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회사 말대로 안전벨트를 하고 작업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까요? 엔지니어들은 누가 현장에 갔어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지난 23일 오후 3시, 서울 월계동 한 빌라에서 삼성전자서비스 하청업체 노동자 진아무개씨가 3층 높이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다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노동·시민단체는 이 사고를 두고 "서울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의 판박이"라고 주장했다. ‘위험업무 외주화’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과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복되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며 “정부와 삼성전자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자 과실 아닌 구조적 참사

지회에 따르면 고인이 속했던 성북센터는 "안전장비를 지급했다. 고인이 실족사한 것 아니냐"며 개인과실로 몰았다.

그런데 사고 현장인 빌라에는 안전벨트를 걸 수 있는 안전고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성북센터가 고인에게 지급했다는 안전벨트는 무용지물이었다. 사업주에게 안전 조치를 하도록 한 산업안전보건법도 지켜지지 않았다. 안전벨트를 착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높은 곳에서 작업하는 경우 사업주는 추락을 방지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 일명 스카이차(사다리차)를 부르거나 그물망을 설치하는 식이다.

진씨 같은 설치·수리 업무를 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불가능한 조치다. 스카이차 대여 요금은 1시간에 15만원가량이다. 수리기사가 고객을 방문한 뒤 안전하게 작업하기 위해 스카이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스카이차가 현장에 도착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건설현장이 아닌 곳에 그물망 설치는 불가능하다.

수리기사가 추락 위험을 무릅쓰고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안전조치 대부분이 현재 근무환경에는 갖추기 어려운 것들”이라며 “작업자 과실이나 안전불감증으로 사고 원인을 돌리는 것은 작업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한 대안 마련을 막고 진실을 은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수리기사 건당 수수료 폐지해야

특히 위험작업을 무리하게 하도록 몰아붙이는 시스템이 문제다. 노동계는 건당수수료를 사고를 부른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전자서비스는 에어컨 실외기 중수리 업무를 하는 기사들에게 건당 5천원을 더 지급하고 있다. 지회에 따르면 센터측은 이날도 수리기사들에게 실적 압박을 했다. 센터는 “금일 처리 건이 매우 부진함. 늦은 시간까지 1건이라도 뺄 수 있는 건은 절대적으로 처리”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기사들에게 보냈다.

이들 단체는 “건당 수수료가 아니라 일하는 시간에 따라 급여를 준다면 안전조치를 충분히 취하고 실적 압박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수리에 전념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급여체계를 설계하지 않는 한 수리기사의 안전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회 관계자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건당수수료는 안전과 생계 중 양자택일하도록 강요한다"며 "건당수수료는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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