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석호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 한상균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다. 민주노총 혁신방향을 바라보는 초점이 달랐다. 지지후보가 따로 있었다. 하지만 한상균 후보가 당선됐다. 내 마음속 첫 반응은 거시기했다. 한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저런 측면에서 한상균 위원장이 잘 선택됐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한상균 체제는 민주노총 풍토를 흔들었다. 최저임금 1만원이 그랬다. 많은 이처럼 나도 반대했다. 현실 가능성이 있겠나, 영세상인을 어찌 감당하겠나, 등의 이유였다. 그러나 최저임금 1만원은 민주노총 주장이 됐다. 난 여전히 찜찜했다.

그런데 내 오류라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회장이 간단한 답을 줬다. 국가가 각종 기금으로 기업과 농업을 지원하듯, 상업을 지원하면 되는 거였다. 영세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4대 보험을 지원하고 카드수수료를 인하하는 방법 등이다. 유통상인연합회는 최저임금 1만원 투쟁에 적극 동참했다.

무엇보다 놀란 건 최저임금 사안을 순식간에 밑바닥으로 확장시켰다는 점이었다. 그전에 캠페인을 하면 최저임금을 모르는 청년이 많았다. 이젠 고등학생도 꽤 안다. 나는 반성했다. 대중은 복잡한 숫자에 약하다는 사실도 환기했다. 1만원은 명쾌했다.

청년들이 민주노총을 칭찬하더라는 말도 들었다. 국민에게 반대·퇴진으로 각인된 민주노총이 전망·희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상징이었다. 최저임금 1만원은 그런 거였다. 한상균 위원장의 진정성과 파격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대안이었다.

며칠 전 김종인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말했다. “읽어 봐. 눈물 날 것 같아.” 노인네가 뭔 호들갑이셔, 생각하며 읽었다. 최저임금 1만원 백일장에 응모한 글들이었다. 젠장, 나도 눈물이 맺혔다. 자꾸만 그들의 삶이 연상돼 한꺼번에 다 읽을 수가 없었다. 14쪽인데, 몇 개만 소개한다.

“참 부끄럽지만, 할머니가 편찮으실 때마다 할머니 걱정에 앞서 병원비 걱정을 해 왔던 못난 손녀였습니다. 주머니 사정이 좀 나아진다면, 마음 편히 할머니 몸 걱정만 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저의 이기심은 다시 죄책감이 돼서 심장 위에 놓인 짐처럼 마음을 무겁게만 했습니다. 그 짐에 놓여 할머니만 걱정하는 착한 손녀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깁니다.”

“저는 세 아이의 아빠입니다.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맨날 남이 입던 헌 옷만 입히는 것이 가슴이 아팠습니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된다면 사랑하는 내 아들 진섭·진우·진현이에게 맨날 물려 입던 옷 대신 예쁜 새 옷 한 벌씩 사 입힐 수 있어요. 최저임금 1만원은 우리 가족에게 소중한 희망을 줄 것입니다.”

“마트 경품이나 1+1에 눈이 멀어 속는 줄 알면서 사지 않을 테야. 싸구려 아이 옷 세탁기에 해질까 밤늦도록 손빨래하지 않을 테야. 우리끼리 먹으면 맛없다고 결혼기념일을 가족기념일로 보내진 않을 거야. ‘그까짓 만 원짜리 문화상품권’이라며 이런 백일장은 우습게 넘길 테야."

“맛있는 짬뽕을 실컷 먹고 싶네요. 그동안 비싸서 못 주문했던 탕수육 '소짜'도 하나 시켜서요!”

바로 내일부터, 즉 28~29일 청년유니온 등 최저임금 관련 단위들은 세종시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1박2일 농성 및 캠핑을 한다.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전국에서 확대간부파업을 하고서 모인다. 인사할 겨를도 없을 만큼 반가운 얼굴들을 정말 많이많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통계마다 약간 차이는 있으나, 최저임금 수혜자는 185만명이다. 미달자도 264만명이나 된다. 합하면 무려 450만명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6천30원이다. 최저임금 1만원! 민주노총 노조들의 서너 해 임금인상과 맞바꿔도 좋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민주노총 사회연대위원장 (jshan8964@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