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서울지하철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최근 근무 중 미끄러져 다리에 골절상을 입었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하청업체 소속 현장 간부가 찾아와 현재 입찰할 사업이 있기 때문에 산업재해 처리가 어려우니 공상으로 하자고 권유했다. A씨는 1차 수술비와 월급을 받고 그 후 발생되는 치료비와 수술비는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작성했다.

서울대병원 식당에서 근무하는 비정규 노동자들은 업무 특성상 한 손으로 작업을 많이 하기 때문에 팔이 마비되는 등 근골격계 증상을 자주 겪는다. 그런데도 산재를 신청하지 않고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한다. 돈 때문이다. 산재로 입원하면 평균임금의 70%밖에 지급되지 않는다. 워낙 저임금이라 평균임금의 70%로는 생계를 잇기 어렵다.

정의당과 공공운수노조가 27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안전분야 비정규직 고용의 문제점 증언대회'에서 나온 노동자들 얘기다. 유성권 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지부장은 “일반 시민들은 볼 수 없는 철도기지 안에서는 산재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대부분 은폐된다”며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원청에서도 묵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성민 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조직국장은 “평균 55세 노동자들이 병원에서 청소와 식당일을 하다 보니 골절사고 예방이 필수적인데 원청과 하청 모두 신경 쓰지 않아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며 “제대로 치료받고 하루 이틀 쉬면 나을 병이 나중에는 큰 병으로 번져 산재 처리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발제를 맡은 조성애 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중대재해 사망자는 꾸준히 줄고 있는데 이 중 하청노동자 비율은 점점 높아진다”며 “하청노동자들은 직접고용된 노동자보다 위험에 두 배는 더 노출돼 있지만 생계와 재고용 문제, 회사의 압력 등 갖가지 이유로 산재가 은폐된다”고 설명했다. 조 국장은 간접고용 노동자 산재 근절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으로 △국민 생활 안전과 직결되는 업무 정규직화 관련 각종 입법안 마련 △간접고용 정규직화를 저해하는 제도 개선 △원청 책임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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