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호 변호사(민주노총 울산노동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6.5.24 선고 2012다85335 판결

직장폐쇄의 경위


2010년부터 금속노조 산하 몇 개 지회에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자 사용자측이 이를 빌미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규모 용역을 투입해 조합원들이 사업장으로 출입하는 것을 막은 다음, 순차적으로 조합원들을 선별해 복귀시키고 회사 내에서 숙식 노동을 하도록 해 단결력을 와해한 다음, 일부 조합원들을 통해 총회를 개최하고 금속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하거나 새로운 기업별노조를 설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이 와해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KEC·유성기업·SJM·만도 등에서 발생한 직장폐쇄가 거의 동일한 수순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 개입해 사용자와 공모해 노동조합 파괴행위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 최초 사례가 대상판결의 사업장인 발레오였고, 발레오의 대표이사는 대구고등법원의 재정신청 인용결정에 따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죄로 기소돼 현재 형사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발레오는 자동차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트모터와 알터네이터를 생산하는 법인인데,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경주지부 발레오만도지회가 설치돼 있었다. 사건은 2010년 2월4일부터 시작됐는데, 사측은 당일 오전 전격적으로 직영으로 운영하던 경비원들을 일방적으로 생산라인으로 재배치한 후, 경비업무를 하도급주면서 별도의 용역직원들을 출근시켰다. 그런데 해당 경비직원들은 모두 금속노조 조합원이었다. 발레오 단체협약 제31조는 “회사는 경영상의 부득이한 사유로 생산부문의 일부를 용역 또는 외주·하도급으로 전환하고자 할 때에는 조합과 협의하고 조합원의 고용안정 및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은 고용안정위원회에서 심의하고 조합과 합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34조에서는 “회사는 자연감소시 적정 인원을 유지하며, 배치전환시 해당 조합원과 충분히 사전에 협의하고 문제발생시 조합과 협의하며, 공장 간 이동시에는 본의의 동의를 구해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사측은 금속노조에 아무런 통보나 협의요청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비직 조합원들을 재배치하고 그 자리에 하도급 용역직원을 근무시키는 단체협약 위반행위를 자행했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는 단체협약을 수호하기 위해 그해 2월4일 잔업 거부와 야간근무 거부, 그 다음날인 2월5일은 2시간의 연장근로 거부, 이후 2월9일부터 12일까지는 30% 태업을 결정한 다음 이를 진행하게 됐는데, 12일 오후 사측은 설 상여금 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지회에 정상조업을 요구했다.

이에 지회에서는 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2월13일 연휴기간(2010년도 설 연휴기간이 2월13일부터 17일까지 설 연휴기간이었다)에는 정상조업 및 특근을 예정대로 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회사에 통보했는데, 사측은 갑자기 조합원들에게 13~17일 특근을 취소한다는 문자를 보낸 후 사무직직원들만 출근시켜 생산라인에 투입해 조업을 했고, 2월16일 오전 6시30분을 기해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발레오는 직장폐쇄를 단행한 이후 조합원들에 대해서는 공장 내부 출입은 물론이고 노동조합 사무실에 출입하는 것조차 원천봉쇄했다. 발레오만도지회는 직장폐쇄가 비록 부당하지만, 업무에 복귀할 것과, 노동조합 사무실 출입을 보장할 것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직장폐쇄를 유지한 채 사측은 현장 관리자인 직·반장을 회유해 같은해 2월20일까지 28명, 3월26일까지 104명, 4월6일까지 181명, 5월9일까지 389명, 5월24일까지 508명의 조합원을 복귀시켰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입이 없고, 사측의 회유를 거부하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니 사용자의 회유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발레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복귀한 조합원들을 퇴근조차 시키지 않은 채 공장 내에서 숙식하도록 하면서 지회 집행부와 미복귀 조합원들과의 접촉을 원천봉쇄했다.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근로자측이 제공하는 노무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근로계약상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장의 점유를 배제시키는 효과를 생기게 해 근로자측에게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노동조합과 교섭력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헌법이 노동자에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조법은 사용자측에 직장폐쇄라는 대항수단을 마련해 준 것이다. 단체행동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임에 비해, 직장폐쇄는 노조법에 의해 창설된 제도이므로 직장폐쇄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그 정당성이 인정된다.

즉,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 교섭력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동적·방어적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부득이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와 같은 방어적 목적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 등을 갖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불법적인 직장폐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폐쇄의 방어성 판단기준과 관련해 대법원은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교섭태도, 경과,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태양, 그로 인해 사용자측이 받는 타격의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 사정에 비추어 형평의 견지에서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5. 26 선고 98다34331 판결).

이러한 수동적·방어성의 요건은 직장폐쇄 개시단계에서 충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폐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다. 직장폐쇄가 정당하게 개시됐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선언한 경우라면 더 이상 직장폐쇄의 정당성은 상실되는 것이다.

직장폐쇄 개시의 정당성에 대해

대법원은 잔업거부 및 태업을 진행한 사실, 이로 인해 부품공급에 차질이 발생한 사실, 2010년 2월10일 경비업무 외주화 철회 없이는 쟁의행위를 중단할 수 없다며 태업을 계속한 사실, 설 연휴기간에 사무직 근로자 등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가동했는데 조합원들이 위력으로 이를 방해한 사실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직장폐쇄의 개시는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발레오만도지회의 쟁의행위는 2010년 2월4일 연장근로 2시간과 야간근로 8시간, 2월5일 연장근로 2시간, 2월9일부터 2월12일까지 30% 태업을 한 것이 전부였는데, 직장폐쇄 이전에 쟁의행위를 중단했다. 일반적으로 낮은 수위의 쟁의행위인 잔업거부와 태업을 진행한 것에 불과하고 그 기간도 5일이었으며, 직장폐쇄 당시에는 쟁의행위가 진행 중이 아니었다. 전면파업이나 직장점거 행위는 전혀 없었다. 낮은 수위인 잔업거부 및 태업을 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의 판단과 같이 직장폐쇄가 정당하다고 할 것 같으면,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시작하기만 하면 직장폐쇄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노동조합 입장에서는 전면파업이나 병존적·부분적 직장점거는 시도도 못하게 될 수도 있어 단체행동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결과가 되거나 쟁의행위를 시작하기만 하면 가장 높은 수위의 수단을 선택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돼 건전한 노사관계를 저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어서 매우 부당하다.

부품공급의 차질도 없었다. 발레오가 지회장 등 핵심간부들에게 부품공급 차질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는데, 발레오는 현대자동차 등으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모두 공급해 아무런 수입손실이 없었다는 점이 밝혀졌고, 발레오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도 기각된 바 있다(대법원 2012다119917 판결).

무엇보다도 발레오가 직장폐쇄를 단행한 진정한 목적은 발레오만도지회 와해에 있었던 것이다.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는 경우에도 사업장 내의 노조사무실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필요한 시설·기숙사 등 기본적인 생활근거지에 대한 출입은 허용돼야 함(대법원 2010.6.10 선고 2009도12180 판결)에도 조합원들이 회합을 통해 단결력을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시설들에 조합원들이 출입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선별 복귀를 시켜서 퇴근조차 시키지 않아 미복귀 조합원들과의 연락하는 것을 막았다. 단순히 교섭균형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이런 행위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제반 사정들을 간과한 채 파업이 있었으니 직장폐쇄는 정당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은 부당하지 않을 수 없다.

직장폐쇄 유지의 정당성

발레오만도지회는 직장폐쇄가 단행되자 생산현장에 복귀하겠다는 의사를 계속적으로 표명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했고, 수차례 공문을 통해 이러한 의사를 회사측에 전달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서 현장복귀를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고, 회사측이 요구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현하고 회사를 비방한 부분에 대해 사과하고, 노사 간 대화시 금속노조 경주지부 위원들을 배제하라는 회사 측의 요구까지 수용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지회가 지겠다는 입장을 표시하면서 노동조합 사무실 등에 출입을 요구했고,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정상조업을 재개한다면 지회에서는 집행부가 사퇴할 용의가 있음을 표명까지 했다.

이렇듯 노동조합에서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천명하면, 정당하게 개시된 직장폐쇄라고 하더라도 방어성의 요건을 상실해 철회해야 함에도 발레오는 직장폐쇄를 98일 동안이나 유지했다.

이런 와중에 발레오는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조합원들을 선별 복귀시키고, 일부 조합원들로 하여금 2010년 5월9일과 6월7일 두 차례에 걸쳐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를 개최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발레오가 의도적으로 발레오만도지회의 조직력·투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조합원들의 선별적 업무복귀 및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총회 개최를 계획적으로 추진하거나 개입했을 개연성도 적지 않다고 볼 수 있고, 조합원 상당수가 복귀한 2010년 3월께 이후의 어느 시점부터는 방어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장폐쇄라고 판단했다.

나가며

단체행동권은 헌법상의 기본권임에 비해 직장폐쇄는 노조법에 의해 인정되는 대항수단에 불과한 것이므로, 직장폐쇄는 교섭균형력 확보 수단이지 노동조합 와해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직장폐쇄는 노동조합의 쟁의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간의 직장폐쇄 양상을 보면 기존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여러 사업장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미흡하기는 하나 노동조합을 와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직장폐쇄의 위법성에 제한을 가한 것이므로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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