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에서 일하다 목숨을 끊은 고 한광호씨의 장례가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24일로 꼭 100일째다. "노조파괴와 징계 압박으로 고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듭되고 있다.

'노조파괴 범죄자 유성기업·현대차자본 처벌 한광호열사 투쟁승리 범시민대책위원회'는 23일 "죽은 지 100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한 한광호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24일부터 25일까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유성기업은 고인이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 간부로 활동했던 2012년 10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명예훼손 등을 이유로 11차례 고소했다. 이 중 2건만 기소되고 나머지 9건은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고인은 회사의 고소 등 노조파괴 압박에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2014년 충남노동인권센터 심리치유단이 실시한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우울증 의심증상으로 상담치료를 받았다. 당시 조사에서 유성기업 노동자 36%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조컨설팅과 유성기업이 벌인 노조파괴가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고인은 올해 3월17일 새벽 자택 인근 야산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자택에서는 봉투를 뜯지도 않은 채 쌓여 있는 경찰 출석요구서가 발견됐다. 지회는 고인의 모친 등 유가족으로부터 장례 일정과 후속대책 일체를 위임받아 현대차·유성기업에 사과를 요구했다. 유성기업범대위가 '현대차 진격의 날'이라 이름 붙여 24일부터 1박2일간 개최하는 집회에는 1천여명의 노동자·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성기업범대위 관계자는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인간에 대한 도리마저 버리고 있는 듯해 참담하다"며 "앞으로 사태를 매듭짓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어떤 투쟁이든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현대차·유성기업에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지회와 성실한 교섭에 임해 달라고 호소했다. 고인의 형인 국석호씨는 "고령의 모친이 아들의 장례식이라도 치르고 싶다며 슬퍼하고 있어서 너무 속상하다"며 "이제 광호를 좀 보내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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