4대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글라스 기판 제조업체인 아사히글라스라는 대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일본계 외자기업으로 2005년 경상북도와 구미시로부터 50년간 토지 무상임대, 5년간 국세 전액 감면, 15년간 지방세 감면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매출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사업장 내에는 사내하청업체가 세 곳이나 있고, 근로조건은 역시나 열악하고 임금도 최저임금을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이를 극복해 보고자 지난해 5월 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구미지역 최초로 사내하청 비정규직노조를 설립했다. 헌법상 보장되는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다.

결과는 참혹했다. 한 달 뒤 원청업체는 아예 사내하청업체와 맺은 도급계약 자체를 중도해지해 버렸고, 용역직원을 동원해 하청노동자의 사업장 출입을 전면 통제했다. 하청노동자가 담당하던 업무에는 인수인계도 없이 원청 자회사 직원을 대체시켰다. 대기업 사내하청 노동자 160명이 노동조합을 설립하자마자 수년간 근무하던 사업장에서 하루아침에 내쫓겼고 곧바로 실업자가 된 것이다.

최근 중앙노동위원회가 원청업체의 부당노동행위를 인정하고 하청업체 직원들의 재취업과 생계대책을 마련하라는 구제명령을 내렸지만, 원청은 구제명령 이행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에 파견을 한 것에 대해서도 사건을 제기했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10개월간 조사를 하고도 아직 수사 중에 있다. 설령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이 인정되더라도 원청업체는 역시나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다른 대기업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그렇게 법적판단을 받는 사이 140명이던 조합원이 1년 새 23명으로 줄었들었다. 노동자들은 모두 흩어질 것이고 노동조합도 소멸될 것이다. 그 후에 법적 결과가 나온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노동자를 사용하는 자가 그 노동자에 대한 근로조건·임금·고용·노동조합활동 등 노동법적 책임을 모두 져야만 한다. 우리 법은 애초 그리 제정됐다. 오히려 외환위기 이후 국가위기를 극복한다는 명분하에 제정된 파견법이 비정상적이다. 지금은 국가위기 상황이 아니다. 외환위기라는 국가위기 상태가 해소됐으면 비정상적으로 제정됐던 파견법도 당연히 폐기됐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여당에 의해 발의됐다가 폐기된 파견법 확대 개정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행 32개 업무로 제한돼 있는 파견 대상업무에 더해 '절대금지'였던 제조업 직접생산공정 업무까지 예외 없이 확대하겠다고 한다. 노동법이 최초 제정된 이후 근로자파견을 중간착취 제도로 간주하고 일관되게 금지시켜 왔던 법 제정 취지는 어디에 내팽개치고 재계 요구만을 수용하려고 하는가. 노동자 권익을 보호해야 할 노동부가 오히려 파견법 확대에 앞장서고 있으니 허탈하고 허무한 시절이다.

이경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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