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10명 중 9명은 저성과자 해고의 길을 여는 고용노동부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에 대해 “위법 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10명 중 7명은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정부·여당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에 대해 “나쁜 일자리만 늘린다”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7~24일 8일간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 16명 중 11명(응답률 68.8%)을 대상으로 ‘노동현안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이번 조사에는 새누리당 3명(하태경·문진국·임이자), 더불어민주당 5명(홍영표·한정애·이용득·송옥주·강병원), 국민의당 2명(김삼화·이상돈), 정의당 1명(이정미)이 참여했다.

20대 국회 '노동 4법' 통과 힘들 듯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개원일인 지난달 30일 이른바 노동 4법을 다시 발의했다. 19대 국회 종료로 자동폐기된 법안을 고스란히 부활시켰다. 노동 4법은 20대 국회에서도 본회의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매일노동뉴스>가 노동 4법 중 가장 논란이 큰 파견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11명 중 8명(72.7%)이 “나쁜 일자리만 늘어나고 노동시장 혼란을 야기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1명(9.1%)만이 “파견을 넓게 허용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찬성했다.

새누리당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에 파견허용 업무를 확대하고,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당별로 보면 야당에서 온도차가 느껴진다. 더불어민주당 의원(5명)과 정의당 의원은 모두 반대했으나 국민의당 의원은 각각 “잘 모르겠다”거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원 뒤 자율적 협상으로 결정”이라고 답했다.

노동 4법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고루 나뉘었다.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8시간 휴일 특별연장근로를 추가로 허용하고 기업규모별로 근로시간단축 시행시기를 달리하는 내용이다. 응답자 중 5명(45.5%)이 “현행법대로 12시간 이내로 곧바로 제한”이라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4명)과 정의당(1명) 의원이다. “단계시행에 특별연장근로 허용”(새누리당 2명·국민의당 1명)과 “특별연장근로에 반대하지만 근로시간단축은 단계시행”(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1명씩)은 각각 3명(27.3%)이 선택했다. 근로시간단축 요구가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파견법과 달리 근로시간단축은 상대적으로 협상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환노위원 90.9% “노동부 2대 지침 반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저성과자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노동부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에 대해서는 1명을 제외한 10명(90.9%)이 “저성과자 해고로 악용돼 위법소지가 있다”고 반대했다.

노동부는 해당 지침에서 성과평가로 저성과자를 골라내고 재교육해 복귀시키거나 개선되지 않으면 해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관련해 별도 의견을 통해 “공정한 성과평가를 위한 기준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 한국의 실상에서 성과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준 의원도 있다. 나머지 1명(9.1%)은 “공정한 성과제도 확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부의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의 경우 10명(90.9%)이 “근기법의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보였다. 취업규칙 지침은 임금피크제나 성과급제 같은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동자 과반수나 노조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최근 금융·공공기관이 해당 지침을 근거로 노조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해 노동현장의 반발을 초래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달 8일 취업규칙 지침에 대해 “이사회 결의로 도입된 성과연봉제는 무효이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은 불이익변경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나머지 1명(9.1%)은 기타 의견으로 “정년 60세 시행이 청년일자리를 줄이지 않기 위해서는 능력·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기업 경영권에 해당하므로 합리적”은 0%였다.

환노위원 100% “최저임금 인상해야”
90.9% “격차 해소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내년 최저임금 결정 법적 시한인 28일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가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26일 현재 노동계는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재계는 동결(6천30원)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환노위원들의 의견은 어떨까.

응답자 전원(100%)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 방법론에서는 차이를 보였다. 절반이 넘는 6명(54.5%)은 “최저임금을 올리되 기업 지불능력을 고려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1만원에는 4명(36.4%)이 찬성했다. 나머지 1명(9.1%)은 기타의견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이 되도록 연차별로 두 자릿수 인상”을 제시했다. 재계가 요구하는 최저임금 동결 의견을 택한 의원은 한 명도 없었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의원이 모두 “인상하되 속도조절”을, 더불어민주당 의원 3명과 정의당 의원 1명은 “최저임금 1만원”을 선택했다.

서울지하철 구의역 사고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차별을 비롯한 노동시장 격차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격차 해소를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를 복수응답으로 물었더니 환노위원 10명(90.9%)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우선과제로 꼽았다. “단체협약 적용률 확대”와 “비정규직의 조직화 지원”은 각각 5명(45.5%)으로 집계됐다. “정규직 고용유연화”와 “차별시정 노조신청권 도입”은 각각 3명(27.3%)이었다. 1명(9.1%)은 기타의견을 통해 “노동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해 기업이 정규직 중심으로 채용하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 정규직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다른 1명(9.1%)은 “노동시장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구조조정, 사회적 대화기구 필요”
20대 국회 우선 할 일 “비정규직 차별해소”


최근 뜨거운 이슈는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다. 조선소 물량팀을 포함해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해고가 잇따르고 있고, 정규직도 해고의 칼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회도 일정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를 복수응답으로 질의했더니 환노위원 10명(90.9%)은 국회가 “산업전망과 고용전망을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거버넌스) 구성” 또는 “구직급여(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경제위기와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특위 설치(7명, 63.6%) △조선·해운업 경영실패와 정책실패 규명을 위한 청문회(5명, 45.5%) △조선사들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특별감독(3명, 27.3%) △근기법상 정리해고 요건 강화(2명, 18.2%)를 주문했다. 1명(9.1%)은 기타의견으로 “노동개혁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하는 것이 조선업 구조조정을 극복하는 데 필요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1명(9.1%)은 “산업 구조조정은 언제든 등장할 수 있기에 이에 대비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불개입 원칙, 채권단에 맡겨야”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 다뤄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일까.(복수응답) 환노위원 8명(72.7%)은 “비정규직 차별해소(간접고용 해소)”를 꼽았다. 비정규직 청년노동자의 비참한 죽음을 목도하게 한 구의역 사고 여파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에서는 위험업무 외주화 금지 등 간접고용 해소를 위한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환노위원들은 이와 함께 △최저임금제(6명, 54.5%) △성과연봉제(임금체계)·일자리 창출(청년고용 포함)·노동 3권 보장(법외노조 포함)(각 5명, 45.5%) △근로시간단축·산업안전(각 4명, 36.4%) △사회적 대화·기업 구조조정·2대 지침·특수고용직 문제(각 1명, 9.1%)에 주목했다.

환노위원들이 하고 싶은 일은?

환노위원들은 주관식 답변을 통해 20대 국회에서 하고 싶은 일과 포부를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근로시간단축”을 앞세웠다.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은 한정애 의원은 “위험의 외주화 금지”를 강조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이용득 의원은 “집단적 노사관계 회복과 중앙 노사관계 확립을 통한 사회적 협의 시스템 구축”을 내세웠다. 같은 당 송옥주 의원은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정규직화 입법활동”을 선택했다.

새누리당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노동 4법의 조속한 처리를 통한 청년일자리 창출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및 사회안전망 강화”를 제시했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문진국 의원은 “근기법상 정리해고 요건 강화와 노조법상 노동자·사용자성 확대”에 관심을 뒀다. 한국노총 여성담당 부위원장을 지낸 임이자 의원은 “청년실업 해소와 중·장년층 일자리 확충”에 방점을 찍었다.

국민의당 간사인 김삼화 의원은 “청년고용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안 마련 및 입법화”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 이상돈 의원은 “조선업 침체로 인한 대규모 실업위기에 대한 노사 간 쟁점 조율”이라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파견법을 비롯한 간접고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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